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가 유력해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북 핵 문제와 관련해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돌아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략적 인내’ 정책은 당시 미국의 포용을 거부한 북한이 자초한 것이라면서,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같은 패턴이 되풀이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 핵 특사는 최근 VOA에 오바마 행정부 당시의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을 단순한 봉쇄정책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특사] “A policy which was known in that administration as Strategic Patience, which seems to me, is a lot like a simple containment policy, not unlike what we have adopted in the Trump administration.”
갈루치 전 특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도 ‘전략적 인내’ 정책과 같았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접근법을 취할지, 아니면 북한의 역량을 동결시키고 국제사회에 제기하는 위협을 제한하는 기존의 정책을 되풀이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당시 북한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지만 북한이 이를 거부했다고 지적합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입니다.
[녹취: 세이모어 조정관] “Strategic patience was not a choice by the U.S., it was imposed on the U.S. because N Korea was not willing to negotiate.”
세이모어 조정관은 “전략적 인내는 미국의 선택이 아니었다”며, “북한이 협상을 원치 않았기에 미국이 택할 수밖에 없었던 정책”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1월 취임사에서 적성국 지도자들과의 대화 의지를 밝혔습니다.
[녹취: 오바마 전 대통령] “To those who cling to power through corruption and deceit and the silencing of dissent, know that you’re on the wrong side of history, but that we will extend a hand if you’re willing to unclench your fist.”
부정과 기만, 그리고 반대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것으로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지도자들은 역사의 잘못된 쪽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이들이 움켜진 주먹을 펴면 미국도 손을 내밀겠다는 겁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특히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대선 공약의 이행을 위해 대북정책도 대화와 협상 기조로 나갈 것임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9년 4월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5월에 2차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 입니다.
[녹취: 조선중앙 TV] “자위적 핵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2009년 5월 25일 또 한 차례 지하 핵시험을 성과적으로 진행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무모한 행동을 멈추라”고 경고했습니다.
[녹취: 오바마 전 대통령] “I strongly condemn their reckless action. N Korea’s actions endanger the people of Northeast Asia, they’re a blatant violation of international law and they contradict N Korea’s own prior commitments.”
오바마 대통령은 이후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지지하며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정책을 도입합니다.
이어 2012년 김정은 정권 출범 직후에는 북한과 2.29 합의를 맺으며 다시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려 시도했습니다. 북한의 핵 활동 중단과 미국의 식량 지원을 맞바꾸기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불과 보름여 만에 장거리 로켓 시험 계획을 발표했고, 그 해 4월 13일 이를 행동에 옮겼습니다. 2.29 합의가 파기된 순간이었습니다.
북한은 이후 2012년 12월과 2013년 2월 또다시 장거리 미사일 시험과 3차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 TV] “우리의 국방과학 부문에서는 2013년 2월 12일 북부 지하 핵실험장에서 제3차 지하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
미국은 이에 대응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관련 금융거래 금지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안보리 대북 결의 2794호 채택을 주도했습니다.
2014년 말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를 제작한 소니영화사를 해킹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대북 제재 조치를 담은 행정명령을 발령했습니다.
북한은 2016년 1월 6일 4차 핵실험을 실시하고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고, 2월에 ‘광명성 4호’ 위성을 발사했으며, 9월에는 5차 핵실험까지 강행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에 안보리에서 북한의 석탄 수출에 상한선을 두는 대북 결의 2321호를 채택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집권 마지막 해에 ‘대북 제재와 정책 강화법’, 행정명령 13722호, 그리고 두 차례 인권 제재 명단을 발표하며 북한과 대화 없이 압박을 강화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11일 VOA에 당시 “북한의 도발이 미국과 한국의 강경 대응을 초래하고 외교적 접근의 공간을 줄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So for the Obama administration, those provocations shaped the environment... Basically, N Korea was taking actions that I think were pushing the conservative administration away and the Obama administration.”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의 도발이 오바마 행정부 대북정책의 환경을 만들었다”며, “북한의 행동들이 오바마 행정부는 물론 한국의 보수정권들도 북한으로부터 밀어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8년 7월 금강산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졌고, 2010년 연평도에 북한이 포격을 가해 민간인들이 사망했습니다.
뒤이은 박근혜 대통령 정부에서는 당선인 시절인 2013년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실시해 한국의 강경한 대응을 자초했다고, 스나이더 국장은 지적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북한이 도발로 바이든 행정부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이 있다”며 “오바마 행정부 때와 같은 패턴이 되풀이될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