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한관계 변수로 떠오른 '북한 인권'…"동맹 간 마찰 우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한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 인권 문제를 거듭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에서는 북한 인권에 대한 양국의 인식차가 동맹 간 걸림돌로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핵과 인권 문제를 북한 정권의 본성과 결부시키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식이 북한 인권에 소극적인 문재인 정부와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았지만,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선 한국 정부와 적잖은 온도차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부활을 예고하고, 북한 정권과 주민에 대한 분리 접근 원칙을 밝힌 데 이어 고위 당국자들이 북한 인권 개선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인권에 높은 중요성을 부여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며 “한국과도 이 문제를 논의하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I know for a fact that the Biden administration will attach high importance to human rights, not just in North Korea, but everywhere, and I'm sure they will look forward to discussions with the South Koreans on that issue.”

다만 양국이 앞으로 더 많은 대화를 나누기 전에 인권 문제가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기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과거 미국이 한국의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북한 인권 문제를 두고 물밑에서 벌였던 격론과 갈등을 경험한 미 전직 관리들은 ‘인권과 민주가치’에 대한 양국 간 이견이 동맹 관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특히 이런 전망은 북한 핵 위협의 본질을 인권 말살을 서슴지 않는 정권의 본성과 결부시키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법이라는 진단에서 비롯됩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바이든 행정부에 북한의 위험성은 단지 핵무기뿐 아니라 그런 무기를 보유한 정권의 속성”이라며 “두 사안은 동시에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부차관보] “For the Biden Administration, the danger of North Korea is not just its nuclear weapons but the nature of the regime that has those weapons. The two issues must be pursued in tandem.”

코헨 전 부차관보는 한국이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거듭 상기시키며 “인권의 방어와 촉진에 관한 한, 미-한 동맹을 재구축하기 위해 미국이 할 일이 매우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부차관보] “It shows that the United States will have a lot of work to do to build back the US-South Korea alliance when it comes to the defense and promotion of human rights.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한국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앞서 한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17일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독재 정권이 자국민들에게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북한 정권과의 관계를 고려해 인권 비판을 삼가온 문재인 정부와 전혀 다른 메시지를 내놓은 것입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과 인권, 민주주의, 법치를 위한 공동의 시각을 (한국과) 달성할 수 있기 바란다”면서 한국이 이에 동참하길 바란다는 점도 명확히 했습니다.

미 국무부도 이날 미 국무·국방 장관의 방한 목적을 설명하는 자료에서 “북한은 국제 평화와 안보, 세계 비확산 체제의 심각한 위협”이라며 “미국은 북한 인권 보호와 증진뿐 아니라 대북 억지 강화와 북한의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 담당 보좌관을 지낸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인권은 한국과 미국이 계속 이견과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있는 분야”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수미 테리 CSIS 선임연구원] “I think this is a potential area where Seoul and Washington are going to continually differ on, when there is going to be just a difference there.”

실제로 정의용 장관은 이날 “오늘 회담의 결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확고히 정착해서 실질적 진전을 향해 나아가는 동력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며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을 강조한 블링컨 장관의 발언과는 완전히 다른 부분에 무게를 뒀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미국과 한국이 양국 모두에 중요한 사안인 북한 문제에 관해 다소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유감이지만, 양국의 입장이 완전히 상반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It is unfortunate that on the issue of North Korea, which is an important issue both for the United States and for South Korea, that we’re headed in slightly different directions on that. It doesn't mean that we're totally at odds.”

“미국과 한국은 매우 강력하고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고, 많은 전략적 사안에 대해 중요한 전략적 공동 접근을 하는 관계이며, 매우 강력한 경제 관계 또한 갖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I think it's important to keep in mind that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have a very strong and very important relationship. I mean this is a relationship that includes important strategic joint approaches on many of the important strategic issues. There are extremely strong economic ties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킹 전 특사는 “그러나 특히 인권 문제에 관한 차이점 때문에 양국 간 더 많은 마찰과 문제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But it means that there is more friction and more problems because of the differences on particularly the human rights issues.”

미국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은 공동의 가치와 다자주의라는 두 개의 기둥에 의해 뒷받침된다”며 “문재인 정부는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빠지고 그 외에 다른 비슷한 움직임을 보임으로써 한국이 미국의 가치와 함께 한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HRNK 사무총장] “There are two pillars of the Biden Administration's foreign policy: shared values and multilateralism. By not co-sponsoring UN Human Rights Council resolutions on DPRK human rights and other similar measures, the Moon government is not doing itself any favors in terms of confirming that the ROK is still in sync with the United States.

또한 “문재인 정부는 북한 인권을 다루는 것을 도외시하는 것을 넘어 심지어 적대감까지 보였고, 북한 인권을 유엔 포럼에서 다루는 데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공동의 가치와 다자주의를 모두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HRNK 사무총장] “Through its neglect and even hostility toward addressing North Korean human rights, through its failure to address North Korean human rights at UN fora, the Moon government is undermining both shared values and multilateralism.”

특히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안 초안에 미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는 점도 한국의 불참을 ‘엇박자’로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미국은 2018년 6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인권이사회를 탈퇴하며 인권 결의안 역시 참여하지 않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인권이사회 복귀를 선언한 데 이어 북한 인권 결의에 대한 지지를 촉구했습니다.

지난 22일 개막한 유엔 인권이사회 46차 정기이사회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화상으로 연설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이 다시 미국 외교 정책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아직 불확실하지만, 한국이 침묵하는 동안 미국 정부가 북한의 끔찍한 인권 기록에 단호히 대처하기로 할 경우 미-한 관계에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 “The Biden administration has made clear that human rights will again be a core element of foreign policy for the United States. While how the new administration will handle the North Korea issue is still unclear, there is certainly potential for friction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the ROK if Washington opts to deal firmly with North Korea on its horrific human right record while Seoul remains silent.”

미 국무부와 국가정보국장실 선임 자문관을 지낸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도 “한국이 북한 인권에 관해 저자세를 보이는 데 대해 미 의회와 인권운동가들 사이에서 우려가 나온다”며 “의회에서 이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There are concerns in the US Congress and human rights community about South Korea’s low profile on North Korean human rights, and it might get raised in Congress.

매닝 연구원은 “미-한 동맹이 동북아시아에서 커다란 전략적 도전에 처해있는 만큼, 이런 상황과 경제 관계가 미-한 관계의 중심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하고 새 특사가 한국과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되면 양국 관계가 불편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 “But the US-South Korean alliance faces big strategic challenges in Northeast Asia. That and the strong economic relationship will remain at the center of US-South Korean relations. However, things might get a bit awkward when Biden appoints a North Korea Human Rights envoy, much of whose job would be to work with Seoul on those issues.”

한편, 미 국무부는 최근 국제부녀절(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한 북한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느냐는 VOA의 질의에 “미국은 인권을 외교 정책의 중심에 두는 데 전념하고 있고, 생각이 같은 파트너들과 인권 유린에 대해 소리를 높이는 데 단결해 있다”고 답했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The United States is committed to placing human rights at the center of our foreign policy. We stand united with like-minded partners in calling out human rights abuses. As part of its North Korea review, the Biden-Harris administration is carefully considering the country’s egregious human rights record and how to promote respect for human rights in the closed country.”

이 관계자는 “북한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대북 정책 검토의 일환으로 북한의 지독한 인권 기록과 폐쇄된 국가(북한) 내 인권 존중을 촉진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