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렐 전 부차관보] “인도적 지원 맞춤형 제재완화 지지…미-북 관계 재설정 필요"

피터 하렐 전 국무부 대테러금융제재 담당 부차관보가 지난 2018년 12월 미 상원 청문회에서 증언했다.

북한 등 제재 대상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지원 물자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맞춤형 제재 완화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피터 하렐 전 국무부 대테러금융제재 담당 부차관보가 밝혔습니다. 하렐 부차관보는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제재의 목표가 한 나라 국민에게 해를 가하는 것이 돼서는 안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또 미-북 관계에 포괄적인 재설정이 있을 때까지 미국 정부의 대북 제재 완화가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재직한 하렐 전 부차관 차관보를 지다겸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제재 정책이 의도했던 대로 실행되고 있습니까?

하렐 전 부차관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제재 접근법에는 두 가지 난제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미국 정책입안자들이 CVID라 일컫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는 잠재적으로 ‘작은 거래, 즉 점진적인 단계’를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또 (제재 이행 측면에서) 전술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미 행정부는 2018년 미-북 간 첫 정상회담 전까지 제재 이행에 중점을 뒀습니다. 지금도 주의보를 계속해서 발령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첫 18개월 동안과 같은 정도의 집중력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과 거래하는 회사들이 이런 느슨한 제재 이행 환경을 보면서 대북 거래를 재개할 것이라고 결정하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라고 봅니다.

기자) 북한과 미국은 제재 완화와 관련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의 진전을 위해 대북 제재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하렐 전 부차관보) 트럼프 대통령이 진지하게 ‘협상된 결과’를 모색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양측 사이에 극복할 수 없는 기대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 행정부는 모든 핵 관련 사안과 관련해 CVID이하를 받아들일 의사가 없고, 김정은 정권은 이에 동의할 의사를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미국의 대선 전까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외교적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어려워 보이는데, 미국이 중요한 정치적 시기에 접어들었을 뿐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세계적 대유행과 다른 사안에 매우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관점에서 현 상황은 향후 6개월 혹은 9개월 동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현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다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등 미국 정책입안자들의 계획을 망쳐버리는 행위들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대북 접근법이 성공하고 있지 않더라도 향후 몇 개월간 이 접근법을 조용히 지속할 수 있는 겁니다.

기자) 국제사회의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제재 이행 정도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제재 이행을 강화시키기 위한 방안은 무엇입니까?

하렐 전 부차관보) 2016년부터 1년 전까지의 대북 교역 흐름을 고려하면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대북 교역이 발생하고 있지만 대북 교역이 줄어들고 있다는 측면에서,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제재 준수에서 실제로 폭넓은 성공이 있었다고 봅니다. 유엔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제재 회피의 증가, 북한 상품 수출과 연료 수입의 반등, 지난 몇 년 간 북한의 가상화폐 해킹, 사이버 범죄 등 새로운 수입 창출 분야에서의 활동이 있었습니다. 제재 준수의 성공 이후 더 큰 규모의 회피가 나타난 건데, 제재 집행의 강도가 약해지면서 제재 준수가 약해지는 것은 아주 당연해 보입니다. 미국 행정부가 궁극적으로 더 많은 제재 이행을 기대한다면, 제재를 위반하는 기업에 대해 실제로 제재를 가해야 합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제재를 위반한 사람들이 제재를 받지 않는 상황을 목격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제재를 위반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을 제재하기 시작한다면, 제재 준수가 다시 개선될 것입니다.

기자) 지난 달 공개된 전문가패널의 최종 보고서에서는 중국의 제재 회피 지원 정황이 지적됐습니다. 이 배경을 무엇으로 보십니까?

하렐 전 부차관보) 미국 행정부는 2017년, 2018년에는 제재를 위반한 중국 회사들에게 제재를 가했습니다. 중국 회사들은 제재 위반 시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었는데, 지난 1년 동안은 이런 일이 별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제재를 위반하는 중국 기업을 제재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또 중국 정부가 제재 위반 기업들을 멈추기 위해서 개입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중국 정부는 현재 미국과 상당히 적대적인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의 전반적인 미-중 관계의 분위기가 중국 정부의 대북제재 회피 단속을 장려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또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을 제재하지 않는데, 왜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거래를 멈춰야만 합니까? 또 중국은 전체주의 정권이긴 하지만 역량에 한계가 있습니다. . 현재 환경에서 중국 정부가 제재 집행에 예전만큼 집중하지 않을 것이라는, 어느 정도 의도적인 결정을 했다고 봅니다. 따라서 저는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제재 회피를 다시 단속할 수 있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기자) 미국 행정부는 중국 기업을 제재하지 않는다고 평가 해주셨는데, 그 배경은 무엇입니까?

하렐 전 부차관보) 근본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 외교가 작동하기를 희망해 왔고 정상 외교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어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최대 압박 정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정상회담, 서신, 협상된 해법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 결국 현실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정상회담의 시기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실제로 최대 압박에 전념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자) 유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제재 적용 면제 혹은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 러시아, 중국, 이란 등 제재 대상국은 제재 해제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주장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렐 전 부차관보) 저는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사태에서 제재 완화를 두 가지 종류로 구별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로는 석탄 판매, 금융 체제에 대한 접근, 유류품 구매와 판매에 관한 제재 완화입니다. 두 번째는 유엔이 요구해 온 것입니다. 북한, 이란 등의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대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공호흡기, 개인보호장비 (PPE), 의약품 등 특정 물품의 전달에 대해서 구체적인 제재 방해물이 있다는 겁니다. 저는 이런 국가들이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기간 동안 의약품, 의료기기, 식품을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제재 완화 (targeted sanctions easing) 방안을 실제로 강력하게 지지합니다. 제재의 목표가 결코 한 나라의 국민에게 해를 가하는 것이 돼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이런 국가들의 국민은 이미 자국 정부에 의해 많은 억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기자) 이에 대응해 미 행정부는 미국 제재는 합법적인 인도 지원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렐 전 부차관보) 미국 제재가 인도주의 지원의 전달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미국 제재가 인도주의 지원의 전달에 영향을 주고 이를 더 어렵게 한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 주된 이유는 미국의 제재가 종종 제재 대상 기업이나 정부 부처 등 기관들을 거치지 않거나 이들의 개입 없이 인도주의 지원을 하도록 구체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북한과 같은 나라에서는 대부분의 정부 부처와 기업들이 제재 대상입니다. 따라서 서류 상에는 인도주의 지원을 전달할 수 있다는 예외가 있어도, 현실에서 지원 제공에 관여할 필요가 있는 정부 부처, 현지 기업 등이 관여할 수 없다면 실제로는 원조 전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와 타국 정부들이 지금은 현실적이지 않은 인도주의적 지원의 전달 방식을 (특정 목표를 위한) 맞춤형 방식으로 제재를 완화하는 게 궁극적으로 타당하다고 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제재의 결과로 사람들의 고통을 가중시키지 않게 됩니다.

기자) 지금 제재 완화라는 대책을 제시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인도주의 단체들에게 적용 가능한 현실적인 해결책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하렐 전 부차관보) 미국 정부가 기본적으로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에 대한 지원 제공을 허가하는 소위 인도주의 전용 채널이나 면제 신청이 필요 없는 화이트리스트 접근법으로 불리는 사안에 관해 더 많은 것을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미국 정부는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심각한 상황을 고려해 제재 대상국의 인도주의 지원 전달에 대해 일종의 화이트 리스트 형식의 인도주의 채널 접근법에 훨씬 더 적극적으로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질문 드리겠습니다. 미얀마 경제 제재 완화 과정에 참여하시걸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도 미얀마처럼 제재 완화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하렐 전 부차관보) 저는 미국의 제재 완화 사례를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합니다. 그 중 하나는 미국 정부와 제재 대상국 사이의 포괄적인 관계 회복(comprehensive rapprochement)의 일부로 제재를 해제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것은 작은 거래 (small for small), 즉 작은 정책 변화를 위해 작은 제재 완화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미얀마의 경우에는 포괄적인 관계 개선 유형에 속해 있습니다. 이 사례들을 살펴보고 제가 얻은 교훈은 양국 간의 포괄적인 관계 회복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제재 완화가 작은 제안을 하고 작은 것을 얻는 제재 완화보다 더 작동이 잘되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제 예감으로는 미-북 두 나라 관계에 포괄적인 재설정 (comprehensive reset)이 있을 때가지 제재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포괄적인 재설정은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북한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양국 정부 관계에 좀 더 포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양국 간에 여전히 많은 긴장이 존재하는 가운데 이뤄진 제한적인 제재 완화는 오래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란 핵 협정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정부 간에 ‘포괄적인 관계 회복’ 없이, 양국이 역내 문제, 이스라엘, 테러리즘 등 엄청난 긴장감이 유지된 상황에서 핵 협정을 맺었고 이 협정은 지속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피터 하렐 전 국무부 대테러금융제재 담당 부차관보 과의 인터뷰 였습니다. 인터뷰에 지다겸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