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가공업 재개 행정명령…미국 1분기 경제성장률 -4.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백악관 접견실에서 열린 로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의 코로나 대책 관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 시간입니다. 오늘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육류가공업체 생산 재개 행정 명령에 서명한 소식에 이어서, 지난 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소식 살펴봅니다.

먼저 첫 번째 소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육류가공업을 ‘필수업종’으로 지정하고, 생산을 재개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한 식품 공급망 붕괴 위기를 타개하려는 건데요. 오종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8일, 육류 가공 공장들을 ‘필수 기간시설(critical infrastructure)’로 선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관련 공장은 가동 상태를 유지하고, 생산을 멈춘 시설은 재가동해야 합니다.

이번 조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사태로, 식품 공급망 붕괴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습니다.

최근 육가공 공장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속출했고, 이에 따라 가동을 중단하는 시설이 줄을 이었습니다. ‘식품ㆍ상업 노동자 국제연맹(UFCW)’ 통계에 따르면, 육가공 업계 근로자 최소한 6천500명이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았고, 이 가운데 20명이 숨졌습니다.

이 때문에 22개 공장이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이후 돼지고기와 닭고기 등의 시중 공급에 일부 차질을 빚었습니다. 유명 육류가공업체 ‘타이슨(Tyson’s)’의 존 타이슨 이사회 의장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에 게재한 전면 광고를 통해 “식품 공급망이 붕괴되고 있다”며 대응 조치를 호소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 시사주간지 ‘타임’과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매체는 미 전역 육류 생산 시설의 80%가 폐쇄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폐쇄 상태가 국가적인 육류ㆍ가금류 공급망 유지를 위협하고 있는 관계로, 국가적 비상사태에서 필수 기간시설을 훼손한다”고 이번 행정명령에서 규정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적절한 모든 행동을 취하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소니 퍼듀 농무장관에게 지시했습니다.

이처럼 문 닫은 육가공 공장들을 다시 돌리도록 하는 법적 근거로,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ㆍDPA)’을 적용했습니다.

국방물자생산법은 전쟁 상황을 비롯한 비상시국에, 정부가 특정 업체나 업계를 지정해 필요한 물자를 생산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법규입니다.

1950년대 한국전쟁 때 처음 도입된 이 법은 대통령 직권으로 시행하는 것이어서, 이번처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 자동으로 발효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사태를 비상시국으로 규정하고 국방물자생산법을 동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앞서 의료 기기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제너럴모터스(GM)’ 등 자동차 업체들에 인공호흡기 등의 생산을 명령한 바 있습니다.

육가공 업체들에 대한 이번 조치에, 정치권과 노동계에서는 비판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행정명령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28일) 행정명령 서명에 앞서, 노동자 보호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언론에 밝혔지만, 실제 발효된 명령문에는 관련 규정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 공화당 지도부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종업원들의 소송에 대비해, 고용주를 보호할 수 있는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는 28일 “마스크나 개인보호장구 없이 아픈 사람 옆에서 일하라고 해도 업주에게 책임이 없다는 얘기”냐고 반문하며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소리”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다음 주 의사 일정을 재개할 예정이던 의회는 관련 계획을 취소했습니다.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 지도부는 28일 이견 조율을 통해, 의원들이 ‘재택근무’ 방식으로 의정 활동을 진행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하원 의무국에서 의사당으로 복귀하지 말 것을 권고하기 때문에, 우리(의원들)는 그 지침에 따라야 한다”며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연방 상ㆍ하원은 공식적인 휴회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몇 분 만에 끝나는 형식적인 회의 절차인 ‘프로 포마(pro forma)’로 회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다수 의원은 워싱턴 D.C.를 떠나 지역구에 머물고 있습니다. 실제 회의는 다음 달 4일 다시 열 계획이었습니다.

상원의 경우, 아직까지 5월 4일 개원 방침에 변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런 가운데,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28일 점진적 경제ㆍ사회활동 재개 일정을 공개했습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날 “사업장과 학교들을 다시 열 수 있는 계획을 내놓을 때까지 몇 주가 남았다”고 밝혔습니다.

주민 모두가 충분히 보호받는 상황을 담보해야, 봉쇄령을 단계적으로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주 보건 당국은 설명했습니다.

뉴섬 주지사는 가을 학기 개학 일정을 7월이나 8월로 앞당길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봉쇄 조치를 연장하는 지역도 있습니다. 루이지애나주는 27일, 오는 5월 15일까지 자택대기령을 지속한다고 발표했습니다.

29일 오전 현재 미국 전역의 코로나 확진자 수는 101만2천여 명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지난달 19일 미국 뉴욕 메디슨가의 상점에 폐점 세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여파로 1/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경제가 역성장을 보인 것은 지난 2014년 이후 6년만인데요. 자세한 소식 김현숙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로 4.8%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고, 미 상무부가 29일 밝혔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미국 경제가 상당 부분 멈춰선 가운데 나온 결과로 미국 경제가 이렇게 역성장을 보인 것은 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또한, 이번 수치는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강타한 지난 2008년 4/4분기에 -8.4%를 기록한 이후, 가장 큰 급락률을 보인 겁니다.

지난해 미국의 성장률은 1분기 3.1%를 보인 이후, 2분기 에2.0%로 떨어졌지만, 3분기와 4분기는 2.1%를 유지했었습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하지만 올해 1분기, 그러니까 1월~ 3월 사이 경제 침체는 2분기에 보일 경제 급락의 전조 현상일 뿐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3월 이후 본격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대응으로 인해 많은 기업이 문을 닫고, 대규모 실업 사태가 벌어지면서 4월~ 6월에는 더 암울한 성적을 보일 거라는 전망인데요. 앞서 연방 의회예산국(CBO)은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연율 -40%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충격적인 전망은 지난 1947년 상무부가 관련 수치를 발표한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일 뿐 아니라, 역사상 가장 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지난 1958년 1분기의 -10%보다 4배나 큰 마이너스 성장 기록을 세우게 되는 겁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미국에선 최근 몇 주 만에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공장과 가게들이 문을 닫고 주택 시장도 얼어붙었으며, 가계 소비도 크게 줄었는데요. 위축된 소비심리로 인해 소비가 줄어들면서 경기가 더욱 안 좋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나온 각종 경제지표를 보면 미국에서 이미 심각한 경기 침체가 시작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데요. 일부 경제학자들은 속단하기 이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미국 경제가 빠르고 왕성하게 회복세를 보이게 될 거라는 전망인데요. 따라서 미국 경제는 일명 'V'자 모양을 그리면서, 깊은 침체기를 찍고 다시 올라와 탄탄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평가하는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미국 경제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더 힘을 얻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많은 전문가는 코로나 사태가 끝나더라도 미국 경제가 이전처럼 다시 탄력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많은 미국인이 안전상의 이유로 과거에는 일상적으로 하던 여행이나 쇼핑, 외식, 영화 관람 등을 아직 상당히 꺼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지방과 주 정부 차원에서 여전히 이동에 제한을 두는 조처를 시행하면서 언제 다시 공공장소에 사람들로 붐빌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 이로 인해 많은 사업체가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르는데요. 바로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경제학자들이 미국 경제의 회복 시점을 좀 더 멀리 잡고 있는 겁니다.

거기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꺾이더라도 다시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요. 그럴 경우 겨우 영업을 재개했던 사업장이 다시 또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경제 회복을 위해 미 연방 의회는 4차례에 걸쳐 총 3조 달러에 가까운 경기 부양안을 승인했습니다. 또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는 금리를 0%대로 낮췄는데요. 하지만 여러 경제학자는 이 정도로는 미국 경제를 회복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경제가 급반등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 대응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가 올해 3분기에는 큰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4분기에도 믿을 수 없는 성적을 보이면서 내년에도 미국의 경제는 놀라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년간의 경제 성장을 치적으로 내세우며 오는 11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사태가 해결되고 나면 다시 또 강력한 경제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날(29일) 발표된 1분기 GDP 성장률은 속보치(advance estimate)로 불완전하거나 추가 수정이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나온 결과인데요. 상무부는 두 번째 잠정치는 5월 28일에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고요. 이후에 또 확정치가 나올 예정입니다.

한편,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는 29일, 현재 0%대인 기준금리를 당분간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연준은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성명에서 공중보건 위기가 경제 활동과 실업률, 단기 물가를 강하게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 중기적으로 봐도 경제에 위험 요소가 상당한 만큼 기준금리를 0~0.25%로 동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준은 이어 최대 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목표에 올랐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메리카 나우, 김현숙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