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당선인 최종 확정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워싱턴에서는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차기 미 행정부의 대응 전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미 전직 관리들과 한반도 전문가들은 백악관의 주인이 누가되든 북한의 안보 위협을 최소화하는 새 접근법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아울러 핵심 현안인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북한 문제의 양대 축인 ‘인권 탄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도 주요 관심사입니다. 미 새 행정부에 전하는 대북 전략 제안,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북한 인권 개선 압박에 대한 미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해드립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전문가들은 지난 4년 동안 냉온탕을 오간 미국의 대북 인권 정책을 상기시키면서, 차기 미 정부가 보다 일관성 있는 인권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다만, 북한 인권 실태를 미국과 동맹국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북 핵 문제와 어떻게 균형을 맞춰 새 대북 접근법에 편입시킬지에 대해선 온도차가 다소 엿보였습니다.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을 겨냥해 초강경 메시지를 던졌던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중반 무렵부터 인권 문제를 거의 거론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간 것은 워싱턴의 많은 전문가 사이에서 오점으로 지적됩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와 신년 국정연설, 한국 국회 연설에서 북한 인권 상황과 유린 실태에 대해 매우 중대한 연설을 했다”는 점을 주목하면서도 김정은과 만난 뒤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 인권에 대한 비판을 중단했고, 오토 웜비어 고문 사망 사건에 대한 김정은의 해명을 수용했으며, 유엔이 행동에 나서는 것을 방해했다”는 비판입니다.
[녹취: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Trump gave three very strongly critical speeches against the North Korean conditions and human rights violations during the UN General Assembly, the State of the Union address and then before the National Assembly of South Korea. But since Singapore he stopped criticizing the North Korean human rights, he has accepted Kim Jong Un's word about the the torture of Otto Warmbier, which led to his coma and death, and the US is actually impeded some UN Human Rights actions. So, you know, because he has this bromance with Kim, he is less willing to implement sanctions and criticized North Korean human rights.”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브로맨스’ 때문에 제재를 이행하고 북한 인권을 비판하는 데 소극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내내 북한의 인권 상황을 비판하면서 김정은 정권을 압박했습니다. 특히 9월 유엔총회 연설과 11월 한국 국회 연설을 통해 북한의 독재체제와 열악한 인권 상황을 강하게 규탄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한국 국회 연설] “An estimated 100,000 North Koreans suffer in gulags, toiling in forced labor, and enduring torture, starvation, rape, and murder on a constant basis.”
하지만 미-북 정상회담을 거치며 북한 인권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특히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인 오토 웜비어 사건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의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급격한 태도 변화에 대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인권에 대한 우려는 북한 관련 의제에서 대체로 멈춰있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 “During the Trump administration, human rights concerns were largely left off the agenda with North Korea.”
하지만 스테판 해거드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대학 교수는 “북한과 핵 협상을 진행할 때 인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 일본에도 오랜 딜레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테판 해거드 캘리포니아 주립 샌디에이고대학 교수] “This is a perennial dilemma, not only for the United States but for South Korea and Japan as well, which is if you're trying to engage North Korea on the nuclear issue, it isn't helpful to raise the Human rights question. It seemed to me that Trump was talking about human rights in North Korea prior to the Singapore summit but after the Singapore summit because of a desire to try to get negotiations going, then you just pull back from the human
rights issues. I don't think that's a pattern which is just confined to Trump. When democrats want to engage with North Korea, they're not going to lean into human rights issues either.”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인권 문제에서 후퇴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 국한된 모습이 아니라 민주당도 북한과 협상할 때는 인권 문제에 기대길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 유도와 인권 개선 모두 중대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두 사안을 연계한 동시 압박 여부와 우선순위 인식에서는 차이를 드러내며 엇갈린 제안을 내놨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북한은 전 세계 최악의 인권 유린국 중 하나”라며 “미국과 한국은 각자, 그리고 함께 전 세계의 이목을 북한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인권 침해에 집중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The DPRK is one of the worst human rights violators in the world, if not the worst. The US, and the ROK, separately and together, need to draw the world's attention to the massive human rights violations that take place daily in the DPRK.”
특히 “인권 문제는 비핵화와 뚜렷이 구별되는 별개의 사안으로, 미국은 냉전 시기 옛 소련과 군축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소련의 인권 상황을 계속 강조한 역사적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This is a distinct and separate issue from denuclearization; the historical precedent is the United States continuing to highlight the human rights situation in the USSR during the Cold War even as Washington conducted arms control negotiations with Moscow.”
주로 초강경 북한 비핵화 압박 조치를 주장해온 전문가들이 북한 인권 탄압에도 동등한 비중을 둘 것을 촉구하며 ‘미 차기 정부는 북한 핵 위협과 인권 유린의 ‘전략적 시급성’을 따지는 대신 정권 차원에서 자행되는 반인도 범죄에 즉각 대응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두 대통령 후보 중 바이든 후보에게 더 적합한 제안임을 전제로 “새 행정부의 접근법에 인권이 필수적인 부분이 되는 것이 중요하고, 이는 국제적 인권 규범과 기준을 계속 위반하는 중국 등에 대한 미 행정부의 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 “It is important that human rights becomes an integral part of the Biden administration's approach, just as it will be in the administration's policies towards China and other countries that continue to violate international human rights norms and standards.”
북한 인권 상황에 핵 문제 못지않은 비중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특히 미국의 북한 인권 개선 노력에 한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유엔의 장치와 행사가 수 년 동안 심각하게 방치됐다”며 “이를 다시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최소 인권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데 기반한 이런 노력에 한국도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CFR 선임연구원] “I believe that UN mechanisms and venues for addressing NK human rights, badly neglected in recent years, should be revitalized. ROK needs to join these efforts based on the need for NK to meet minimum int'l human rights standards.”
앤드루 여 워싱턴 가톨릭대학 정치학과 교수도 “미국은 인권 문제를 다루는 것이 미-북 관계 개선의 중요한 측면이라는 점을 북한과 한국 모두에게 좀 더 솔직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앤드루 여 교수] “The US needs to be more upfront with both North and South Korea that addressing human rights is an important aspect of improving relations between the US and North Korea.”
반면, 미국이 직면한 실질적 위협은 북한의 핵 능력인 만큼, 비핵화 목표를 체제나 인권 비판과 엮어 초점을 분산시키는 대신 우선순위를 달리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은 분명히 심각하고 잔인하다”면서도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을 우선적인 비핵화 노력과 직접
연계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비핵화를 성취한 뒤에야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을 요구하고 달성하기 위한 정당하고 효과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 “Clearly the suppression of human rights by the north Korean regime is severe and brutal. Nonetheless, the improvement in the north's human rights situation cannot be tied directly to the priority effort to denuclearize. Only after denuclearization is achieved can a legitimate and effective effort be made by South Korea and the United States to require and achieve improvement in human rights conditions in north Korea.”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도 “끔찍하고 억압적인 경찰국가인 북한의 정치 체제의 실체에 대해 솔직하게 지적해야 하지만, 일단은 핵 문제를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며 “미국과 한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안보 위협인 만큼 가장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I think we should put first priority on the nuclear issue. I think that's the most important security threat that the US and the ROK face. And I would give that the majority of attention. Of course, we have to be honest about the nature of North Korea's political system, which is terrible. I mean, it's a very repressive police state, which is, you know, very unfortunate for the North Korean people who have to suffer. And we should always be clear about that. But in terms of getting North Korea to change its behavior, I think the nuclear issue was where I would focus my energy.”
“북한 체제 아래 북한 주민들이 불행하게도 고통을 겪고 있고, 우리는 이에 대해 분명히 밝혀야 하지만, 북한의 행동을 바꾸는 데 있어서는 핵 문제에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는 제안입니다.
하지만 북한 인권을 거론하지 않는다고 핵 문제가 진전되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개별적으로 가해지는 대북 인권 압박이 차기 미 행정부의 비핵화 외교에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은 “차기 미 행정부도 북한 문제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데 따른 위험이 적다”고 내다봤습니다.
[마이클 그린 CSIS 선임부소장 /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 “Precisely because we are not expecting a breakthrough, there is less risk to advancing human rights.”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특사는 오히려 “미-북 양측이 각자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한 대화 과정에서 인권 문제가 자연스럽게 제기될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확인한 국제적 기준에 관한 논의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특사] “Human rights would come up in any such dialogue, and should be put in terms of international standards the global community has identified.”
전문가들은 또 북한 인권 문제가 차기 미 행정부의 비핵화 전략과 어떻게 맞물려 추진될지와 관계없이 인권 유린을 특정해 확대 적용된 미국의 대북 제재는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