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천아시안게임 참가와 관련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한의 실무접촉이 오늘(17일) 판문점에서 열렸습니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끝났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은 17일 판문점에서 열린 실무접촉에서 오전과 오후 세 차례 전체회의를 열며 협의를 이어갔지만, 주요 사안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양측은 후속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한 채 헤어졌습니다.
북한은 실무접촉에서 당초 150여 명으로 통보해온 선수단의 규모를 350 명으로 늘리고, 응원단 역시 역대 최대 규모인 350 명을 보내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또 선수단과 응원단의 이동방식, 신변안전 보장, 통신보장 등에 대한 입장도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은 국제 관례와 대회 관련 규정에 따라야 한다며 필요한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확인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회담 파탄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일방적으로 회담 결렬을 선언하고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측 회담 관계자는 북한의 일방적 태도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북한의 인천아시안게임 참가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한국 언론에 밝혔습니다.
남북은 특히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의 체류 비용 문제 등을 놓고 의견차를 보인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국 정부는 과거 한국 정부가 부담해온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의 체류 비용의 경우 참가국이 경비를 부담하는 국제 규정에 따른다는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국제 규정에 따르면 선수단의 체류 비용도 참가국이 일부 내도록 돼 있다며, 그런 부분에서 과거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을 비롯해 과거 한국에서 열린 세 차례 국제대회 당시 '한국 측이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한다'는 합의에 따라 97만4천 달러가 넘는 북측 응원단의 체류 비용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했습니다.
이동방식과 관련해 북한은 선수단의 경우 고려항공 항공기를 이용한 서해직항로를, 응원단은 경의선 육로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함께 만경봉 호를 인천항에 보내 응원단의 숙소로 활용하고 싶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측이 이번 아시안게임에 항공기나 만경봉 호를 이용해 남측을 방문할 경우 이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현재 천안함 폭침 사태에 따른 한국 정부의 5.24 제재 조치로,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이 금지된 상탭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는 국제 규정에 따라 한국 정부가 받아들인 사안으로 5·24 제재 조치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선수단이 여객기나 만경봉 호를 타고 한국에 도착하면, 5·24 조치 이후 북한 항공기나 선박이 한국에 오는 첫 사례가 될 전망입니다.
이날 실무접촉에는 한국은 권경상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등 3 명이, 북측은 손광호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등 3 명이 참석했습니다.
남북이 체육 분야 회담을 가진 것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실무접촉 이후 6년 5개월 만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