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홍콩 송환법 반대 100만 명 시위가 1주년을 맞았습니다. 미국과 러시아가 이번 달 핵무기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영국 런던시가 노예제도와 관련 있는 관내 기념물이나 조형물을 철거하는 방안을 고려할 예정이라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9일로 홍콩이 ‘범죄인인도조약’ 법안, 일명 송환법 반대 대규모 시위를 벌인 지 시위 1주년을 맞았는데요. 지금 현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9일 저녁, 홍콩 시민 수천 명이 도심 중앙에 모여 행진했습니다. 이들은 ‘홍콩 독립’, ‘끝까지 싸운다’ 같은 구호를 외쳤는데요. 이날 낮에도 시내 곳곳 백화점 등에서 ‘홍콩 자유’, ‘홍콩은 숨을 쉴 수 없다’ 등의 팻말과 구호를 외치는 산발적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AP 통신은 이날 적어도 25명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홍콩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네. 캐리 람 행정장관이 9일 주례 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더 이상의 혼란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두가 지난 1년의 도전과 어려움을 통해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어떤 교훈을 배워야 했다는 건가요?
기자) 람 장관은 그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홍콩 시민들은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환경 속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범죄인인도법안’, 어떤 내용이었죠?
기자) 네.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은 나라나 지역에 대해서도 용의자를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이었는데요. 지난해 6월 9일 홍콩 입법회에서 이를 심의할 예정이었는데, 100만 명에 달하는 시위대가 입법회 건물을 에워싸고 격렬히 반대했습니다. 이후 송환법 반대 시위는 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로 확대됐습니다.
진행자) 홍콩 정부가 추진한 범죄인 인도법안은 결국 철회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시민사회는 물론 기업과 노조가 파업을 선언하고 학생들까지 등교를 거부하는 등 시위는 점점 확대됐는데요. 경찰의 강경 진압 과정에서 사망자까지 발생하며 홍콩은 큰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국제 사회도 우려를 표명하는 가운데 홍콩 정부는 결국 법안을 철회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그것으로 끝난 건 아니라고요?
기자) 네, 홍콩 시위대는 송환법안 철폐를 비롯해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한 것을 철회할 것 등 5대 요구 조건을 내세웠는데요. 홍콩 시위는 지난해 미국 정부가 ‘홍콩인권법’을 제정하는 계기도 됐습니다.
진행자) ‘홍콩인권법’은 어떤 내용이죠?
기자) 네, 미국 국무부가 홍콩의 인권과 민주주의, 자치 수준을 매년 점검하고 의회에 보고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은 홍콩에 대해, 중국 본토와는 달리 무역과 비자, 투자 등에 있어 ‘특별대우’를 하고 있는데요. 국무부 보고에 따라 이를 박탈할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지금 미국 정부는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박탈하는 절차를 밟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현재 중국은 ‘홍콩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서방국은 이 ‘홍콩국가보안법’이 중국이 홍콩에 약속한 고도의 자치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밝히며,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철회하는 절차를 시작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금 중국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일국양제’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은 지난 1997년 홍콩을 영국으로부터 반환받으면서 ‘일국양제 (한 나라 두 체제)’의 원칙에 따라 향후 50년간 높은 수준의 자치를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중국은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가 일국양제의 원칙을 해치는 반중국, 반정부 시위라는 주장입니다. 반면 홍콩 시민∙ 재야단체와 국제사회는 중국 정부가 홍콩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점점 더 침해하며 일국양제의 약속을 깨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중국 외교수장이 영국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군요?
기자) 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도미니크 랍 영국 외무장관이 8일 전화로 통화했는데요. 중국 외교부는 왕이 부장이 홍콩 문제에 대한 외부의 개입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력히 경고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랍 장관은 상호존중의 정신으로 영국은 중국과 계속 소통하길 원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영국은 과거 홍콩의 식민지배국이었죠?
기자) 맞습니다. 영국은 1841년부터 1997년까지 홍콩을 식민지배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만큼 영국과 홍콩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데요.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강행하면 영국의 이민법을 개정해 홍콩 시민들을 받아들이는 절차를 강구하겠다고 밝히는 등 보안법 제정에 강력한 반대를 나타낸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과 러시아가 조만간 핵무기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고요?
기자) 네, 미국과 러시아가 이달 중으로 핵무기 통제를 위한 협상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미 군축 담당 특사가 밝혔습니다. 마셜 빌링슬리 특사는 8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핵무기 협상을 위한 시간과 장소에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시간과 장소도 말했습니까?
기자) 빌링슬리 특사는 트위터에 구체적인 시간이나 장소는 말하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8일, 미국과 러시아 관리들이 오는 2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빌링슬리 특사가 또 어떤 말을 했습니까?
기자) 이 협상에 중국도 초대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나타날 것인가? 그리고 선의를 가지고 협상에 임할 것인가?”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핵무기 통제 협상에 중국도 포함하길 원하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과 러시아는 현재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뉴스타트)’이라는 핵무기 통제 협정을 맺고 있는데요. 미국은 뉴스타트 대신 중국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핵무기 감축 협정을 체결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뉴스타트’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협정이죠?
기자) 지난 2010년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재임 당시 체결한 군축 협정인데요. 실전 배치하는 핵탄두의 수를 두 나라 모두 1천550기로 제한하는 내용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내년이면 종료된다고요?
기자) 네, 내년 2월 5일로 종료됩니다. 뉴스타트는 양국이 별다른 이견이 없으면 5년씩 자동연장되는데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핵무기를 포함해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협정을 체결할 것을 요구해왔습니다.
진행자) 중국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3자 협상에 참여할 뜻이 없다고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중국의 핵 무력은 국가 안보에 필요한 최저 수준일 뿐이라면서, 전 세계 핵무기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 감축에 중요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6월에 있을 핵무기 감축협상이 어려워지는 것 아닙니까?
기자) 그건 아닙니다. 미국의 한 관리는 미국과 러시아 간 핵무기 협상에 중국의 참여가 전제 조건은 아니라고 전했는데요. 하지만 빌링슬리 특사는 러시아가 중국을 협상장에 데려오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빌링슬리 특사는 또 중국이 강대국이 되길 원한다면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 간에 남아있는 유일한 군축 협정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도 탈퇴했습니다. INF는 사거리 500~5천500km에 이르는 미사일 보유를 금지한 내용인데요. 미국은 러시아가 조약에 위배되는 미사일을 배치했다며 INF 조약에서 탈퇴해 현재로서는 뉴스타트가 양국 간에 유일한 군축 협정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었는데, 이와 관련해서 영국 수도 런던에서 눈길을 끄는 소식이 있군요? 노예제도 관련 기념물을 철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죠?
기자) 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이 9일 발표한 내용입니다. 칸 시장은 ‘공공영역 다양성 위원회’를 만들어서 관내 기념물이나 거리 예술품, 그리고 거리 이름이 런던의 ‘다양성’을 담보하고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를 통해 ‘노예무역’과 관련이 있는 기념물이나 시설은 반드시 철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다양성’이라면 ‘인종적 다양성’을 뜻하는 모양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칸 시장은 영국과 수도 런던이 특히 노예무역을 통해서 많은 부를 쌓았다는 건 불편한 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런던이 세계에서 가장 다양성이 있는 도시 가운데 하나라고 칸 시장은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런던시가 갑자기 이런 방안을 들고나온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최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시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씨가 경찰에 목이 눌린 후 사망하자,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했죠? 영국에서도 항의 시위가 있었는데요. 이 와중에 노예제도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 기념물을 철거하려고 시도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진행자) 영국은 과거에 미국과는 달리 노예제도를 운용하지 않았죠?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과거 영국 사람 중에 외국에서 노예무역으로 큰돈을 번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국 안에 이런 사람들을 기념하는 조형물이 곳곳에 있는데요. 지난 7일 영국 브리스톨시에서는 시위대가 17세기 노예무역업자였던 에드워드 콜스턴의 동상을 끌어내려 강물에 던지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철거가 거론되는 기념물로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런던에서는 토머스 가이, 노예무역업자 로버트 밀리건, 그리고 존 카스 경 동상이 있습니다. 또 옥스퍼드대학 안에 있는 세실 로즈, 그리고 스코틀랜드에 있는 헨리 던다스의 조형물 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런던에 있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동상도 철거해야 한다는 말도 나와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진행자) 윈스턴 처칠 총리는 2차 세계대전 기간 영국을 이끈 영국의 영웅인데, 왜 그런 말이 나왔나요?
기자) 네. 처칠이 영국 제국주의를 옹호했고 인종적 편견이 있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칸 런던 시장은 이런 요구를 적절하지 않다면서 일축했습니다.
진행자) 최근에 벨기에에서도 국왕 동상을 철거하는 일이 있었죠?
기자) 네. 벨기에 앤트워프에서는 레오폴드 2세 국왕 동상을 인종주의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쓰러트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진행자) 레오폴드 2세가 시위대 표적이 된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지난 19세 말 아프리카 콩고를 식민 지배하면서 콩고인들을 잔혹하게 착취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심하게 훼손된 채 넘어진 이 동상은 그 자리에 다시 세워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