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실무진들은 대북 협상의 목표로 군축보다 비핵화를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실무진의 65%는 북한과의 포괄적 합의보다 소규모의 점진적 합의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의회 실무진들은 거의 만장일치로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군축이 아닌 비핵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군축협회는 9일 발표한 ‘미국의 대북 정책과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미 의회의 인식’ 보고서에 의회 실무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달성 방법과 관련해선 응답자의 약 65%가 미국이 북한과 비핵화로 이어지는 소규모의 점진적인 합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북한의 전체 핵무기 프로그램을 다루는 더 크고 포괄적인 합의를 추구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한 비율은 35%에 그쳤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 즉 CVID라는 표현을 계속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70%에 달했습니다.
군축협회는 의회에서 북한 문제를 다룬 경험이 있는 민주.공화 의원실 관계자 12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일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심층 인터뷰를 토대로 이번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보고서는 미국이 대북 제재 압박을 늘리면 북한이 협상에 관여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데 동의한 응답자 비율이 60%를 조금 넘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대화에 대한 북한의 접근 방식에 따라 미국이 유연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5%에 불과했습니다.
보고서 저자인 켈시 대븐포트 군축협회 비확산정책 담당 국장은 1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 의회에서는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진전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북한을 겨냥한 제재에 대한 초당적인 지지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대븐포트 국장] “There's has been bipartisan support for sanctions targeting North Korea, particularly in response to actions that North Korea has taken to advance its nuclear and missile programs. And I think it's likely that we'll continue to see congressional support for future sanctions if Pyongyang continues to ratchet up its nuclear activities.”
대븐포트 국장은 그러면서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감안할 때 "북한이 계속 핵 활동을 늘린다면 추가 제재에 대한 의회 내 지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계속해서 의회 실무진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된 보고서 내용을 이조은 기자와 함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먼저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의회 내 보좌진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기자) 과거 북한 문제를 다룬 경험이 있거나 현재 관련 직책을 맡고 있는 의회 내 실무진 총 124명이 이번 설문조사에 응답했는데요, 정당별로는 응답자의 60%가 민주, 나머지 40%가 공화당 소속 의원실에서 활동하고 있는 실무진으로, 민주당 비율이 다소 높았습니다. 응답자 중 북한 문제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밝힌 2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심층 인터뷰에는 민주,공화당 소속이 각각 10명씩, 정당별로 동일한 비율로 참여했습니다. 보고서에 담긴 제언은 이 인터뷰를 통해 수집된 자료 외에도 과거 의회 활동에 대한 조사도 일부 반영해 작성됐습니다. 보고서 저자 중 한 명인 켈시 대븐포트 군축협회 비확산 담당 국장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상원 혹은 하원 의원실과 연계됐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진행자) 이번 설문조사 결과가 응답자가 활동하고 있는 의회 내 소속 정당에 따라 큰 차이가 있습니까?
기자) 사안에 따라 다른데요, 보고서는 미-북 합의와 관련해 선호하는 접근법의 경우 응답자가 활동하는 소속 정당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비핵화로 이어지는 소규모의 점진적 합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65%,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 전체를 다루는 보다 큰 포괄적인 합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한 비율은 35%로 나타났다는 겁니다. 다만 관련 답변에 대한 응답자의 소속 정당별 비율은 보고서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소속 정당별로 엇갈린 견해를 보이는 사안은 무엇인가요?
기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이 2018년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재확인하며 비핵화 협상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약 60%로 나타났는데요, 민주,공화당 소속 응답자 비율이 동일한 심층 인터뷰를 분석한 결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향후 미국의 대북 정책의 일환으로 인정하는 것에 찬성하는 비율은 응답자의 약 4분의 3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소속 정당별로 차이를 보였는데요, 공화당 소속 응답자는 대체로 싱가포르 회담의 역사적 성격과 공동성명이 비핵화를 강조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반면 민주당 소속 응답자들은 정치적 합의를 존중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미-북 관계 변화를 강조하는 공동성명이 비핵화를 향한 조치를 이끌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진행자) 대북 제재를 통한 압박이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을 높인다는 의견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제재와 관련한 입장은 대체로 초당적인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더 자세한 질문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되돌릴 수 있는 (roll back) 초기 조치를 취하는 대가로 북한에 제재 완화를 제공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답한 비율은 65%로 높은 반면 찬성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25%는 제재 완화가 북한이 어떤 조치를 취할 의향이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답했습니다.
진행자) 대북 인도지원을 위한 제재 면제 규정에 대한 의견은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의 제재에 대북 인도지원을 위한 제재 면제 조치가 충분히 포함됐는지 여부에 관한 질문도 이번 조사에 포함됐었는데요. 응답자들의 의견은 분분했습니다. 응답자의 40%는 제재 면제 조치가 충분히 담겼다고 답했고, 30%는 이런 조치가 더 강화돼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30%는 제재 면제 조치가 충분히 담겼지만 명확성을 높이고 보다 적극적으로 설명.홍보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달 북한 문제의 주요 쟁점이기도 한 미-한 연합군사훈련 조정에 반대한다고 답한 비율은 70%에 달했죠?
기자) 네, 대체적으로 연합훈련을 조정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견해인데요. 관련 질문을 세분화하면 견해가 다소 달라졌습니다. 미-북 협상이 진행 중일 경우 연합훈련 조정에 반대한다고 답한 비율은 40%로 떨어졌습니다. 연합훈련 조정은 북한이 어떤 상호 조치를 취하는지 여부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20%에 그쳤습니다.
진행자) 북한과의 합의 형태에 대한 의견은 어떻습니까?
기자) 상원의 비준이 요구되는 조약 형태의 합의 체결을 지지하는 비율은 40%로 꽤 높았고, 정치적 합의를 지지하는 비율은 15%에 그쳤습니다.
진행자) 이 외에도 이번 설문조사에는 어떤 질문들이 포함됐나요?
기자) 한국 혹은 역내 미국 자산에 대한 북한의 공격을 억지하는 데 미국의 확장 억지, 즉 핵우산이 충분한지 여부를 묻는 질문이 있었는데요. 미국의 확장 억지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40%, 충분하다고 답한 비율은 15%, 나머지 45%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또 미국의 본토 미사일 방어 체계가 있는 주된 이유는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때문이라고 답한 비율은 약 85%에 달했습니다. 또 미국의 지상기반 중간단계 미사일 방어 확대를 지지한 비율은 60%에 달했는데요, 공화당 소속 응답자가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진행자) 보고서는 미 의회에 어떤 제언을 했나요?
기자) 보고서는 미 의회가 한국 의원들과의 상호작용을 늘리고 북한 측과의 1.5트랙 관련 정보를 받을 것을 권고했습니다. 아울러 대북 제재의 효과를 재평가하고 북 핵 프로그램에 대한 의회 청문회와 브리핑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지금까지 미 의회 내 대북 인식에 관한 미 군축협회의 설문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 살펴봤습니다. 이조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