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트럼프 방위비 '합의' 발언 압박 의도...협상 교착 장기화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백악관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좀처럼 타협의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미 대선 이후까지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하는 가운데, 북한의 위협도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 기자들에게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한국이 상당한 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며,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 트럼프 대통령] “South Korea has agreed to pay substantial money to us which we appreciate very much.”

트럼프 대통령 8일 만에 거듭 “한국 더 내기로 했다”

미-한 당국, 상호 타협 요구…협상 장기화 전망

지난달 29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분담금을 더 내기로 합의했다고 말한 데 이어 8일 만에 다시 같은 발언을 되풀이한 겁니다.

하지만 한국 당국은 이번에도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한국의13% 증액 제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이 기존 보다 49% 증가한 13억 달러를 요구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7일 “우리의 오랜 관점은 한국이 공평한 몫을 더 기여할 수 있고 더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고, 한국 외교부는 “협상 결과는 양쪽이 다 수용해야 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대통령 발언, 타협 도출 위한 압박전술”

“양측 모두 더 양보할 수 있는 정치적 지지기반 부재”

미국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합의 발언’에 대해, 실제 협상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기 보다는 `압박전술’의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8일 VOA에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의 13% 인상 제안을 염두에 둔 발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이미 13%를 더 내기로 양보한 점을 강조하면서 더 많은 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한 신경전의 일환으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So it is a negotiation duel in this case... The President appears to kind of have come down substantially in what money he was demanding… But he still wants to see a major increase in what South Korea is prepared to pay. So I think he's going to keep saying.”

베넷 선임연구원은 미국 역시 처음 요구액 보다는 상당히 낮췄다는 점을 내비치면서도 한국이 13% 인상 보다는 더 많이 내야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미 국무부는 지난달 28일 “협상 과정에서 우리는 조정하고 타협하면서 유연성을 보여왔다”며, “한국 정부도 더 타협해 주길 바란다”고 밝혀 미국이 기존 요구에서 어느 정도 물러섰음을 내비쳤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알려진 한국의 13%와 미국의 49% 인상안 사이는 여전히 간격이 크지만 타협의 범위 내에 있다면서, 양측 모두 그 이상 양보할 수 있는 정치적 지지 기반과 동기가 없는 점이 본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 베넷 선임연구원] “So it's 13% increase or 49% increase… The numbers are good distance apart, but not all that far apart. Is a compromise possible? Sure. But does either side feels significant support from their public to get a compromise, or the ability to really make it work and the answer is no”

세이모어 전 조정관 “안일한 대북인식도 교착 장기화 이유”

“대선 이후 북한 중대도발 변수, 협상 진척 계기 될 수도”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예정된 11월 너머까지 교착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본질적인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위협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데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think part of the reason why Trump is pretty relaxed about the SMA dispute is because he thinks that North Korea doesn't pose a major threat and that South Korea can defend itself.”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이 미국의 대선 이후 제재 해제 요구 등 대미 압박 차원에서 중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선 전까지는 핵실험 등 중대 도발 위협을 감내하고 있는 북한의 셈법이 향후 분담금 협상의 큰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 세이모어 전 조정관] “Because both sides will have more of an incentive to come to a compromise in the face of a North Korea Provocation. So I think in a way that North Korea's provocation would be from the standpoint of Pro-Alliance in Seoul and Washington. The benefit of a North Korean provocation is that it would make it easier to come to an agreement to resolve this SMA dispute”

북한의 도발은 ‘동맹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면서 양측 모두에게 타협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도발이 협상 진전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차기 대통령이 누가 당선될지, 북한이 어떤 형태의 중대 도발에 나설지 등의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말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만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같은 중대 도발을 감행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역내 증대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미군 현대화의 명분을 내세워 동맹들에 대한 방위비 압박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