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하원 공화 세출법안 거부권 시사...에밋 틸 기리는 미 국가기념물 지정

미국 워싱턴 D.C. 시내 백악관 전경 (자료사진)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 하원 공화당이 추진 중인 군사 건설과 농업 등의 예산을 다루는 세출법안에 대해 백악관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면서 정부 지출안 처리에 난항이 예상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흑인 민권운동의 기폭제가 된 흑인 소년 에밋 틸을 기념하는 국가기념물을 지정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총격 사건이 400건을 넘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발의할 세출법안에 대해 백악관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원 공화당이 이번 주 세출법안 두 건을 하원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인데요. 백악관은 해당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백악관은 24일 성명을 내고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예산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습니다.

진행자) 현재 하원 공화당이 추진 중인 세출법안이 어떤 건가요?

기자) 우선, ‘군사 건설, 보훈, 관련 기관에 대한 세출법안’으로 이름 붙여진 H.R.4366 법안이 있는데요. 하원 규칙위원회는 25일 회의를 열어 H.R.4366의 본회의 상정을 위한 조건 등을 확정하고요. 26일에는 또 농업∙보건 관련 법안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백악관은 지금 이 두 법안에 모두 반대한다는 입장인 거죠?

기자) 맞습니다. 백악관은 24일 행정부 정책에 관한 성명에서 “행정부는 H.R.4366의 하원 통과를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해당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 “대통령 앞에 놓인다면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농업∙보건 지출 관련 법안에 대해선 낙태 접근을 저해하고 성소수자들을 차별하며 기후변화 관련 정부 계획을 축소하는 등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수많은 당파적 정책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행정부와 의회는 정부 지출과 관련해 최근 극적인 타결을 이루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부채한도 설정을 두고 백악관과 의회 공화당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채무불이행 즉 디폴트 사태 직전까지 갔는데요. 지난 5월 말,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이 합의를 보면서 국가 부도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습니다.

진행자) 당시 합의 내용이 어떤 내용이었죠?

기자) 오는 2025년 1월 1일까지 부채한도 적용을 유예하는 대신, 2024 회계연도에는 비국방 분야의 정부 지출을 동결하고, 2025년에는 정부 예산을 최대 1%만 증액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앞서 공화당은 정부의 방만한 지출을 지적하며 부채한도를 절대로 상향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요. 반대로 정부는 부채 한도의 조건으로 정부 지출 삭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는데요. 합의안에는 양측의 주장이 모두 일정 부분 반영됐습니다.

진행자) 양측이 합의를 봤는데 왜 지출안 처리가 처음부터 이렇게 삐걱대고 있는 겁니까?

기자) 양측은 지출 총액에만 합의했고요. 세부 예산은 매년 의회가 처리하는 12개의 세출법안을 통해 결정되는데요. 이 세출법안을 마련하는 단계에서 이견을 또 보이는 겁니다.

진행자) 어떻게 생각이 다른 거죠?

기자) 하원 강경보수파 의원들 모임인 ‘프리덤코커스’는 새 회기 예산에서 더 많은 지출 삭감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공화당 의원들이 부채한도법에서 합의된 수준 이하의 세출법안을 작성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생산적이고 초당적인 세출 과정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회계연도 종료를 두 달 앞두고 국내 지출 수준을 삭감하는, 당파적 법안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회계연도가 언제 끝나죠?

기자) 2023회계연도는 오는 9월 30일까지입니다. 따라서 2024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오는 10월 1일 전에 세출법안이 확정돼야 하는데요. 아직 의회는 12개 세출법안을 하나도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앞서 부채한도의 극적인 합의로 국가 부도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한 미국이 만약 기한 내 정부 지출안 마련에 실패한다면, 이번엔 연방 정부의 부분 폐쇄 즉 ‘셧다운’ 사태를 맞을 수도 있는데요. 지출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연방 정부를 운영할 지원금이 끊기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세출법안이 대통령의 서명을 받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상원과 하원을 각각 통과한 법안에 대해 단일안을 도출해야 해야 하고요. 이 단일안이 또 통과해야 대통령의 책상에 오르게 됩니다. 하원에서는 공화당 강경파와 민주당 간의 의견 차이가 크지만, 상원에서는 비교적 초당적인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데요. 상원 세출위원회는 지난 13일, 법무부와 상무부, 재무부 등 관련 세출법안의 초당적 처리를 시작으로 본회의 상정을 위한 세출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5월 미국 매사추세주에서 열린 조지 플로이드 사망 1주년 집회 참가 14세 소년이 에밋 틸의 사진을 들고 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새로운 국가기념물을 지정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25일, 흑인 민권 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한 에밋 틸을 기리는 국가기념물을 지정했습니다. 25일은 틸의 탄생 82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한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기념물 지정을 위한 포고문에 서명하면서 "미국인들은 우리 나라에 관해 알아야"하고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에밋 틸이 어떤 인물이기에 국가기념물까지 지정된 걸까요?

기자) 에밋 틸은 과거 미국 남부에 인종차별이 얼마나 심한지를 알린 인물입니다. 지난 1955년 8월, 당시 14살이었던 틸은 미시시피주 소도시의 친척집을 방문했다가 한 식료품점에서 백인 여성에게 휘파람을 불었다는 이유로 여성의 남편 일행에게 끌려갔다 끝내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온몸이 구타당하고 머리에 총을 맞은 아들의 시신을 본 틸 군의 어머니는 인종차별의 참상을 고발한다는 뜻으로 틸의 시신이 담긴 관 뚜껑을 닫지 않고 장례를 치렀고요. 이 사건은 대대적인 민권 운동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습니다.

진행자) 백악관은 에밋 틸을 기리는 국가기념물을 지정하는 이유를 뭐라고 밝혔습니까?

기자) 백악관은 "새로운 국가기념물은 에밋 틸의 너무 짧았던 인생과 인종적 동기에 의한 살인, 살인자들에 대한 부당한 무죄판결 그리고 용기 있게 당시의 부당성과 인종차별을 세계에 알려 민권운동 촉매제 역할을 한 틸의 어머니 메이미 틸 모블리의 행동주의를 보여주는 장소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관련 기념물이 한 곳이 아닌가 보군요?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은 일리노이주와 미시시피주에 있는 세 곳을 국가기념물로 지정했습니다. 사건 당시 틸은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살고 있었고 틸의 장례식도 시카고의 한 교회에서 열렸는데요. 틸을 추모하기 위해 수천 명이 몰려들었던 ‘시카고 로버츠 성전교회’가 한 곳이고요. 또 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백인 남성들에 대해 전원 백인 배심원단이 무죄 평결을 내린 미시시피주 탈라해치 법원 그리고 마지막 장소는 틸의 시신이 발견된 미시시피주 탈라해치 강변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국가기념물을 대통령이 정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국가기념물은 연방 소유 토지 내 역사적이나 과학적으로 가치가 있는 곳을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해 지정하는 건데요. 대통령 권한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규모가 큰 국립공원의 경우 의회에서 법으로 제정해야 합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에밋 틸 사건과 연관이 있는 법안에도 서명했었다고요?

기자) 네, 작년 3월 미 의회는 ‘린치(lynch)’ 행위를 연방 증오 범죄로 다루는 ‘에밋 틸 반린치 법안(Emmett Till Antilynching Act)’을 통과시켰습니다. 린치는 법에 근거하지 않고, 개인이 임의로 가하는 처벌 행위인데요. 과거에 주로 백인들이 흑인들에게 했던 행동으로 대표적인 린치 사건이 바로 ‘에밋 틸’ 사건입니다.

진행자) 이번에 에밋 틸을 기리는 국가기념물이 지정된 시점도 관심도 끌고 있더군요?

기자) 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인종 관련 교육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와중에 정부 발표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공화당 대선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 21일, 역사 교육 개정을 옹호하면서 노예들이 받은 혜택이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는데요.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디샌티스 주지사의 발언은 "정확하지 않고 모욕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에밋 틸 기념물은 미국 흑인 억압에 관한 더 광범위한 이야기"와 그들의 생존에 관한 일부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7월 2일 대규모 총격 사건이 발생한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사건 현장. (자료 사진)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으로 미국 내 총기 사건 관련 소식 보겠습니다. 올해 미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총격 사건이 400건을 기록했다고요?

기자) 네, 미국 비영리 단체 ‘총기폭력아카이브(GVA)’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총격 사건이 지난 주말 기준 400건을 돌파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9% 증가한 건데요. 미국 CNN 방송은 올해 하루 두 건 꼴로 대규모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며, 과거보다 발생 건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2019년에는 대규모 총격 사건 400건이 발생하는 데 거의 1년이 걸렸는데요. 올해는 겨우 7개월 걸린 겁니다.

진행자) 대규모 총격 사건, 영어로는 ‘mass shooting’이라고 하는데요. 대규모 총격 사건의 정의가 뭡니까?

기자) ‘총기폭력아카이브’는 단일 사건에서 4명 이상 숨지거나 다쳤을 경우, 대규모 총격 사건으로 간주합니다. 지난 주말에도 4명 이상 사상자가 나온 대규모 총격 사건이 미국에서 6건이나 발생했습니다.

진행자) 지난 주말에 일어난 총격 사건을 좀 들여다보죠. 어디에서,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습니까?

기자) 먼저 22일 토요일 새벽 1시를 갓 넘긴 시각 텍사스 휴스턴의 한 공원에서 생일 파티를 즐기던 21세 여성이 총에 맞아 사망했습니다. 당시 이 여성은 임신 중이었는데요. 사망한 여성 외에도 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휴스턴 경찰 당국은 당시 사건 현장에서 총 36발의 총격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사건이 올해 미국에서 발생한 400번째 대규모 총격 사건이었고요. 부상으로 입원한 4명 가운데 총을 쏜 용의자 2명이 포함돼 있다고 경찰 당국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난 주말에 일어난 다른 대규모 총격 사건도 간단히 짚어주시죠.

기자) 네,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부상자 4명,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사망자 1명과 부상자 4명이 발생했습니다. 멤피스 경찰 당국은 중상자 가운데 어린이 1명도 포함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노스캐롤라이나주 웨이드라는 작은 마을에서 총격으로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고요.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한 호텔 야외 주차장에서 4명이 총격으로 부상했습니다. 시카고에서는 40대 남성 1명이 총격으로 목숨을 잃고 3명이 부상했습니다. 다섯 사건 모두 아직 용의자가 체포됐다는 소식이 없는 상태입니다.

진행자) 아직 7월이 끝나려면 며칠이 더 남았는데요. 7월에만 60건이 넘는 대규모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고요?

기자) 네, 위에 언급했던 사건 이외에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텍사스주의 댈러스, 엘파소, 그리고 포트워스, 뉴욕과 미시간주의 랜싱, 루이지애나주의 슈리브포트 등 11개 도시에서 대규모 총격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총 65건의 대규모 총격 사건이 일어나 최소 81명이 숨지고 300명 넘는 부상자가 나왔습니다.

진행자) 7월에 왜 이렇게 총격 사건이 많은 걸까요?

기자) 미국에서 7월은 유난히 더 폭력적인 달로 꼽힙니다. 7월 현재까지 일어난 65건의 대규모 총격 사건 중 무려 22건이 독립기념일 휴가 기간에 일어났습니다. 독립기념일 주간에만 22명이 숨지고 126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전후로 열리는 기념행사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총격 사건이 많이 발생합니다. 지난 4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총기 폭력으로부터의 자유’를 호소하며 상식적인 총기 관련 개혁과 관련해 공화당 의원들이 협상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얼마 전 총기 안전과 관련해 백악관과 주 지도자들이 회동했다고요?

기자) 네, 지난 21일 백악관은 33개 주를 대표하는 주 의원과 주지사실 직원 등 약 70명과 회의를 열고 초당적인 ‘더 안전한 지역사회법’에 따라 강화된 21세 미만 청소년 신원 조회 시행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강화된 신원 조회로 21세 미만 청소년 손에 총기가 들어가는 걸 수백 건 막을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백악관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주 지도자들과 계속 협력해 강화된 신원 조회를 시행하고 총기 폭력을 줄이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