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고받은 친서 내용을 자세히 공개한 유명 언론인의 책이 곧 출간될 예정입니다. 미 언론들은 친서가 두 정상 간 관계를 잘 보여준다고 전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우리의 깊고 특별한 우정이 마법의 힘처럼 작용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서 받은 친서의 한 대목이라며, 9일 미 `CNN’ 방송이 보도한 내용입니다.
이 방송은 오는 15일 출간을 앞두고 있는 `워싱턴 포스트’ 신문 밥 우드워드 부편집장의 신간 ‘격노(Rage)’의 주요 내용을 미리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우드워드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주고받은 친서 27통을 입수했으며, 관련 내용을 곧 출간될 책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CNN’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각하(Your Excellency)’로 계속 부르며 비위를 맞추는가 하면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할 것”이라고 썼습니다.
방송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은 ‘미사여구’로 가득 찼으며 두 정상의 관계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창’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의 친서를 ‘연애편지’라고 부른 것은 “풍자적인 것일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김 위원장의 친서를 ‘아름다운 편지’라고 표현하는 등 북한 지도자와의 ‘좋은 관계’를 강조해왔습니다.
[녹취:트럼프 대통령/ 2019년 6월] “I just received a beautiful letter from him and I think the relationship is very well but I appreciate the letter.”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불러온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보도로 유명한 우드워드 기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18차례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과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책을 집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이 책에는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긴장이 고조된 2017년, 트럼프 행정부 안보팀에서 ‘미국이 북한과 거의 핵전쟁을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표출됐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또 당시 짐 매티스 국방장관은 북한의 공격에 대비해 옷을 입은 채 잠을 잤고, 기도하기 위해 워싱턴 대성당을 자주 찾았다는 이야기도 소개됐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의 9일 보도에 따르면 ‘격노’에는 대북 접근법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과 김 위원장에 대한 평가도 상세히 소개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미 정보기관 수장들의 평가와 관련해, 중앙정보국(CIA)은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며 자신의 접근법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보도했습니다.
또 김 위원장과 북한 핵무기를 ‘부동산’에 비유하며 “누군가 집을 정말 사랑한다면 그것을 그냥 팔 수 없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을 처음 만난 뒤 그의 ‘명석함(far beyond smart)’에 놀랐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소개했습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고모부인 장성택 처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등 “모든 것을 말했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각하처럼 강력하고 뛰어난 정치인과 좋은 인연을 맺은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선 “전 세계가 큰 관심과 희망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아름답고 성스러운 장소에서 각하의 손을 굳게 맞잡은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묘사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우드워드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이런 아첨에 넘어갔다”고 기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보낸 자신의 친서는 ‘극비’라며 보여주지 않았지만 `뉴욕타임스’ 신문 1면에 실린 두 정상의 사진을 김 위원장에게 보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미 언론을 통해 우드워드 기자의 신간 내용이 처음 알려졌을 당시 “모두가 트럼프와 공화당에 대해 가짜 책을 낸다”며 우드워드 기자의 책도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가짜일 것”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