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외교안보 인선으로 주목받는 이란 핵 협정…주요 내용과 합의 과정은?

지난 2017년 7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 핵 협상이 최종 타결된 후,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오른쪽 두번째),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오른쪽 첫번째),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왼쪽 첫번째),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조 바이든 당선인의 외교안보 지명자들은 과거 이란과의 핵 협정 설계에 관여했거나, 북 핵 문제 해결에 이 협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참여한 이 합의는 이란의 핵 개발 포기를 위한 세부 이행 방안을 도출한 것이 특징입니다. 지다겸 기자가 보도합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다자주의 외교와 단계적 접근으로 최종 합의에 도달한 이란 핵 합의가 북 핵 협상의 해법이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

또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란 핵 협정의 토대를 닦기 위한 초기 회담의 수석대표를 지냈습니다.

미국의 주도로 핵물리학과 제재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2012년 6월부터 시작된 이란과의 핵 협상은 2013년 11월 제네바에서 체결된 잠정적 합의(Interim Agreement)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이란의 비밀 농축우라늄 시설 존재가 국제사회에 알려진 지 약 13년 만인 2015년 7월, 최종 합의인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이 타결됐습니다.

“JCPOA … 다자협정, 다년간의 단계적 접근”

이란 핵 협정은 제재 해제의 대가로 이란의 농축우라늄 보유 제한과 핵무기 개발 방지를 명시한 것이 핵심입니다.

협정은 특히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등 주요 6개국 (P5+1)에 유럽연합(EU)까지 참여한 다자 합의였습니다.

바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협정의 최종 타결을 발표하면서 동맹국과 국제사회와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이를 통해 미국의 리더십과 외교 역량을 과시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란 핵 협정은 국제사회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단합하고, 평화적 문제 해결에 대해 단호한 결심을 할 때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는 겁니다.

[녹취: 오바마 전 대통령 (2015년 7월)] “It shows what we can accomplish when we lead from a position of strength and a position of principle, when we unite the international community around a shared vision and we resolve to solve problems peacefully.”

협상에 참여한 7개국과 유럽연합이 다년간 이어진 단계적 접근을 통해 신뢰를 쌓고, 시설 사찰과 검증 범위 등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에 최종적으로 도달한 것도 이란 핵 협정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협상 당사국들은 2013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초기 단계 조치를 명시한 임시협정인 ‘공동행동계획(JPOA)’에 합의한 데 이어, 2015년 4월 스위스 로잔에서 최종 합의의 핵심 요소에 잠정합의 했습니다.

즉,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은 두 차례 잠정합의를 거쳐 2015년 7월 완전하게 타결된 겁니다.

[녹취: 오바마 전 대통령 (2015년 8월)] “And after a series of negotiations, Iran agreed with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an interim deal …so that the P5+1 -- the U.S., China, Russia, the UK, Germany, France, and the EU-- could negotiate a comprehensive deal without the fear that Iran might be stalling for time.”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잠정합의를 통해 이란이 보유한 20% 농축우라늄을 희석하고 핵 활동을 동결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며, 이에 따라 참여국들은 이란이 시간을 끌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없이 포괄적 합의를 협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장기적 이행 조치 포함… 포괄적이고 상세한 합의”

이란 핵 협정의 또 다른 특징은 최대 25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 이행돼야 할 장기적 조치를 담은 점입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우라늄 농축 공장 등 관련 시설 감시와 사찰 이행 시기를 최대 25년까지 설정한 점과, 협정 위반에 따라 부과될 수 있는 ‘스냅백’이 10년간만 유효하다는 것이 대표적 예입니다.

협정은 본문과 핵 활동과 제재 해제 관련 의무, 실행계획 등 5개 부속서로 이뤄졌는데, 100쪽이 넘는 방대한 합의문에 포괄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을 담았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 협정이 우라늄 광산, 농축∙정광 시설, 원자로, ‘수상한 장소’ 등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모든 단계의 과정과 시설을 사찰 대상에 포함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협상은 신뢰가 아닌 검증에 기반한다며, 국제 사찰단의 전체 핵 공급망 접근 등 핵 협상 중 ‘가장 포괄적이고 심층적인 검증체제’가 포함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블링컨 지명자는 2018년 6월 ‘뉴욕타임스’ 신문 기고문에서 ‘핵 공급망 전체’를 포괄하는 감시체계를 북 핵 협상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블링컨 지명자는 또 포괄적 협상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북한과도 부분적 제재 해제를 대가로 우라늄 농축∙재처리 시설 동결과 일부 핵∙미사일 무기 파기 실행 등 ‘잠정적 합의’를 검토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블링컨 지명자는 지난 9월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강화된 경제 제재로 이란 핵 협상을 이끌 수 있었다며, 북 핵 협상 재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경제 압박을 증대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란과의 핵 협정을 가능케 한 대내외적 요인의 하나로 당시 확대된 대이란 원유 제한 조치와 금융거래 전면 중단이 포함된 2012년 국방수권법 (NDAA)의 통과로 경제 제재가 강화된 사실을 꼽고 있습니다.

VOA뉴스 지다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