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한국 선박 석방 높이 평가...이란 동결자금 해제 승인 안 해"

이란 혁명수비대가 해양 오염을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 오만 인근 해역에서 나포한 한국 유조선 '한국케미'호.

이란에 붙잡혀 있던 한국 화학운반선 '한국케미'호와 선장이 억류 95일 만에 석방된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이란 자금의 해제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선박과 선장의 석방을 환영하면서도 한국에 국제 제재 준수를 강조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무부는 “미국은 제재에 따라 동결돼 한국의 은행에 묶여 있는 이란 자금의 해제를 승인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The United States has not authorized the release of the Iranian funds frozen under sanctions and being held in South Korean banks.”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9일 한국 정부가 미국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 동결자금 해제 방안을 승인할 것이냐는 VOA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란과 인도적 교역을 확대하고, 동결자금으로 이란의 국제기구 분담금을 내거나 자금 일부를 스위스 내 이란 계좌로 이체하는 방안을 미국과 협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한국의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 명의 원화 계좌에는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 70억 달러 가량이 묶여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자금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동결됐습니다.

국무부 관계자는 “우리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모든 제재에 대한 한국의 변함없는 지지에 감사한다”면서 동결자금 문제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따른 것이고 이를 해제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We appreciate the ROK’s steadfast support for all U.S. and international sanctions.”

이 관계자는 “동맹인 한국이 ‘한국케미’호의 석방을 끌어낸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선장과 선원들의 건강이 양호하고 선박과 화물의 제반 상황도 이상이 없다는 소식을 듣게 돼 기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의 안전하고 신속한 귀환을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We commend our ROK allies in securing the release of the MT Hankuk Chemi tanker. We are pleased to hear that the captain and crew members are all in good health and that the ship and the cargo remain intact. We wish them a safe and speedy return home.”

앞서 국무부는 한국 선박 억류 직후 “이란 정권이 국제사회의 제재 압력 완화를 얻어내려는 명백한 시도의 일환으로 페르시아만에서 항행의 권리와 자유를 계속 위협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란에 유조선을 즉각 억류해제하라는 한국의 요구에 동참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란은 지난 1월 4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을 항행하던 한국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호와 한국인 5명을 포함한 선원 총 20명을 해양 오염 혐의로 나포했습니다.

이후 약 한 달 뒤인 2월 2일 선원 19명을 석방하면서도 해양 오염에 대한 사법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선장과 선박은 남겨뒀습니다.

하지만 이란은 당초 선박억류 이유로 들었던 ‘환경오염’과 관련된 근거는 끝까지 제시하지 않았고, 사법절차 등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