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구기금 "북한 출산율 1.9명"..."북한 여성 신체 자율권 침해 받아"

지난 2013년 2월 북한 평양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간호사가 신쟁아들을 돌보고 있다. (자료사진)

유엔은 북한에서 저출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출산율이 인구 유지에 필요한 수준에 못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이 14일 발표한 2021년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 ‘내 몸은 나의 것’(My Body is My Own)에 따르면 북한의 합계출산율은 1.9명이었습니다.

이는 세계 평균인 2.4명,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균 2.1명, 인구 유지에 필요한 수치 2.1명 보다 적은 것으로, 조상 대상 198개 나라 가운데 119위를 기록했습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로, 가장 높은 나라는 6.6명인 니제르, 가장 낮은 곳은 1.1명인 한국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의 출생 시 평균 기대수명은 남성이 69세로 세계 122위, 여성은 76세로 세계 109위였습니다. 남성 80세, 여성 86세인 한국과 비교하면 북한 남성은 11년, 여성은 10년 짧았습니다.

북한 전체 인구 수는 2천 590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9.6%로 세계 78위였고, 세계 평균치였습니다.

올해 세계 총 인구 수는 78억 7천 500만 명으로 지난해 보다 8천만 명 증가했습니다.

성ㆍ생식보건 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북한 내 신생아 10만 명 당 사망한 산모의 수는 89명으로 전 세계 평균 211명 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북한에서 숙련된 의료진에 의한 분만율은 100%로 나타났습니다.

또 15세에서 19세 여성 1천 명 당 출산율은 북한이 한국, 산 마리노와 함께 1명으로 가장 낮았습니다.

북한의 15세에서 49세 여성의 피임 실천율은 74%, 현대적 피임 실천율은 71%로 조사됐습니다. 세계 평균은 각각 63%와 57%입니다.

‘신체 자율권’ 침해… “전문가, 북한 여성 피해 심각”

올해 보고서는 폭력이나 강제적 위협 없이 성적 자기 결정권, 보건권, 피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신체 자율권’(bodily autonomy)를 주제로 다뤘습니다.

유엔인구기금 제네바사무소의 모니카 페로 국장은 14일 보고서 발간 행사에서 자료가 있는 57개 개발도상국의 여성 절반이 ‘신체 자율권’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페로 국장] “Our new State of World Population report shows, that in countries where we have data, nearly half of women lack the power to make their own decisions about whether to have sex with their partner, about whether to use contraception, about whether to see a doctor. Often these decisions are made or influenced by others, whether partners, families, societies or even the governments.”

페로 국장은 성적 활동과 피임, 병원 방문 등의 문제에 결정을 내릴 권한을 여성들이 갖지 못하며, 그 결정은 종종 남성이나 가정, 사회, 심지어 정부가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3년 2월 북한 평양의 한 산부인과 병원 복도에 여성 환자가 앉아있다. (자료사진)

보고서가 조사한 57개 개발도상국은 주로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들이었습니다. 이들 국가들의 15세에서 49세 여성 중 신체 자율권을 행사하는 여성은 55%에 불과했습니다.

유엔인구기금의 이번 보고서에서 ‘신체 자율권’과 관련해 북한은 자료 부족으로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국제사회는 북한 여성들에 대한 성 착취 문제의 심각성을 꾸준히 제기해왔습니다.

토마스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달 유엔 인권이사회 정기이사회에서 북한에서 인류에 대한 범죄가 계속 자행되고 있다며 성폭행, 강제낙태, 성폭력을 꼽았습니다.

영국에서 북한 인권운동을 펼치고 있는 탈북민 박지현 씨는 14일 VOA에 북한사회는 여성을 존중하지 않고, 여성들은 피해를 입어도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사실 북한 여성들은 성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모든 것이 강요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많아요. 아직까지도 북한이라는 나라 자체가 남존여비 사상, 옛날의 문화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여성에 대한 성 존중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어요. 그래서 북한에서 여성들이 성폭행 당하거나 강간 당하거나 하는 문제가 났을 때, 그걸 사회적으로 이슈화 할 수 있는 정책이 나오지 않고…”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숨어 지내며 겪는 성 착취 실태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발표한 ‘2020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북한 여성들의 밀입국을 알선하는 북-중 네트워크가 있으며, 이 여성들은 성적 학대, 온라인이나 유흥업소 등을 통한 강제 성매매에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북한 여성이 중국 남성과 ‘강제결혼’해 성매매와 노동을 강요 당하는 사례도 소개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14일 VOA에 “인신매매를 당한 사람들에게 신체 자율권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At least 80 percent of N Korean refugees in China are women. These are women who are being trafficked. So of course they have no access to contraception and in most cases lose the very fundamental human right to owning and controlling their own bodies. I’m not even sure the language of the report can apply to this very terrible state.”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중국 내 탈북민의 80%가 여성이고, 이들은 인신매매를 당했다며 “피임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신체를 통제할 기본적 인권도 빼앗긴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겪는 끔찍한 상황은 유엔 보고서에 담긴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중국 정부가 탈북민들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지현 씨는 유엔인구기금 보고서의 신체 자율권 관련 부분에 북한 여성들의 실태가 누락된 것에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박지현]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 같아요. 한국에도 3만 명의 탈북자들 중 70~80%가 여성이잖아요. 이 분들의 인터뷰 내용도 많이 나와있고, 서울에도 유엔 인권사무소가 있어서 북한 여성들의 문제를 많이 다루는데. 북한 여성들에게 관심을 가졌다면 이번 보고서에도 나오지 않았을까.”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