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한 미국 국무부가 이번엔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을 분리해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북한 정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주민들에 대한 구호 활동은 영향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연일 북한 주민의 인권과 안녕을 거론하면서 인도적 개입 의지를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대북 정책 전반을 재검토 중이라며 비핵화 해법 등 군사·안보 방향에 대해선 원론적 논평에 그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4일 VOA에 “북한 같은 정권에는 반대하더라도, 북한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은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 “Even where we disagree with a regime like the DPRK, we support efforts to alleviate the suffering of its people. We strive to act in a manner that does not harm the North Korean people and continue to support international efforts aimed at the provision of critical humanitarian aid, should the DPRK be willing to accept it.”
“우리는 북한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행동을 취하기 위해 노력 중이고, 중요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목적으로 한 국제적 노력을 계속 지지한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를 기꺼이 수용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앞서 북한 정권은 한국 정부가 세계식량기구, WFP를 통해 지원하기로 한 쌀 5만t을 거부한 바 있습니다.
새 대북 청사진을 마련하는 초기 단계에서 국무부가 “북한 정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대북 인도주의 정책의 전제로 내세운 것은 김정은 위원장을 긍정적으로 묘사한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과 거리를 두면서, 김정은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 각각 다른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대선 전인 지난해 9월 미국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세계 최악의 폭군 중 한 명”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국무부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가장 빈곤한 북한인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촉진하려는 노력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노력은 생명을 살리는 지원을 북한에 전달하려는 전 세계 기구들의 활동에 대해 유엔 1718 위원회(대북제재위원회)의 (제재 면제) 승인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우리의 지속적인 노력에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 “The U.S. government is heavily involved in efforts to facilitate the provision of humanitarian aid to the neediest North Koreans. This is most evident in our ongoing work to expedite approvals in the UN’s 1718 Committee for organizations from around the world to deliver life-saving aid to the DPRK.”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유엔이 제재를 면제해준 대북 인도지원 사업 건수는 총 25건으로, 상반기는 17번이지만 하반기에는 8건으로 감소했습니다. 제재위는 지난해 11월 인도주의적 활동에 대한 대북제재 면제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9개월로 늘리는 등 면제 기준을 일부 완화했습니다.
국무부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2012년 전면 중단된 대북 식량 지원을 재개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은 가장 빈곤한 북한인들에 대한 지원 제공을 촉진하려는 노력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답변을 되풀이하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