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과 대립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두 나라의 국제 위협 순위에 일시적 변화가 생겼다며, 북 핵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35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발병지인 중국과 최대 피해국인 미국이 책임 문제를 놓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화재’에 비유하며, 중국은 불이 난 것을 숨기려 했고, 불을 끄려 했지만 끌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매우 당황했으며,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고, 이를 인정하지 않고 싶어했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 “They tried to cover it, they tried to put it out. It’s like a fire, you know, it’s really like trying to put out a fire. They could not put out the fire. I think they made a horrible mistake and didn’t want to admit it.”
같은 날,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도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의 연구소에서 나왔다는 ‘거대한 증거’가 있다며, 중국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중국 책임론’을 반복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 사태로 불거진 미-중 간 대립이 꽉 막힌 미-북 대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5일 VOA에, 북한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려면 중국과의 관계에서 틈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지금은 명백히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So I continue to believe that we can make progress with North Korea, but we need to be on the same page with China. But we are clearly not. I think there will be very little improvement with Chinese relationship, at least through November. And if Trump were really interested in denuclearization, he would find a way forward with China.”
힐 전 차관보는 적어도 11월 대선 때까지는 미-중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에 관심이 있다면 중국과 함께 앞으로 나아갈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그러나 중국 역시 전 세계에 확산된 반중국 정서 단속에 나서야 하는 만큼, 북한 문제나 미국과의 관계를 되돌아 볼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They need to prevent a worldwide Anti-China feeling. And there’s a lot of that out there, and I think the Chinese would rather just deal with that first.”
‘신종 코로나’ 사태로 더욱 악화한 미-중 관계가 북한에게 희소식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중국의 신종 코로나 대응과 관련한 의혹은 그동안 타이완을 비롯한 남중국해, 사드 배치, 동아시아 내 미군 주둔 등 여러 주요 사안에서 이견을 보인 양국 관계를 악화시킨 또 다른 요인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차관보] “The rapid deterioration of U.S.-China relations seems certain to get worse in the coming months, especially now that China has become an issue in the U.S. presidential campaign and the Trump administration has decided that attacks on and demonization of China. In the midst of all this, there appears to be little interest in Washington and Beijing in cooperating, and the passage of time and the growth of mutual recrimination is likely to make cooperation almost an impossibility, including on North Korea.”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에 (신종 코로나를 둘러싼) ‘중국 때리기’가 포함된 만큼, 앞으로 몇 달 간 양국 사이는 더 악화할 것이 확실해 보이며, 미-중 모두 북한 문제를 포함한 협력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상황은 중국이 국제사회의 새로운 대북 제재 부과에 계속 반기를 들고, 기존 제재 이행에도 지금처럼 어중간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차관보] “So the days of close US-China cooperation on North Korea are probably over, and North Korea is the clear winner as a result of this new situation.”
따라서 북한 문제에 대한 미-중 간 긴밀한 협력의 시대는 끝난 것일 수 있으며, 북한은 이런 새로운 상황의 분명한 승자라는 주장입니다.
중국 전문가인 오리아나 마스트로 조지타운대 교수는 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 위협 지형도에 변화를 가져왔다며, 이에 따른 북한의 선택 옵션이 늘면 비핵화 협상은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마스트로 교수] “This really demonstrates the broader range of threats in these days, the focus on this nuclear threat from North Korea, but a pandemic has done so much harm, you know, and has killed so many people and has destroyed the global economy. It really shows that the confines of national security, the contours of national security have changed. So maybe this will highlight the fact that while the problem in North Korea has nuclear weapons it might be no longer be the top one of the top priorities of the administration.”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세계 경제를 무너뜨린 새로운 바이러스가 국제 위협의 범위를 북 핵에서 더욱 넓혔고, 국가안보 활동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겁니다.
마스트로 교수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순위는 북한 핵 문제가 아닐 수 있다며, 이는 북한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따라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미-중 간 절대적 협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마스트로 교수] “They need to be transparent, give accurate information and they need to be pursuing the more polices towards similar end”
이를 위해 중국은 전염병에 대해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으며, 유사한 목표를 위한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힐 전 차관보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미국과 중국을 한 데 모으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더욱이 미국과 대북 셈법이 다른 중국과의 협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think China is always a reluctant partner. They always worry about North Korean instability, they worry about what it could mean for the perception of US strategic advantage. And they worry about North Korean refugees. “
힐 전 차관보는 중국은 언제나 협력을 `꺼려하는 파트너’라며, 그들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항상 북한의 불안정성, 미국의 전략적 이익, 북한의 난민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