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입니다. 미국사회에 최초로 북한의 현대미술을 소개한 한인 교수가 지난해 펴낸 영문 서적 출간을 기념하는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현장음 녹취] “Pay attention to the image in the red box and focus on the lower right corner. We see very bold and dynamic press trucks around the clothes on the arm and yet, soft and realistic rendition..”
“제가 빨간 선으로 네모나게 표시해 놓은 우측 하단 구석에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팔과 옷 쪽을 보면 매우 대담하고 역동적인 선을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손과 헬멧은 부드럽고 사실적이죠!”
지난 15일 워싱턴 시내 아메리칸대학교 카젠미술관에서 지난 8년 간의 연구 결과를 설명하고 있는 조지타운대학교 문범강 교수.
조선화 사진 자료를 화면으로 띄우며 청중의 시선을 마음대로 끌고 갑니다.
같은 그림 속의 오류를 지적하면서도 전체적으로 매우 훌륭해 북한의 국보로 소장됐다고 설명합니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북한을 9차례 방문하며 수 백여 점의 조선화를 본 문 교수는 선전화라는 한계 안에서 조선화 화가 개개인의 예술적 표현의 증거들을 찾아내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고 말했습니다.
연구 내용을 30여 점의 그림을 통해 소개했는데, 조선화의 창의성과 예술성이 돋보이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지목하고 세밀히 분석하면서도 서양의 명화들과 비교하는 부분은 강연의 하이라이트 였습니다.
손으로 만져질 것 같이 튀어나온 말의 근육을 표현한 조선화의 한 부분을 확대해 설명했는데, 정면으로 달리는 말의 생동감을 표현한 부분은 중국이나 한국화의 명작들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4명의 북한 화가들이 그린 집체화 설명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1997년에 제작된 ‘가진의 용사들’인데, 폭풍우로 거칠게 요동치는 바다에서 동료 어부를 구하는 장면을 표현한 수묵화 부분입니다.
[현장음 녹취] “The movement can connect directly straight forward through the throne rock of the water, but the major action shows more dynamic..”
화폭에 담긴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 역동적이고 연속적인 표현이 매력적이며, 동료를 구하기 위해 던진 밧줄을 그려 넣은 대각선 구도가 시각적인 효과를 더해줬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그림은 특히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화가였던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The Raft of the Medusa)’과 비교했습니다.
무능력한 지도자로 인한 희생을 빚어낸 실제 사건을 담은 제리코의 그림과, ‘가진의 용사’ 두 그림이 던지는 의미는 상반되지만 그림의 생동감과 대범하고 안정적인 대각선 구도 등이 견줄만 합니다.
문 교수는 평양에서 북한 화가들을 인터뷰한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문 교수는 VOA에, 북한 화가들을 만나는 과정에 안내원이 따라붙는 등 많은 대화는 나눌 수 없는 한계점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화가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지 않았다면 조선화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40여분 간의 강의가 끝나고 100 여명의 청중은 질문을 쏟아냅니다.
북한 집체화가 그려지는 배경이 무엇인지, 그림 속 역동적인 표현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오랜 기간에 걸친 조선화 연구가 화가인 문 교수 자신의 작품세계에도 영향을 주었는지, 그리고 북한의 미술산업 관련 질문 등이었습니다.
40대 미국인 남성은 조선화에 대한 소감에 대해, 작품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에 작품들이 선전화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40대 남성] “I really enjoyed his event. When you look at chosonhwa art, it's almost too easy to forget that it is propaganda…”
그러나 그림의 아름다움과 화가들이 정권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상충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인들은 대부분 문 교수의 분석이 매우 새롭고 통찰력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날 소개된 ‘북한 미술 조선화의 신비한 세계’는 문 교수가 2018년 출간한 ‘평양미술: 조선화 너는 누구냐’의 영문판으로 총 232쪽 분량에, 6장으로 구성됐습니다.
‘조선화의 탄생’, ‘전통적인 조선화 안의 표현 혁명’, ‘조선화의 전성기: 이념화의 변모’, ‘주목되는 현대미술가와 작품들’, ‘집체화’, ’현대 문인화’를 내용으로 합니다.
인물, 그림, 사료 등 170여장의 사진이 실린 이 책은 한국 문화체육부로부터 자료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학 연구기관과 단체에 배포할 영문 서적을 지원하는 기금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편, 2016년 전시회 ‘현대북한미술: 사회주의 사실주의 변천’을 시작으로 미국사회에 북한의 조선화를 소개해 온 문범강 교수는 VOA에, 미국인들로부터 그동안 공통된 반응을 발견했다고 말합니다.
[녹취: 문범강 교수] “감상을 하고, ‘모르는 걸 보여 줘서 굉장히 고맙다’ 이렇게 인사하시는 분들도 있고 그 모르는 세상에 대한 표현법에 대해서 상당히 신기하기도 하고요. 그런 점들이 또한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에요. 제가 강연을 하면, 북한의 그림이 ‘이렇게까지 그 어떤 활기찬 그림을 그리는 줄 몰랐다’. 이념을 떠나서 하는 이야기에요”
문 교수는 북한 그림을 이념으로만 본다면 할 이야기가 없다고 말합니다.
문 교수는 2011년부터 이어져온 자신의 연구 결과물이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시각을 만들어주기를 바랬습니다.
[녹취: 문범강 교수] “북한 미술에 대한 새로운 그 같은 시각, 제시, 이런 데 대한 눈을 뜨게 될 거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북한 미술을 딱 한 방향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다양성 있다 그 속에서도ㅡ 그 다양성이 어디서 나오냐 하면은 북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사회적인, 또 정치적인, 그리고 문화적인 이러한 모든 백그라운드가 그림으로 나타나고 있다. …”
무엇보다 문 교수는 한인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책을 출간했다며 북한의 문화유산은 이후 통일된 한반도가 공유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문범강 교수] “제가 한국에서 태어났으니까 이 남북이 결국은 우리에게 한반도인데, 이 한반도의 문화유산은 결국 우리의 문화유산이 될 텐데 이것을 내가 미리 발견해서 세계에 좀 알려야 되겠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