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는 미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에게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 생각이 가장 많이 나는 때입니다. 올해는 특히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염려도 생깁니다. 조은정 기자가 탈북민들을 전화로 만나봤습니다.
북한에서 추석은 봄철 한식과 더불어 가족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날이라고 탈북민들이 말했습니다.
평양 출신으로 1992년 탈북해 미 서부에 정착한 박명남씨입니다.
[녹취: 박명남] “북한에서 제일 큰 명절은 당연히 김일성 김정일 생일이고 그 다음이 저희한테는 제일 큰 명절이었죠 추석이. 저희 같은 경우에는 차를 한 대 끌고 온 가족이 할머니 산소에 갔었죠. 산소 가서 제사하고 차례상 차려놓고 음식 펴놓고 먹고, 집에 와서 다시 놀고, 제일 즐거웠던 것 같아요 그때가. 온 가족이 다 모이니까”
가족들과 보내던 날이기에 가족이 제일 많이 생각나는 날이기도 합니다.
[녹취: 박명남] “제일 싫은 날이 추석이에요. 제가 서울에 살다 왔는데, 몽땅 고향에 내려가고 거리는 텅 비잖아요. 홀로 거기서 창문 내다보면 내가 여기와서 뭐하는 짓인가 참 외롭고 죄책감 많이 들고. 고향에 두고 온 피해 본 형제 조카들이 있잖아요. 엄청 울었어요 서울 있을 때. 그런데 미국 오니까 추석이 안 그러니까 덜 한데 고향 생각은 나죠.”
함경북도 청진시 출신으로 2008년 영국에 정착한 최승철 전 재영한민족협회 회장도 추석 때 마다 형제들과 아버지 산소를 찾곤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음식 등 성묘를 위한 준비는 어머니가 모두 주도했던 것으로 기억했습니다.
[녹취: 최승철] “추석 쯤 되면 집 생각이 많이 나요. 한국에 2002년도에 왔으니 18년 됐네요. 그 동안 한번도 엄마를 못 봤지만 작년에 한 번 누님을 통해 편지를 받고 어머님이 잘 계신다는 사진도 받았는데, 이럴 때 쯤이면 우리 엄마 지금도 아버지 상 펴놓고 형제들 닥달하고 있겠구나 생각하면서...”
평안도 출신의 갈렙 조 씨도 추석은 친척들과 한데 모여 전, 송편, 생선 등 맛있는 음식을 먹는 명절로 기억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추석이라고 특별히 기념하지 않지만, 올해는 소회가 남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갈렙 조] “미국에서는 보통 일하는 날이니까, 평일처럼 취급되니까 일하느라 못 알아챌 수도 있거든요. 근데 올해는 특별하게 생각이 나네요. 미국에 와서 오래 되면서 점점 옛날에 잊어버리고 살던 것들이 생각나는게 있는 것 같아요.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으니까 좀 더 추석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나는 것 같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모두의 일상이 바뀐 가운데, 특히 수해까지 겹친 북한 주민들이 추석 명절 모습은 어떨 지 탈북민들은 우려의 목소리도 전했습니다.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정착했고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백악관을 방문한 그레이스 조 씨입니다.
[녹취: 그레이스 조] “참 안타깝죠. 미국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쿼런틴(격리)을 하지만 생활에 큰 지장은 없잖아요. 북한에서는 코로나라 하면 장마당에서 팔고 사는 것도 큰 지장이 될 거고... 사람들의 삶이 더 궁핍해지고 어려워지고 많이 힘들지 않을까.”
함경북도 출신으로 미국 중서부에 정착한 대니얼 김 씨도 같은 마음입니다.
[녹취: 대니얼 김] “여기서는 자유스럽게 저희도 탈북자들 다 함께 모여서 명절을 쇘습니다만 안타깝죠 거기 남아있는 분들 삶이 말이 아니죠. 이번에 코로나 때문에 국경 봉쇄를 해서 장마당에 물가가 열배 이상 올랐거든요. 그래도 추석에는 조상들한테 부모들한테 다 갈 겁니다. 의리가 있는 나라니까, 풍습이 그렇지 않습니까.”
영국의 최승철 씨도 북한 주민들의 이웃간 정, 가족간 우애는 여전히 남다르다며 이번 추석에도 주민들이 정을 나누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