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스스로 생각하는’ AI 무인기·함정 개발 박차

미국 보잉사가 지난 5일 공개한 '로열윙맨' 인공지능 무인 전투기.

미국 국방부와 방산업체들이 단순한 원격조종 무인기에서 나아가 자율적 인공지능을 가진 무인 전투기와 함정을 개발 중입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의 기술적 한계와 도덕적 문제를 보완할 체계와 제도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김시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항공기 제작사이자 방위산업체인 보잉은 최근 첫 ‘로열 윙맨(Loyal Wingman)’ 무인기 시제품을 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로열 윙맨 무인기는 보잉사가 자체 개발 중인 무인 ‘공군력 집단화 체계(Airpower Teaming System)’의 일부입니다.

로열 윙맨은 조종사의 직접적 원격통제를 받는 RQ-4 글로벌 호크 등 기존 무인기와 달리 자율적 인공지능(AI)을 탑재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길이 11.7m에 항속거리 3,700km로 중간 급유 없이 대부분의 유인 전투기와 함께 작전수행이 가능합니다.

보잉 측은 이 무인기가 인공지능을 이용한 독립적 비행은 물론, 사람이 직접 조종하는 유인기와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임무를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정보전을 지원하기 위한 통합감지 장치(sensor package)를 통해 정보정찰감시(ISR) 임무와 조기경보 임무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로열 윙맨이 유인기와 합동임무를 수행하게 될 경우 혁신적 장점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보잉은 첫 시제품을 호주 공군에 인도했으며, 조만간 현지에서 시험비행 과정을 거칠 예정입니다.

인공지능의 도입은 해군 영역에서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최근 2020 회계연도부터 진행 중인 인공지능 무인 함정 개발 계획 ‘NOMARS (No Manning Required Ship)’을 공개하며 설계와 제작, 시험운용 계획 등을 밝혔습니다.

다만, NOMARS 계획은 잠수함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핵 추진 방식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점 외에 함정 세부 제원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DARPA는 바다에 머무는 시간을 길게 유지하면서도 함정에 대한 군수 보급과 유지 보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무인 함정 개발의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인간의 개입이나 관리 없이도 군용 함정으로서 충분한 성능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존에 승조원을 고려한 설계 요소를 제거한 ‘무결점 설계(clean-sheet design)’를 통해, 전통적 해군 함정 설계의 기조(paradigm)에 도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DARPA가 최근 공개한 계획안에 따르면 NOMARS 함정들은 승조원용 함교, 난간, 탑승구, 그리고 갑판 등이 모두 제거돼 있고, 대신 창문 하나 없이 밋밋한 장갑이 함정을 감싸고 있습니다.

DARPA는 2025 회계연도까지 NOMARS 무인 함정에 대한 성능 평가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1일 VOA에, 훌륭한 인공지능 체계를 탑재한 무인기가 있다면 매우 비싼 전투기 조종사 훈련 비용 등을 쓸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베넷 연구원] “The cost of training to operate a fighter aircraft is very high. You don't have to do that you just have an unmanned aircraft with a good artificial intelligence system, you're going to save a lot of training costs. On the one hand you save money and training, and that sort of thing, On the other hand, you take the risk of not doing very well in a particular contest against opposing aircraft and pilots.”

그러나 베넷 선임연구원은 인공지능 탑재 무인기는 적 항공기와 조종사에 맞서는 특정 교전을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특정 원칙에 따르면서도 상황별 선택을 달리할 수 있는 매우 정교한 인공지능을 개발해 내기 전까지 인공지능 적용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한편 랜드연구소는 최근 공개한 ‘인공지능의 군사 분야에의 적용’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무기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도입이 초래할 도덕적 문제점을 제기했습니다.

인공지능 무기의 안면인식 기능 등이 착오를 일으켜 무고한 일반인을 살상할 가능성 등이 국가적, 국제적 논란을 일으켜 왔다는 지적입니다.

보고서는 인공지능 도입이 방어적이나 정보분석용이 아닌, ‘살상용 로봇(Killer robots)’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 없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방부는 지난 2007년부터 2년마다 ‘무인체계 통합지침(Unmanned Systems Integrated Roadmap)’을 발간하고 국가전략 차원에서 무인전투체계를 육성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2012년 발간한 ‘무기체계 자율화 관련 국방부 지침(Directive)’을 통해 의도치 않은 교전을 초래할 수 있는 자율무기체계 실패 확률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김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