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권 전문가들이 대북전단금지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예고된 전단 살포 계획과 한국 정부의 대응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대북전단금지법이 실제로 집행되면 워싱턴으로부터 큰 후폭풍을 맞을 것이라는 지적인데, 바이든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는 국제 인권단체의 주장도 나왔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탈북민 단체가 이번 주 중 북한에 전단을 보내겠다고 발표하면서 미국의 인권 관계자들은 한국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 집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앞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25일부터 다음 달 1일 사이에 대북전단 50만장과 1달러 지폐 5000장, 소책자 등을 북한에 살포하겠다고 예고했고, 한국 통일부는 경찰과 협력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워싱턴에서는 전단 살포시 최대 징역 3년 형에 처하는 대북전단금지법이 실제 집행될 경우 전단 문제를 넘어 한국 민주주의 실태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국제 인권 감시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존 시프턴 아시아국장은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는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특정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한국인들은 인권법에 따른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갖고 있고, 한국인들의 활동을 통제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은 자국민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존 시프턴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국장] “We don't take a position on leafleting and balloons. But we know this—the people of South Korea have freedom of speech and freedom of expression, rights under human rights law, and the South Korean government’s efforts to restrict the activities of South Koreans is a violation of their human rights.”
한국 통일부는 23일 박 대표의 ‘대북전단 살포 예고’에 대해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대북전단금지법)은 접경지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로, 개정 취지에 맞게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변호사 출신인 시프턴 국장은 이에 대해 “진짜 문제는 수천 장의 대북전단 살포가 아니라, 한국 정부가 북한의 인권 전력 압박을 포기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유엔에서 그런 활동을 포기했고, 정상적 외교에 반응하지 않는 나라(북한)에 더욱 외교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녹취: 존 시프턴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국장] “It's problematic, but a few thousand balloons and leaflets are not the real issue. The real issue is that the South Korean government has given up on pressing on North Korea's human rights record. They've given up at the United Nations, and they are adopting a more diplomatic approach to a country which doesn't respond to ordinary diplomacy.”
이어 “한국 정부가 북한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보다 김정은을 기쁘게 만드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는 게 더 큰 우려”라며 “북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전반적인 입장에 큰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존 시프턴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국장] “The bigger concern is that the South Korean government seems to be more interested in making Kim Jong-un happy than in protecting the human rights of the North Korean people. The real issue is the South Korean government's larger position on North Korea, which is highly problematic.”
시프턴 국장은 “우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문재인 정부가 이런 접근법으로부터 돌아서서 북한에 더 강경하게 대응하고 북한의 인권 관련 잔혹 행위와 범죄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도록 설득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존 시프턴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국장] “We're asking President Biden in the United States to try to convince the Moon government to turn away from this approach, and be tougher on North Korea, and communicate that its human rights atrocities and crimes are unacceptable.”
앞서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 15일 다른 인권단체 10곳과 함께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북 전략을 펼 때 인권 문제를 우선시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서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워싱턴의 인권 전문가들은 대북전단 문제는 전단의 내용과 살포 방식의 효용성 여부를 떠나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라며, 한국 정부가 단속에 나설 경우 미국의 최우선 가치를 겨냥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조만간 실행될 전단 살포 계획에 대해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 사는 사람들의 행동”이라며 “그들은 무엇인가에 반대할 때 이런 식으로 항의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며, 탈북민들이 북한에 현금과 정보를 날려 보내는 것을 한국 경찰이 막는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This is what people do in democracies. When they disagree with something, they engage in a protest like this. And it puts the South Korean government in a position of having to make a decision and it probably does not look good to have South Korean police officers stopping North Korean defectors from sending cash and information into the North.”
킹 전 특사는 대북전단 살포를 “민주주의를 행사하는 것”으로 규정하면서 “이는 민주주의 정부의 훌륭한 혜택 중 하나”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는 사람들에게 견해를 표출할 기회를 주고 인권은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This is an exercise in democracy, more than anything else...That's one of the great benefits of being a democratic government. This is what democracy is all about. Democracy gives people the opportunity to express their views and and to let other people know how they think about issues and human rights is one of the most important issues to deal with.”
동북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도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고, 북한의 인권을 지지하며, 대북전단 살포를 지지한다”며 “전단 살포는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문재인 정부는 이를 금지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든 창 변호사] “I support freedom of expression, I support human rights in North Korea, and I support this leaflet launch. This is something that could actually bring about positive change, and the Moon government should not prohibit it. The anti leaflet law that was enacted is wrong, and I hope that the National Assembly will repeal it.”
그러면서 “대북전단금지법 제정은 잘못된 것이며, 한국 국회가 이 법을 폐지하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고든 창 변호사는 “한국 통일부에 대북전단 살포와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고 전단 살포자들을 체포하지 말며 북한 인권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하겠다”며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녹취: 고든 창 변호사] “To the unification ministry, I say, you should allow this leaflet launch to occur, you should not arrest people, you should allow freedom of expression, you should support human rights in North Korea, and you should stop what you're doing, immediately.”
지난 15일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했던 고든 창 변호사는 청문회 전날 VOA에 “한국의 민주주의가 자국 대통령에 의해 공격당하고 있다”며 “취임 당시 민주주의의 진전을 약속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일반적인 민주주의의 개념이 아닌 북한이 정의하는 민주주의 방향으로 한국을 끌고 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청문회 당시 제임스 맥거번 하원의원도 안보를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선 안 된다며 대북전단금지법이 개정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국무부는 대북전단금지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예고된 전단 살포 계획을 지지하느냐는 VOA의 질문에 또다시 관련법의 재검토 필요성을 시사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23일 “우리는 한국이 독립적이고 강력한 사법부를 갖춘 민주주의로서 해당 법을 재검토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존중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We respect the fact that the ROK, as a democracy with an independent and strong judiciary, has tools in place to allow for review of the law.”
또한, “미국은 전 세계에서 표현의 자유를 증진하고 지지하며, 여기에는 한국처럼 소중한 동맹도 포함된다”며 “자유로운 대북 정보 유입과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에 대한 우리의 강력한 견해를 전달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밀접하게 접촉해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The United States promotes and supports freedom of expression around the world, including together with valued allies like the Republic of Korea. We have been in close contact with the ROKG to express our strong views about the importance of the free flow of information into the DPRK and freedom of expression.”
앞서 국무부는 지난 주 미국 의회에서 열린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청문회와 이에 대한 한국 내 비판과 관련해서도 같은 논평을 내놨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