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 세계 여성의 정치 참여와 고위직 진출 비율 등을 평가한 조사에서 하위권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처럼 여성의 정치 참여 수준이 낮은 나라는 인권 침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사회 안정과 발전도 더디다는 지적입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외교협회(CFR)가 30일, 전 세계 여성의 정치 참여과 사회 발전의 상관 관계를 평가한 ‘여성파워지수(Women’s Power Index)’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각 나라에서 국가수반과 내각, 의회, 지방 의회 등에 진출한 여성의 비율을 근거로 정치적 평등성 점수를 환산한 이번 평가에서, 북한은 100점 만점에 14점을 기록해 조사 대상 193개국 중 137위에 머물렀습니다.
세부 평가 항목을 살펴보면, 북한은 현재 국가 수반이 남성이고, 1946년 이후 여성이 국가 수반을 맡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입법부, 즉 최고인민회의 내 여성 대의원 비율은 18%를 기록하며 전체 123위를 기록했고, 여성 대의원 후보 비율도 18%로 전체 70위에 올랐습니다.
또 내각과 지방 의회에 진출한 여성 비율을 평가한 항목은 ‘자료 없음’으로 표시됐습니다.
미국외교협회 관계자는 31일 VOA에, 국제의회연맹(IPU)과 유엔통계위원회(UNSD) 자료를 토대로 연구를 진행했다며, ‘자료 없음’으로 표시된 것은 유의미한 조사 자료가 없거나 해당국에서 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북한처럼 외부와 교류가 없는 국가는 신뢰할 수 있는 연구 자료를 얻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처럼 여성의 정치 참여 수준이 낮은 나라는 인권 침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사회 안정과 발전도 더디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내각과 입법부에 진출하는 여성의 비율이 5% 증가하면 한 나라가 국제적 위기에 폭력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5배 이상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제시하며, 여성의 정치 대표성이 높아질수록 내전과 범죄, 정치적 수감, 고문 등 국가적 인권 침해가 낮아진다고 밝혔습니다.
또 여성 의원의 비중이 높은 의회일수록 남녀 평등을 촉진하는 법안이 많이 제출되고 교육과 환경 개선을 위한 국가적 지출과 투자도 더욱 활발해졌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여성의 정치적 참여가 사회 진보를 더욱 빠르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여성의 정치 참여가 늘어나 남녀 간 정치적 평등을 이뤘을 때 초당적 협력과 평등, 안정이 촉진된다는 것이 이번 연구 결과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해 12월 미국 조지타운대학 ‘여성평화안보연구소(GIWPS)’와 ‘오슬로평화연구소(PRIO)가 발표한 ‘2019 여성평화안보지수’에서도 여성 인권이 열악하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당시 조사에서 북한은 노동당 내 여성위원 비율이 16.3%로 전체 167개국 가운데 100위권을 기록했고, 여아 1명당 남아 출생 비율도 1.05로 평균을 웃도는 남아선호사회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북유럽 국가들이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스웨덴과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나란히 상위권에 올라 여성의 정치적 참여 비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반면 아시아 국가들은 여성의 정치적 참여가 가장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국은 17점으로 124위를 기록했으며, 중국과 일본은 13점으로 북한보다 낮은 공동 146위에 올랐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