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잦은 군 수뇌부 교체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권력이 아직 불안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미국의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잦은 교체가 꼭 불안정을 방증하는 것은 아니며, 권력 공고화와 성과주의 강조 등 복합적 요인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의 인민무력부장이 최근 장정남에서 현영철로 바뀐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인민무력부장 등 군 요직이 자주 교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군사안보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권력이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Kim jong il changed his defense minister three times in his 17 years…”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17년 동안 세 번 교체됐던 인민무력부장이 김정은 정권에서는 2년 사이에 벌써 네 번째 교체됐다는 것은 상황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겁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퍼시픽 포럼의 랄프 코사 소장 역시 김 제1위원장의 군 장악력 불안에 무게를 뒀습니다.
[녹취: 코사 소장] “My own guess is that he is not still quite secure…”
김 제1위원장이 장성택 처형 후 섭정과 아버지 시대 사람들을 청산하고 자신의 사람들로 채우는 과정에서 잦은 인사 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겁니다.
코사 소장은 이런 움직임이 북한체제에서 그리 놀라운 현상은 아니라며, 하지만 교체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 서부 텍사스주립 앵글로대학의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벡톨 교수도 두 전문가와 견해를 같이 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He is doing this because, right now, he still does not have…”
벡톨 교수는 김 제1위원장이 군대에 신뢰할 수 있는 자기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버지와 할아버지 때보다 군 수뇌부를 자주 교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권력이 아직 불안정하기 때문에 군 장악력을 높일 의도에서 잦은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은 잦은 군 수뇌부 교체를 꼭 권력 불안정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 think they are going through consolidation process
김정은 체제는 현재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보이며, 잦은 군 인사는 충성 유도 등 권력 공고화 차원에서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고스 국장은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는 크게 3단계, 즉 섭정체제와 섭정체제 청산, 그리고 김정은 사람들의 교체로 볼 수 있다며 현재 3단계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인민무력부장에 이어 총참모장도 교체됐거나 바뀔 것이란 설이 있다며, 이런 권력 공고화 과정이 적어도 1-2년 정도 더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고스 국장은 또 잦은 수뇌부 교체는 김정은의 성과와 시스템 중시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Some of these could be due to meritocracy……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공개적으로 군 정치사업을 비판하는 등 시스템과 성과를 중시하며 능력 중심으로 인물을 재편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벡톨 교수는 북한의 권력체계는 수령에 대한 충성이 우선이라며, 성과 등 능력 중심의 인사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Skill is not rewarded, royalty is rewarded because the royalty……”
성과 중시는 북한체제의 특성상 장기적인 권력 안정이 이뤄졌을 때 점진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겁니다.
한편 랜드연구소의 베넷 선임연구원은 김정일 시대에 안정적인 지위를 누렸던 군 고위층들 사이에서 신변에 불안을 느끼는 세력들이 여전히 있다며, 김정은 정권의 미래는 여전히 여러 변수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We just don’t know what’s going on in the internal leadership…”
베넷 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이 불과 몇 달 뒤에 무너질지 20-30년을 갈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미국과 한국 등은 중국과 긴밀한 대화를 통해 북한 내부 동향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