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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풍경] 프린스턴대 학생들, 엘리트 탈북자 이야기 무대 올려


미국의 명문 프린스턴대 학생들이 평양 출신 엘리트 탈북자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 '목란 언니'를 무대에 올렸다. 사진 제공: Princeton University/Facebook.
미국의 명문 프린스턴대 학생들이 평양 출신 엘리트 탈북자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 '목란 언니'를 무대에 올렸다. 사진 제공: Princeton University/Facebook.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미국의 명문대 학생들이 평양 출신 엘리트 탈북자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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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목란 언니’는 한국의 유명 희곡작가 김은성 씨의 2012년 작품으로,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북한의 국화인 ‘목란’에, 성이 조 씨인 주인공 여성 조목란의 이름은 `조선의 꽃’이라는 의미로도 읽혀집니다.

주인공 조목란의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이 직접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오마닌 누구보다 공화국을 자랑스러워 하십니다. 나도 오마니 같이 내 조국에 가서 살고 싶습니다. 다시 조선으로 갈 수 있다믄 하눌에 사다리를 놓는 일이라도 하갔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목란’은 원하지 않는 상황에 휩쓸려 한국으로 온 가상의 인물입니다.

지난 2006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한국의 현대사를 소재로 작품을 올려온 김은성 작가에 의해 탄생됐습니다.

김 작가는 VOA에 2012년 작 ‘목란 언니’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김은성] ”다시 북으로 돌아간 탈북자가 200명인 해드라인을 보고, 당시 충격이었거든요. 한국에서 잘 정착해서 살아가실까. 이런 정도로만 생각했었지 다시 북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어쨌든 한국에 왔는데 싫거나 적응을 못하니까 돌아가는 거 아니겠어요?”

당시 2만 4천여 명의 탈북자가 한국에 정착한 상황에서 모든 탈북자들이 자유를 찾아 스스로 나선 것은 아니며, 자발적이었다고 해도 모두가 후회없이 사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김 작가는 평양 엘리트 출신으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조목란’이란 주인공 여성에 대해, 자신이 만난 탈북민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명문 프린스턴대 학생들이 평양 출신 엘리트 탈북자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 '목란 언니'를 무대에 올렸다. 사진 제공: Princeton University/Facebook.
미국의 명문 프린스턴대 학생들이 평양 출신 엘리트 탈북자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 '목란 언니'를 무대에 올렸다. 사진 제공: Princeton University/Facebook.

김 작가는 작품의 의도는 탈북민이나 조선족 또는 다른 이민자들 즉, 외부인의 시각으로 본 한국사회를 조명하는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을 미국사회에 처음 소개한 프린스턴대학교 비교문학과 학생인 김전영 씨는 탈북민의 상황과 인물에 집중했습니다.

[녹취: 김전영]”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사는데 남한에서 살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나 북한에 대한 그리움을 표출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더라고요. 탈북 후 내레티브가 보통 자유를 찾아서, 행복을 찾았다.. 라든지 남한 생활이 북한 생활보다 훨씬 낫기 때문에 더 좋은 삶을 살게 됐단 게 대부분인데, 이 연극은 조목란 이라는 주인공이 북한에 다시 가고 싶어서 북한에 가려는 내용이잖아요..”

‘목란의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중요하게 여겨져 연극을 올리고 싶었다’며, 이를 위해 한국에서 탈북민 지원단체의 활동에도 참여하는 등 탈북민들의 정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유학생인 김전영 씨는 특히 북한과 한국 지방 사투리가 엉켜있는 한국 극작가의 작품의 영어 번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습니다.

2017년 `목란 언니’의 영문본을 완성한 번역가 정다영 씨는 VOA에, 미국인들의 이해를 고려해 번역본을 수정했다고 말했습니다.

평양말, 함경남도, 함경북도, 서울말, 목포말의 의미 전달과 지역적, 계층적 차이를 나타내면서도 필요 이상으로 북한 사람을 낯설게 느끼지 않도록 번역하는 것에 중점을 뒀습니다.

정 씨는 또 공연 시기에 따라 번역을 수정한다면서, ‘송금하라’는 말을 이번에는 미국 내 핸드폰 송금 앱 이름을 써 “Venmo me”로 번역한 예 등을 들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목란 언니’의 영어연극 ‘시스터 목란’이 지난 2월 14일부터 프린스턴대학 루이스 아트센터에서 5일 간 공연됐습니다.

연극 ‘목란 언니’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주인공 ‘조목란’과 20여 명 주변 인물이 등장하는데, 목란은 평양의 엘리트 집안 출신인 26세 여성 아코디언 연주자로 월북할 돈을 벌기 위해 술집 주인 한국여성 ‘조대자’를 찾아갑니다.

3남매를 둔 나이든 조 씨는 병석에 누워있는 큰 아들의 간병인으로 목란을 고용했고, 목란은 큰 아들에게 아코디언 연주를 가르쳐 줍니다.

실연의 아픔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무직의 역사학자인 아들의 병은 사랑을 하면 고칠 수 있다는 조언을 들은 조대자가 목란과 아들을 엮어준 겁니다.

조대자와 3남매는 목란과 점점 가까워지고 목란의 인간적인 면모에 끌리게 됩니다.

연극은 ‘허태산과 간병인 목란과의 관계, 교수 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인 둘째 아들과 사랑에 빠진 목란,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막내 딸 허태양과 목란의 관계’를 극의 갈등 요소로 등장시킵니다.

조대자의 요청대로 목란은 큰 아들과 결혼을 약속하지만, 둘째 아들과 사랑에 빠집니다.

목란은 자신과 도망치자고 제안하며 둘째 아들이 보여준 돈 5천만원을 훔쳐 달아나고 브로커와 함께 한국을 떠납니다.

욕망과 이념의 충돌 속에 월북을 선택한 조목란. 그러나 처음부터 돈만 있으면 월북할 수 있다고 부추긴 브로커가 안내한 곳은 중국의 어느 홍등가였습니다.

한국 가요를 중국말로 부르며 붉은 불빛 아래로 걸어 나오는 목란을 마지막으로 연극은 끝이 납니다.

연극 ‘목란 언니’를 공동기획하고 목란 역을 맡은 심리학과 학생 캐롤 리 씨는 목란이란 인물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녹취: 캐롤 리]”I think that woman has been a fighter, and she has always been a survivor, but in order to survive. She has to give up some sense..”

늘 싸웠으며 생존자였고 살기 위해 자신의 가치를 포기하며 살아야 했다는 겁니다.

프린스턴대학은 연극 ‘목란 언니’의 목란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한반도 분단 상황의 희생자로 바라봤습니다.

그런 만큼 연극과 함께 북한 주민과 그들의 상황을 알리는 부대 행사들을 병행했습니다.

지난 2013년부터 매년 북한인권 관련 행사를 열고 있는 프린스턴대 북한인권 모임인 PNKHR과 공동으로 컨퍼런스와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PNKHR의 브랜든 리 회장은 VOA에 중국 내 탈북 여성들과 자녀들의 교육, 의료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미국 내 민단단체 크로싱 보더스와 전미북한위원회(NCNK) 등과 함께 탈북민을 초청해 토론회를 열었다고 말했습니다.

각기 다른 상황에서 경험하고 연구한 인물의 다양한 시각으로 북한 인권을 이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겁니다.

김전영 씨는 이런 행사들이 북한 주민과 탈북민들의 현실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전영]”전시회도 그렇고, 다양한 워크샵과 관객과의 대화 등등 이벤트에서 북한 이슈나 인권 이슈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하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이런 공연을 통해 인권의 문제에 대해 알릴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뜻 깊었어요.”

김전영 씨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알지 못하는 탈북민과 북한 주민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 성과였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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