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고위 관리가 북한 정권이 정치범들을 노예화해 캐낸 석탄을 수출해 통치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보고서 내용과 관련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그러면서 영국은 북한 당국에 자의적 구금 등 심각한 인권 침해에 대한 개선을 계속 촉구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 외교부의 타리크 아흐마드 영국 연방·남아시아 담당 국무상은 11일 “영국은 북한 정치범수용소 수감자들이 석탄 생산과 다른 물품 수출의 노예가 되고 있다는 보도들에 대해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흐마드 국무상] “The UK is aware of reports that people held in prison camps are enslaved in coal production and other goods for export.
아흐마드 국무상은 북한 정권이 18호 북창 관리소에서 해마다 석탄 800만t을 생산하는 등 정치범들을 노예화하고 있다는 민간 보고서에 대해 영국 정부가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묻는 데이비드 앨튼 상원의원의 서면 질의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아흐마드 국무상은 “영국은 이런 북한 내 끔찍한 인권 상황에 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영국이 석탄 노예 관련 보고들을 검증할 수 없지만, 북한 정부에 자국민에 대한 자의적 구금 등 심각하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에 관한 많은 보고서의 지적을 인정하고 해결할 것을 계속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유엔 인권기구들이 방해와 제한 없이 북한에 접근하도록 허용할 것을 북한 당국에 촉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영국이 지난 2020년 7월 ‘세계인권제제 체제’(Global Human Rights sanctions regime)를 통해 북한 국가보위성 7국과 인민보안성(현 사회안전성) 교화국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흐마드 국무상] “That is why in July 2020, the UK designated two DPRK entities through the Global Human Rights sanctions regime, including the Ministry of State Security Bureau 7 and Ministry of People’s Security Correctional Bureau.”
앞서 영국 외교부의 리타 프렌츠 국제인권담당 대사도 지난 10일 유엔 인권이사회가 개최한 북한 인권 상호대화에서 북한 정권의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국제사회가 모른체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프렌츠 대사] “we must not ignore. These include an increase in gender-based human rights violations, violations of the rights to freedom of assembly, association and expression, and arbitrary detention and execution of its citizens,”
국제사회는 성에 기반한 인권 침해, 집회와 결사, 표현의 자유 침해, 자국민에 대한 자의적 구금과 처형 등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모른체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한편 아흐마드 국무상은 이날 답변에서 “영국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고 있으며,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을 줄이기 위해 국제 동반국들과 협력하며 대북 제재 유지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2017년 8월에 통과된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 2371호가 북한의 모든 석탄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아흐마드 국무상]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 2371, passed in August 2017, banned all North Korean coal exports. The UK continues to raise with the other members of the UN Security Council our concerns about North Korea’s evasion of UN sanctions and the illicit maritime export of commodities, including coal.
아흐마드 국무상은 영국이 다른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과 북한 정권의 유엔 제재 회피와 석탄 등 불법 해상 수출에 대한 우려를 계속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영국 의회 초당적 모임인 북한 문제에 관한 의원협회(APPG-NK) 공동 의장인 앨튼 상원의원은 서면 질의에서 북한 정권이 아동을 포함한 정치범들을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자금을 조달하는 석탄 생산을 위해 노예화하고 있다는 보고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지난달 24일 발표한 ‘북한의 피로 물든 석탄 수출: 정권을 유지하는 다단계 수익구조’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정치범들이 북한 정권의 자금 조달을 위한 “인간-노예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수용소 출신 탈북민들과 위성 분석 등 다양한 조사를 통해 “북한 정권은 다단계 피라미드 구조와 유사한 방법으로 주민들을 착취하며, 상납 할당량에 따라 금품을 갈취하고 수감 시설 및 정치범수용소의 거대한 연결망 속에서 대규모 강제노동을 자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평안남도 북창에 있는 18호 수용소는 12개 탄광, 6천 480명의 수감자들이 동원돼 연간 800만t에 달하는 석탄을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 단체는 조사 결과를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범위가 매우 좁고, 노예 노동의 중요한 역할도 파악하지 못하는 등 심각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향후 비핵화와 제재 해제 과정에서 노예노동제도 문제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제 형사법 전문가인 니나 방-젠슨 씨는 보고서에서 “북한의 국제무역 공급망이 노예노동과 강제노동, 유사 반인도적 범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권고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앞서 최종 보고서에서 8만~12만 명 사이의 정치범들이 4개의 대규모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돼 있다며 “수감자에게 가해지는 끔찍한 참상은 20세기 전체주의 국가의 수용소에서 벌여졌던 비극과 유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유럽연합과 43개 공동제안국은 11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북한 인권 결의안 초안에서 북한 정권에 모든 정치범수용소의 폐쇄를 촉구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