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ABC] 자연재해와 연방 선거 (1)

지난 1918년 미국 캔자스주의 펀스톤 캠프에서 치료받고 있는 스페인독감 감염 병사들.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많은 지역이 올해 11월에 치를 대통령 선거에 나갈 후보를 뽑는 예비선거를 속속 연기했습니다. 20세기 들어 미국에서는 자연재해가 대통령 선거 같은 연방 선거에 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는데요. 미국 대선 ABC’, 오늘은 ‘자연재해와 연방 선거’ 첫 번째 시간으로 1918년과 2012년 선거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건국 이래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 같은 연방 선거가 중단된 적은 없었습니다.

19세기 남북전쟁뿐만 아니라 20세기 들어 발생한 대공황과 두 번에 걸친 큰 전쟁 기간에도 연방 선거는 중단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연재해로 선거가 영향을 받았던 적은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1918년 선거였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향하던 이해 가을 ‘스페인 독감’이 미국을 덮쳤습니다. 1918년에 미국은 중간선거를 치를 예정이었습니다.

항생제나 백신이 없었던 시기에 생긴 이 스페인 독감으로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미국에서도 수십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이에 미국 보건당국은 독감이 퍼지는 것을 막으려고 공공장소에 사람이 모이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그래서 중간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유세를 대부분 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후보들은 대안으로 신문 의견란이나 우편을 통해 선거운동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페인 독감이 미친 영향은 미국 서부에서 더 컸습니다. 그래서 많은 지역 정부는 선거 당일 밤 신문사 밖에 큰 현판을 걸고 여기에 개표 결과를 알리는 것도 사람들이 몰린다는 이유로 금지했습니다.

스페인 독감은 투표율에도 영향을 미쳐 당시 전체 유권자 가운데 40% 정도만 투표했습니다. 일부 언론은 이해 선거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유권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한 투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미국 안에서는 선거를 연기하자는 논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연방 선거에 영향을 미친 재해가 전염병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2012년 미국 동북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도 이해 치러진 대선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당시 허리케인으로 특히 뉴욕주와 뉴저지주가 큰 피해를 봤습니다.

뉴저지주는 피해가 크게 난 지역을 ‘해외 선거구’로 지정해 이 지역 주민들이 팩스나 이메일로 투표하도록 허용했습니다. 또 뉴욕주에서는 투표소가 파괴돼 유권자들이 천막 안에서 투표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