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 매체가 최근 장시간 태풍 특보와 피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자세히 전한 것은 기존의 보도 관행과는 다른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태풍 대응을 강조한 것에 대한 후속조치 성격이라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제8호 태풍 ‘바비’가 한반도 서해안을 따라 북상하며 북한 황해도 지역에 상륙했던 27일 아침,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태풍의 이동 경로와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했습니다.
[녹취:조선중앙TV] “태풍 제8호의 영향을 받고 있는 지역들의 상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태풍의 강풍반경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황해남도 옹진군에서 5시 현재 초당 20 m 이상의 강풍이 불면서…”
방송은 강풍으로 뿌리째 뽑힌 가로수와 길가로 고꾸라진 전신주는 물론 외벽이 뜯겨 나간 백화점 건물, 또 사람 무릎까지 차오른 물로 침수된 도로와 자동차 등을 여과 없이 보여줬습니다.
비옷을 입은 취재진이 강풍 속에서 힘겹게 우산을 움켜쥔 채 현장 상황을 중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녹취:조선중앙TV] “여기는 대동강변에 자리잡고 있는 능라도입니다. 지금 현재 시간은 7시 30분입니다. 태풍 8호가 지금 평양시와 가까워지면서 그 바람 속도가 점점 세지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는 26일 오전부터 다음날까지 24시간 동안 이런 태풍 특보 체제를 유지했습니다.
북한 ‘예술영화’가 정규 편성된 새벽 시간에는 중간중간 방영을 끊고 태풍 속보를 진행하는 한편 영화가 나가는 와중에도 화면 하단에 자막을 통해 태풍 상황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가을, 태풍 ‘링링’이 지나갔을 때도 관영 방송을 통해 2,3시간 간격으로 ‘재난방송’을 내보내며 피해 상황을 전했는데 이번에는 이를 더욱 확대한 겁니다.
북한 매체를 오랫동안 관찰해 온 마틴 윌리엄스 스팀슨센터 객원연구원은 2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24시간 이상 방송을 이어간 것은 처음이며 태풍 피해 현장을 그대로 방송하는 등 내용 면에서도 새로운 부분이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윌리엄스 연구원] “Some of the footage was probably only an hour old when it was broadcast on KCTV. You know the way that the North Korean media work. Everything is sort of highly orchestrated…”
일부 피해 관련 영상은 불과 방송 1시간 전 촬영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모든 것을 철저히 기획하고 검열한 뒤 보도하는 북한 매체의 관행과는 다른 모습이라는 겁니다.
다만 소개된 피해 현장이 낙후 지역이 아닌 백화점 건물 등 도시 지역에 집중됐고 다른 국가의 태풍 피해 상황도 비중 있게 소개했다며 이는 당국의 의도가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윌리엄스 연구원은 조선중앙TV의 이번 태풍 특보가 김정은 위원장이 전날 주재한 회의에서 태풍 대비 강화를 지시한 것에 대한 관계 당국의 후속 조치 성격으로 보인다고 해석했습니다.
또 북한 매체들이 앞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피해 지역에 구호품을 보내는 등 당국의 지원 소식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일부 해외 언론인과 북한 연구자들도 북한의 이번 태풍 보도를 주목하며 이에 대한 자신의 소감을 트위터에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국제방송인 ‘CGTN’의 뉴스 프로듀서는 자신의 트위터에, ‘새로운 방식, 조선중앙TV가 태풍 피해 지역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하며 기자가 현장에서 생중계 한다’면서 ‘태풍과 홍수가 북한의 올해 농사와 식량 공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며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북한 전문가인 아이단 포스터-카터 영국 리즈대학교 박사는 트위터에 ‘이런 투명성은 북한을 위해 정말 중요한 것’으로 앞으로 이런 추세가 지속하길 바란다며 ‘경제 통계 발표’와 ‘정확한 예산’ 등을 언급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