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궁화 구조대’ “북한 해외 파견 인력 6명 구출”

허강일 씨와 박연미 씨가 유튜브 채널 '북한을 바꾸다'를 진행하는 모습

최근 미국 내 탈북민들이 조직한 단체가 지난 한두 달 사이에 해외 파견 북한 인력 6명의 탈북을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특히 해외에 합법적으로 파견된 북한 고급 인력 중 20~30대 청년들이 탈북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16년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 12명을 데리고 한국에 갔다가 나중에 미국으로 망명한 허강일 씨와 구독자 57만 명이 넘는 유명 유튜버이자 북한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인 탈북민 박연미 씨는 지난해 말부터 유튜브 채널 ‘북한을 바꾸다’를 공동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해외 주재 북한분들 탈북을 저희가 지원하겠습니다’란 주제로 영상을 올리면서 북한의 해외 파견 인력의 탈출을 지원하는 ‘무궁화 구조대’를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박연미 씨] “저희가 이 방송을 시작하면서 해외에서 일하시는 북한분들에게서 연락이 정말 많이 오잖아요. 정말 구출하고 싶고, 아니면 탈북 방법에 대해서 묻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진짜 해외에 계신 분들이 직접 연락해서 도와달라! 저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와 이렇게 유튜버의 역할이 정말 크구나…”

허강일 씨는 24일 VOA에, 일반 탈북민이나 해외 파견 노동자가 아닌 북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합법적으로 해외에 파견된 고급 인력들로부터 연락이 꾸준히 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허강일 씨] “저희가 원래 계획은 없었는데, 유튜브를 통해 북한 실상을 알리면서 그들이 저희 유튜브를 보고 감동을 받고 탈북하신 분들도 있어요. 아 진짜 왜 내가 이런 삶을 살지? 하고 공감하면서 탈북하는 분들도 있죠.”

이들이 지난달 결성한 ‘무궁화 구조대’는 도움을 요청한 북한 파견 인력이 안전하게 체류국의 한국대사관이나 유엔 시설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필요한 숙박비와 여행 경비와 정보를 제공하고 현지에서 협력 가능한 기독교 선교사를 연결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허 씨는 “무궁화는 자유와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을 대표하는 국화로, ‘끈기와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해 탈북민들과 연관성이 깊다”며 지난달 초 단체를 만든 뒤 한두 달여 만에 이미 6명을 구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탈북 지원을 요청하는 북한인들 대부분이 20~30대 청년이란 점이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허강일 씨] “최근에는 다 20대~ 30대입니다. 저희가 구출한 젊은이들이. 그래서 결혼 안 한 사람들도 많은데, 다 합법적으로 나왔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들이 얘기하는 게 대부분이 김정은 독재정권에서 자기 청춘을 썩히고 싶지 않다는 거죠. 그만큼 젊은 층들이 개화가 됐다는 소리죠.”

허 씨는 “청년들이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에 익숙하고 센스도 많아 해외 파견 중 유튜브와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자주 애용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인간개조론까지 꺼내 들며 청년들에 대한 사상교양사업과 비사회주의 척결을 부쩍 강조하는 것도 청년들의 이런 변화와 체제 위협에 대한 지도부의 우려를 반영한다는 겁니다.

허 씨와 박연미 씨는 최근 올린 동영상에서 해외 파견 북한 주재원과 직접 전화로 연결해 음성을 변조한 채 이들이 왜 자신들의 유튜브에 관심이 많고 북한 체제에 불만이 높은지를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허강일 씨] “지금 해외에서 한국 뉴스 다 봐요?”

[북한 해외 주재원] “공개적으로는 못 보고. 그냥 그냥해서 다 봐요.”

[허강일 씨] “그럼 저희 유튜브도 다 보겠네요?”

[북한 해외 주재원] “아 그럼. 지배인이 하는 유튜브는 그래도 좀 신뢰감이 있더라고. 거짓이 없고 나도 배우는 게 많고…”

이 단체를 통해 최근 안전지대로 탈출한 제3국 내 전직 북한 청년 주재원은 24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유튜브 등 인터넷 정보를 통해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호기심에 처음 유튜브 영상을 봤을 때는 내용을 전혀 믿지 않았지만, 계속 시청하면서 신뢰가 갔고 북한에서 배운 것들이 대부분 거짓임을 깨닫게 됐다”는 겁니다.

[탈북 주재원] “거짓말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이게 아니었구나! 알게됐죠. 요즘 북한 청년들은 다 압니다. 국가가 우리에게 해주는 것이 뭐가 있습니까? 점점 더 조이면 악밖에 안 생기죠. 반발심밖에 더 안 생기죠.”

이 탈북민은 또 “해외 파견 간부들뿐 아니라 북한 내 관리들도 최근 김정은의 횡포와 경제난 심화로 불만이 상당하고 빨간물은 다 빠졌다”며 “한 번 사는 인생 제대로 살고 싶어 용기를 내 탈출을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미국에 가고 싶어 미국대사관에 연락하고 싶었지만, 무서워서 연락을 못 했다”며 고민 끝에 허강일 씨 측에 이메일을 보내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허강일 씨와 박연미 씨는 이렇게 갈등하는 북한 파견 인력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서 탈출해야 할지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허강일 씨] “(북한 당국이) 여권을 다 회수해서 이제는 단위 책임자들도 못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까 해외에 나왔지만 자기 여권을 못 본 사람들이 많아요. 그 정도로 엄청 탈북 못하게 하는데, 최대한 여권 복사본이라도 건사하는 게 제일 좋고요. 만약 없으면 내가 북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든 가족사진들을 준비하시고요….”

이들은 또 동남아 국가는 한국대사관, 러시아는 유엔 난민기구에 접촉하는 것이 수월하고 추후 인터뷰와 조사 때 사실을 숨기지 말고 적극 협력해야 한국행이 용이하며 1~2년 기다릴 각오로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허 씨는 또 암호화 이메일 서비스로 보안 기능이 뛰어난 스위스의 프로톤메일(changenorthkorea@protonmail.com)을 사용하기 때문에 북한인들이 안전하게 자신들에게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유튜브 라이브 방송과 지인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탈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미래가 암울한 북한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북한의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이런 활동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허강일 씨] “이런 단체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특정된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우리가 북한을 변화시키고,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나와서 그만큼 보고 느끼고 배울 것은 배웠잖아요. 그러면 우리가 우리만 잘살며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내 고향 땅을 잊지 않고, 내 형제들을 잊지 않으려면 계속 북한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