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들 “북한, 미·한 압박 의도…추가 도발 가능”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최근 북한의 대남공세 관련 소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한국에 불만을 표출하고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보도했습니다. 또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으나, 그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16일 북한의 최근 대남 강경행보가 대북 제재 문제로 미국과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미-한 양측을 압박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신문은 또 북한의 행보는 최근 전면에 등장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2018년과 같은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한 회의감을 높였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앞서 ‘향후 미-북 대화의 운명은 미국의 태도에 달렸다’고 위협했다며, 긴장 고조가 또다른 미-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이 시점엔 ‘희박하다’고 전망했습니다.

신문은 또다른 기사에서 북한의 최근 몇몇 도발들이 미국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경제 위기,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대한 대규모 항의 시위 등으로 인해 가려졌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를 워싱턴의 ‘시선끌기’ 차원으로 해석하며, 북한이 미국과 한국으로부터 새로운 양보를 얻어 내기 위해 또다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김정은 위원장과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재선과 다른 위기에 집중해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최근 도발에 어떤 대응을 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16일 한국 경기도 파주에서 바라본 북한 개성공단 지역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했다고 밝혔다.

‘AP’ 통신은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를 ‘세심하게 연출된, 매우 상징적인 분노의 표출’로 표현하며, 북한이 2018년 미국과 핵 협상을 시작한 이후 가장 도발적인 행동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이런 행동이 북한과 관여하려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시도에 중대한 차질을 빚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북한이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제 악화 때문에 외부로부터 양보를 얻기 위해 도발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관측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은 한국 정부가 제재와 대미 관계 때문에 북한과의 경제협력 사업을 재개하지 않은 데 좌절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이번 조치가 북한이 최근 몇 주 동안 남한과의 ‘화해(데탕트)’를 끝내겠다고 위협한 데 뒤이어 나왔다며, 한국에 대한 불만을 극적으로 표출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북한군이 남북 합의로 ‘비무장화된 지역’에 다시 진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며, 이를 강행할 경우 한국과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가 한국에 대한 새로운 도발의 신호탄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다만, 김정은 정권은 자신들보다 뛰어난 화력을 가진 주한미군의 개입을 부르지 않는 조치를 고수하며, 핵심 후원자인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방법도 계산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대화와 경제교류를 요구하면서 북한의 경제를 옥죄는 국제 제재에선 벗어나지 않고 있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는 여러 수단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통신은 북한의 가능한 행동으로 앞서 철거를 경고한 금강산 관광단지에서의 추가 ‘파괴’, 개성과 금강산 지역의 군사 배치, 고체연료 미사일 등 한국의 모든 지역을 사정권으로 한 미사일 시험, 천안함 폭침과 같은 군사적 대치 등을 언급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

미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은 “북한이 군사적 도발 위협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오랜 전략’이며, 이런 위기가 제재와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위축으로부터 시선을 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한국 전문가의 평가를 소개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북한이 남한과의 2018년 합의를 되돌리는 도발을 계속 이어가겠지만, 미국과 국제사회에 너무 큰 적대감을 표출하지 않는 수준의 도발을 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