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국제사회가 `세계 난민의 날' (6월20일)을 맞아 난민 보호를 촉구한 가운데 탈북 난민 상황은 여전히 최악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국무부는 VOA에 탈북 난민 수용에 계속 열려 있다고 밝힌 가운데 대북 시민사회단체들은 한국과 미국 정부가 탈북민 보호를 위해 중국 압박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1999년부터 22년째 탈북 난민 보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 두리하나선교회 천기원 목사는 현재 탈북 난민 상황이 “매우 절망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천 목사는 모든 상황이 탈북민들에게 적대적이어서 “구출할 길을 잃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천기원 목사] “우울할 정도가 아니라 정말 절망적이죠. 일단 내가 아는 선은 전혀 움직이지 못하니까. 국경! 중국, 북한, 동남아 전체가 다 검문도 그렇고 코로나 때문에 통제하니까 꼭 구해주고 싶은 사람도 길이 거의 없어요. 네트워크가 다 끊어지니까 최악은 최악인 것 같아요.”
동남아시아 A국에서 10년 가까이 탈북민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며 돕고 있는 한 기독교 선교사는 21일 VOA에, “지난 1월 이후 쉼터에 들어 온 탈북민이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탈북민들이 이동하는 중국과 동남아 국가의 국경이 사실상 완전히 봉쇄돼 이동을 못 하는 상황”으로 “아마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돼야 조금 풀릴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은 남성 17명, 여성 14명 등 3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5명과 비교해 77%가 급감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각국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전체 탈북민 입국자가 229명에 그쳤던 지난해에 이어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는 겁니다.
게다가 국무부에 따르면 제3국에서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입국하는 탈북민도 15개월째 전무한 상황입니다.
한국 갈렙선교회 김성은 목사는 지난해 3~4분기와 올해 입국한 탈북민은 대부분 동남아 국가들에 입국한 뒤 코로나로 장기간 발이 묶였던 사람들과 러시아 등에 파견됐다가 탈북한 남성들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목사는 중국을 탈출해 동남아를 경유하는 전통적인 탈북 통로는 사실상 막힌 지 오래됐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중국이나 북한에서 중국으로 탈북한다든지 이것은 거의 올스톱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도 빨라야 내년 봄에나 시작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중국 정부가 탈북에 관여하는 기독교 선교사들을 거의 다 추방한 것과 한국 내 관계자가 중국으로 들어가 탈출을 돕기 힘든 상황, 코로나 확진자 급증으로 비상사태인 동남아 국가들의 환경 등 복합적 이유가 작용하고 있다고, 탈북 지원단체들은 밝혔습니다.
특히 한국행 탈북민들이 가장 많이 경유하는 태국은 4월 이후 코로나 확진자가 거의 매일 3천 명을 넘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돼 탈북민들의 입국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란 겁니다.
대북 인권단체들과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과 중국을 의식해 탈북민 보호에 소극적인 것도 상황 악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세계 70개 이상의 단체와 개인 활동가들이 연대한 북한자유연합(NKFC)의 수전 숄티 의장은 21일 VOA에, 미국의 전직 고위 관리 23명과 민간단체 대표들이 지난달 1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중국 내 탈북민 보호를 호소하는 서한을 보냈지만 아직 아무런 응답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숄티 의장] “We have not yet received a response. There's been no development. These refugees are still being detained in detention in China. They're mortal danger if they are repatriated to North Korea,”
중국 내 구금시설에 있는 기독교인과 어린이 등 적어도 탈북민 130명이 북송 위기에 처해 있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 정부가 이들을 인도적 차원에서 수용할 것을 요청했지만 전혀 응답이 없어 매우 실망하고 있다는 겁니다.
숄티 의장은 중국이 이들을 계속 구금하기를 원하지 않고 있고 북한 당국은 코로나 사태로 탈북민 수용을 거부하고 있어 지금이 이들의 생명을 살릴 적기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역대 한국 대통령들처럼 탈북민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북한인권특사를 조속히 임명해 중국 정부에 탈북민 보호와 개선 압박 등 미국의 목소리를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지난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토론회에서 재임 시절 거의 해마다 중국을 방문해 공산당 간부들을 만나 탈북민 등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했다며, 미국 정부가 북한인권특사 임명을 통해 탈북 난민 등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우려를 중국 정부에 제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 think it’s important to raise issues with the Chinese government, the issue of particular concern was the difficulty of defectors of refugees leaving North Korea, passing through China and then being able to go to South Korea or elsewhere. And it was I think important for the Chinese to hear from the United States that this was an issue of concern to us.”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21일 미국의 탈북 난민 수용 정책과 관련한 VOA의 질문에, “(난민) 재정착은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난민을 지원하고 인도주의적 지도력을 보여주는 여러 방법 중 하나”라고 대답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 “Resettlement is one of several ways the U.S. supports refugees globally and demonstrates its humanitarian leadership.”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북한인들은 모든 적절한 범주에서 미국의 난민 수용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있으며 해당 회계연도의 난민 입국에 관한 대통령 결정이 정의한 대로 모든 가능한 할당에 따라 계속 미국에 재정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 "North Koreans may access the U.S. Refugee Admissions Program in any appropriate category and may continue to be resettled under any available allocation as defined in the Presidential Determination on Refugee Admissions in a given fiscal year.”
이 관계자는 또 “미국은 북한 문제를 포함한 우리의 외교정책 중심에 인권을 두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세계 난민의 날 성명에서 “난민 보호는 우리의 DNA 중 일부”라며 보호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별도 성명을 통해 미국이 1980년 이후 난민 310만 명을 수용했으며 올해 6만 2천 500명 수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