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은 가운데 미국 내 탈북민들은 실업자 구제를 위해 미국 정부가 마련한 긴급 경기부양책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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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동남부 앨라배마에 거주하는 40대 탈북 여성 쥴리 씨는 지난 3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비상 유급휴가를 내고 직장 복귀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직장 내 바이러스 확진자 발생으로 출근 날짜가 늦춰졌고 쥴리 씨는 그동안 모아뒀던 병가까지 몰아 쓰며 버텼습니다.
[녹취: 줄리 김] “정부에서 비상 상황에 지급하는 7일 유급휴가를 주고 있어요. 정규 휴가와 개인 병가를 쓸 수 있어요. 한 25일 정도..”
그러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 보조 구호 및 경제보장법 (케어스 액트)’을 통해 추가 실업급여정책을 시행하면서 쥴리 씨는 직장에 복귀하기 전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면 영주권자나 시민권자여야 하고, 18개월 이상 근무자로 고용주로부터 해고당하지 않아야 하는 등의 요건이 있습니다.
이에 부합하면 주 정부가 지급하는 평균 300 달러 실업급여를 최대 6개월 간 받게 되며, 7월 말을 기한으로 하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연방정부의 주당 600달러 추가 실업수당도 받을 수 있습니다.
쥴리 씨는 현 직장에서 장기간 근무했고 2013년 미국 시민이 됐으며, 코로나 사태로 인한 비자발적 실업인 만큼 이번 신청 자격에 부합했습니다.
[녹취: 줄리 김] “4주 동안 받았어요. 주 정부에서 주는 돈이 있었어요. 앨라바마 주 정부에서 연방정부 돈 6백 달러에 주 정부 250 달러 주고 있어요..”
미국 정부는 실업 상황에 관계 없이 연간소득 수준에 따라 개인당 최대 1천 200 달러, 17세 미만 자녀가 있는 경우 1인당 500 달러의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했는데요, 쥴리 씨도 혜택을 받았습니다.
같은 주에 거주하는 탈북민 테레사 김 씨도 업무에 복귀하기 전 두 달 동안 실업급여를 받았습니다.
[녹취: 테레사 김] “도움이 많이 되죠. 그냥 실업수당이면 생활이 안되는데, 코로나 때문에 정부에서 매주 600달러 나왔잖아요. 그게 있으니까 엄청 도움이 많이 됐죠.”
이들 탈북 여성들의 경우 부부가 맞벌이를 하고 있어 실업급여가 없었어도 생계에 큰 지장은 받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지아주에 거주하는 데이비드 리 씨는 탈북민인 부인 한 씨가 자녀 양육에만 몰두하고 있어 가장으로서 책임이 큰 만큼 코로나 사태로 인한 실업 상황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관리책임자로서 리 씨의 실업 사태는 한 달 정도로 비교적 짧았고, 주 정부와 연방정부의 실업급여를 받게 되면서 큰 걱정은 없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리] “이번 같은 경우는 아, 본의 아니게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잖아요? 원래 주던 실업급여가 있긴한데 그러 받아서는 택도 없을건데 연방에서 주마다 600씩 지원을 한다니까, 아, 그 정도 받으면 그래도 굶지는 않겠네 싶더라고요. 견뎌내겠다 싶더라고요.”
미국 정착 4년에 접어든 30대 탈북 여성 안유라 씨는 3년 만에 미용전문 자격증을 따고 내집 마련의 꿈도 이뤘습니다.
미 중남부 시카고에서 피부미용 관리사로 일하는 안 씨의 경우 관리실이 두 달 간 문을 닫았고 그 기간 동안 실업급여를 받았습니다.
안 씨는 VOA에 “혼자 실업급여 온라인 신청을 했었는데, 신청자가 많아서인지 진행이 되지 않아 애를 먹었고, 한 달 후 다시 시도해 5월과 6월에 실업급여와 코로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안 씨는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자신과 같은 직종의 근로자들은 일을 할 수 없었을 거라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올해로 10년째 미 서부 유타주에 정착하고 있는 탈북 남성 크리스 최 씨는 솔트레이크 시티의 호텔에서 요리사로 경력을 쌓고 있었습니다.
최 씨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여행업계가 큰 타격을 받으면서 호텔 주방도 문을 닫아 여파가 큽니다.
그러나 3월 이후 지금까지 일터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금을 제외한 실업급여 790달러를 매주 받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3년 이상 근무한 장기 근로자에게 이같은 재난 상황에서 지급하는 회사의 특별지원금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직장인 탈북민들은 매주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업체 규모에 따라 회사 측이 단체로 실업급여를 신청해 주거나 개인이 신청하는 등 신청 과정에만 차이가 있다고 말합니다.
한편, 자영업을 하는 탈북민들은 다른 상황입니다.
코로나 지원금인 1천 200 달러는 예외없이 받지만 정부의 소규모 사업체 지원금 상황은 영업 규모와 피해 정도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소피아 린 씨는 연방정부의 ‘케어스 액트’를 통해 현금 1천 200 달러와 자녀 한 명에 해당하는 지원금 500 달러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소규모 사업자들을 위한 연방정부의 지원금을 신청했지만 아직 답을 못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버지니아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찰스 김 씨는 “사회활동이 줄어들면서 옷 세탁이나 수선도 줄어 코로나 이후 사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며 “연방정부의 소규모 사업자 지원금은 받았고 주 정부 지원금은 진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냉난방 설비 기술자인 탈북 남성 앤디 염 씨는 “냉난방 시설은 주변 상황과 상관없는 분야라 코로나 팬데믹 영향을 받지 않았고 지원금을 신청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내 탈북민들은 전례없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맞아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경제적인 어려움과 위기를 넘기고 있습니다.
연방정부의 ‘코로나바이러스 보조 구호 및 경제보장법(케어스 액트)’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유타주 거주 크리스 최 씨는 마음이 편치 않지만 정부의 결정에 순응하겠다고 말합니다.
조지아주 데이비드 리 씨는 자본주의사회에서 공짜는 없지 않겠냐며, 그동안 지급돼 온 연방정부의 실업급여로도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나중에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탈북민들은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급여로 이전보다 수입이 늘어난 사람들이 많은데,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 탈북민들은 재난 상황에서 정부의 국민에 대한 재정 지원은 북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데이비드 리 씨 입니다.
[녹취: 데이비드 리] “북한 자체는 실업급여라는 그런 용어 자체가 없고요, 정부에서 지원한다는 게, 받아 본것 같지 않아서 배급을 받아서 급여라고 해봤자 살아가는데 도움도 안되는 상황이지만..”
줄리 씨는 미국에서 실업급여가 무엇인지 처음 알았다고 말합니다.
[녹취: 쥴리] “이런 제도를 처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정부에서 돈을 준다는 것 알게 된 순간, 자본주의 사회도 인간을 위해 복지를 하는 제도가 있구나 하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고, 기쁘더러라고요. 인간이 사는 세상은 먼저 사람을 위해 할 수 있구나.”
탈북민들은 코로나 사태로 국경 봉쇄 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매우 힘든 것을 북한 내 가족을 통해 듣고 있다며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