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북한에 가족을 둔 탈북민들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미국에 거주하는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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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입국한 40대 탈북 여성 쥴리 (가명) 씨. 미 남동부 앨라바마주의 자동차 제조업단지에서 전문인력으로 종사하며 안정적인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쥴리씨의 남은 한 가지 소망은 북한에 있는 가족과 함께 살며 자신이 누리는 자유와 풍요를 나누는 겁니다.
1년에 한 번 1만 달러가 넘는 돈을 보내며 이역만리 타국에서 가족들을 지원하고 있는 쥴리 씨는 최근 큰 시름에 빠졌습니다. 2월에 가족과 연락하고 난 후 통화가 이뤄지지 않아 최근에는 메시지만 남겼습니다.
[녹취: 쥴리] “중국 사람들이 칩을 받아서 전화를 했는데, 중국 사람과 끊기니까, 전화카드에 돈을 넣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메시지를 보냈어요. 코로나 때문에 지금 전 세계가 펜데믹이 됐고, 북한에서는 잘 모르니까, 집에서 몸관리 잘 하면서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 있으면서 민간요법 같은 거, 생강차 끓여 마시면서..메시지만 보내니까.. 메시지를 열어봐야 하는데, 핸드폰이 잘 될지 모르지만 보내봤어요.”
그동안 믿을 만한 브로커를 통해 연락을 주고 받았었지만 중국과 북한의 국경이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겁니다.
쥴리 씨는 지난 2월 가족과 통화 당시 브로커의 이야기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녹취: 쥴리] “움직이지 못하게 통제했으니까 뭘 사 먹고 싶어도 갈 수 없고, 중국에서 밀수 못하게 만들었잖아요. 그러니까, 먹을 것도 없고, 자기네가 살 수 있는 필수품을 살 수가 없는 거에요. 시장에 가도 살 수가 없다는 거에요. 쌀도 없고 먹을 거도 없고..”
국경 봉쇄의 여파로 주민들이 생활에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국경경비대와 보위사령부까지 전염병으로 죽어나간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미 동부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서 해산물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데보라 최 씨는 중국 브로커의 소식을 기다리다 연락이 끊겨 가족에 대한 염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녹취:데보라 최] “소식이 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중국 분이었는데, 설 명절 쇠러 나오면서 소식을 가지러 나오기로 했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세관이 막혀서 돌아갔다고 하더라고요. 코로나 때문에 소식을 받기로 한 게 무산되었고, 상황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거든요. 너무 걱정도 되고..”
데보라 씨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린 주민들은 대문이 봉쇄되는 상황이라는 유투브 영상을 봤다며, 사실 여부를 떠나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녹취:데보라 최] “너무 걱정되고 가족들이 다 연로하신데, 기도하면서 무사하기를 바랄 뿐이에요.”
리치몬드에서 요식업소를 운영하는 소피라 린 씨도, 2월에 연락한다는 가족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는다며 불안해했습니다.
회령이 고향인 소피아 씨는 “송금일자가 되면 반드시 연락이 오는데 어머니와 동생과 언니가 어떤 상황인지 몰라 갑갑하다”는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전문직 종사자인 30대 탈북 남성은 2주 전에 평양의 부모님과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이 남성은 부모님이 “병에 걸린 사람은 보지 못했지만,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나라가 완전 봉쇄되면서 물건 유통이 이뤄지지 않아 빚을 지게 생겼다며 아들에게 도움을 청했다는 겁니다.
친척이 브로커인 이 남성은 최근 북한에 송금하면 돈이 사라지거나 받아도 갈취 당하는 경우가 잦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또 부모님을 통해 이런 상황이 한 달 전부터 있었고 매우 혼란스럽다는 말을 직접 들었습니다.
이 남성은 일반 주민들은 전염병 보다 생활고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클 것이라면서, `고난의 행군’도 겪어보지 못한 청년들과 저축도 못하는 주민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탈북민들은 북한 내부에서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는 말이 돌고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쥴리] ”국경 봉쇄하고 유엔 제재까지 해서 그 때 보다 더 물건도 없고,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대요. 그냥 숨만 쉬고 있대요, 쌀도 없고,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대요. 고난의 제2행군이라고 말하더라고요. 그 말씀하시는 분은 국경연선에서 살아서. 그래도 국경도 아비규환이래요. 힘들대요.”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이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합니다.
켄터키에 거주하는 폴 한 씨는 최근 북한에 남은 유일한 가족인 형수와 조카와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돈을 보내기 위해 연락했는데 60대와 30대인 형수와 조카에게 전염병에 대한 이야기조차 듣지 못했다면서, 오히려 염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폴 한] “모르죠. (위험성) 말로 코로나라고 하면,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생각만하지. 위험을 잘 모르죠. ‘코로나 라는게 도는구나’ 그렇게나 인식하지. (다른 나라에서) 사람 죽어 나가는지 모르죠. 대처라는 게, 방법도 없죠. 방법이라는 게 다니지 않는 건데, 그렇다고 굶어죽을 수는 없는 거고. 피해서 다니겠죠 “
함흥이 고향인 폴 한 씨는 김정은과 측근들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더라면서 아이러니하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폴 한] “북한이란 게 그렇죠. 김정은이 코로나에 대해 알잖아요. 다 알건데, 그게 북한 땅에 들어오면, 북한이라는 게 헤어날 수가 없죠. 어마어마하게 단속하는 거 같아요. 다 마스크 끼고 다니잖아요. 코로나 번식이 시작하면 헤어날 길이 없어요. 군대가 다 영양실조니까, 단속이 어마어마. 사람들이 대처 방법이라는 게(웃음)”
한 씨는 전 세계가 북한을 돕겠다고 하는데 북한은 입을 다물고 있다며 북한 정권을 비난했습니다.
[녹취: 폴 한] “그 놈들이 입 다물고 있으면 지원도 못들어가고 의사도 못들어 가잖아요. 본색을 드러내잖아요. 코로나가 있을 거 같아요. 무서워서 오픈하지 못하죠.”
미국 내 탈북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전염병 확산은 재앙이라고 말합니다. 영양상태가 부족하고 의료체계가 열악한 북한에서 주민들이 어떻게 버티겠냐는 겁니다.
[녹취: 소피아 린] “이런 발전된 미국에서도 고치지 못하는 병이니까, 북한 같은 위생이 안된 나라에서도 일단 퍼지면 많은 피해를 볼 수 있으니까, 최대한 걸리지 않게 조심하고, 걱정이 많이 되는데 방도가 없네요, 북한도 일년에 한 번씩 사람이 많이 죽고 했어요.”
쥴리 씨는 북한이 외부로부터 의료장비 등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일반 주민들에게 가지 않을 거라며, 북한 당국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소피아 린] “노동신문 보면, ‘많은 현장에서 따뜻하게 돌봐주고 있다’ 라고 대서특필 했던데요, 그런데 돌봐주긴 뭘 돌바줘요? 유엔에서 지원 들어가면, 대체로 그게 다 김정은 측근들, 일반 국민들에게는 가지 못해요. 의료장비 의료시설들 보내주면.. 특급계층만 잘 해주지.. 일반 국민들에게는 몰라요. 지방은 너무 차이가 나서, 의료장비 조금 들어가면.. 내가 지방에서 살면서 받아본적이 없어요.”
북한에 어머니와 동생을 두고 나온,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제임스 리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핵 폭탄이 있다는 말 외에 북한이 하는 말은 믿을 수 없다는 겁니다.
[녹취: 제임스 리] “(확진자가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죠. 진단할 수 있는 키트도 없고, 그 나라 믿을 말이 핵 폭탄 있다는 말은 믿을 만 하고, 걸렸다고 하면 더 힘들 거고 대책이 없으니까, 봉쇄가 돼서 이래도 힘들고 저래도 힘든데 코로나까지 걸리면 더 힘들겠죠. 운명에 맞기는 수밖에..제가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북한에 있는 가족과 주민을 바라보는 미국 내 탈북민들.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전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채 경제적 고통을 겪는 가족과 주민들에 대한 염려가 깊습니다.
그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난국을 잘 버텨주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녹취: 탈북민] “ 엄마, 오빠, 삼촌들 무사히 잘 견디고, 여기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안타깝고, 기도하고 하나님이 꼭 보호해 주실 거라고 믿어요. 잘 이겨내기실 바라겠습니다."
[녹취: 탈북민] “모두 병걸리지 않고, 다 건강하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모두 만나는 날 까지 안심하고 살았으면 좋겠고만..”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