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한국으로 들어 온 탈북민 수가 불과 12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는 탈북 루트가 전면 봉쇄된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석 달 간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 수가 모두 12명으로 잠정집계됐다고 1일 밝혔습니다.
이 같은 수치는 통일부가 분기별 탈북민 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3년 이후 사상 최저 수준입니다. 또 지난해 2분기에 기록한 320명과 비교했을 때 무려 96%나 줄어든 수치입니다.
올해 1분기만해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규모는 135명이었습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탈북민 입국이 크게 줄어든 이유로 세계적으로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꼽았습니다.
[녹취: 여상기 대변인] “12명으로 급감한 것은 보다 전문적인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현재 가장 큰 원인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코로나 발생 이후 관련국들의 국경 폐쇄가 있었고 이로 인한 인원 이동이 어렵기 때문에 입국 탈북민 숫자가 급감한 것으로 이렇게 보입니다.”
탈북민 지원단체 ‘북한인권 제3의길’ 김희태 사무국장은 신종 코로나 때문에 북-중 국경이 막힌데다 라오스를 거쳐 태국으로 들어가는 루트 또한 봉쇄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희태 사무국장] “이미 중국으로 들어온 탈북자들 중에서 한국행을 원하는 사람들이 중국 내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동하지 못했고 또 제3국에도 국경이 봉쇄되면서 예전보다 국경 넘기가 어려워지면서 탈북자들을 이동시키는 일을 하는 브로커들 활동이 3개월째 중단되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고.”
김 사무국장은 태국 북부 지역 이민국에 탈북민들이 수 십 명 체류하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로 한국으로 오기 위해 경유해야 하는 방콕으로 가지 못하고 발이 묶인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김 국장은 신종 코로나 사태가 호전되면서 중국 내 이동은 수월해졌지만 라오스를 거쳐 태국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막힌 탓에 앞으로도 이 같은 병목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시나 폴슨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은 2분기 탈북민 규모의 감소 폭이 매우 이례적이라며, 중국 내 이동은 물론이고 북한에서 중국으로 가려는 북한 주민들의 시도 자체가 줄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녹취: 시나 폴슨 소장] “It is worrisome because it means people in N.Korea who may desire to leave because situation in N.Korea has not improved, you know, it doesn’t reflect a great improvement in the situation.”
매달 한국 내 탈북민들과 인터뷰 조사를 벌이고 있는 폴슨 소장은 “생활고 때문에 북한을 떠나려는 사람들에게 신종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는 걱정스런 상황”이라며 “탈북민 감소는 북한 내 경제 상황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아니더라도 한국에 들어오는 탈북민 수는 갈수록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왔습니다.
2010년과 2011년 2천400∼2천700명 수준이었다가 점점 줄어 지난해는 1천47명까지 내려왔습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도 국가시스템이 어느 정도 정상화하면서 이제는 생존을 위해 탈북하는 ‘생존형 탈북’에서, 가족 중 1명 정도만 한국으로 탈북해 생활비를 송금하는 ‘생활형 탈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우영 교수] “이제는 90년대처럼 생존 때문에 탈북하진 않거든요. 굶어 죽을까봐 탈북하는 것은 이제 끝났기 때문에 생활형 탈북이라고 얘기하는 데 2000년대 이후는. 그러니까 생존형 탈북과 생활형 탈북은 구별해서 봐야되고 생존형 보다는 생활형은 전체 숫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거든요.”
김희태 사무국장도 신종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기 전에 이미 북한에서 중국으로 탈출하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며, 이는 북한 내 장마당이 활성화되면서 탈북을 해야 할 경제적 동기가 약화된 때문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