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기획] 북한 비핵화 논의 전망

지난해 6월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한국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자료사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은 한-중 간 경제 분야 협력 뿐아니라 한반도 정세와 지역.국제 문제 등을 심도 있게 다루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입니다. 특히 두 나라 정상이 북한 핵 문제와 같은 민감한 사안을 놓고 얼마만큼 시각 차를 좁힐 것인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 방한을 앞두고 보내드리는 기획보도, 오늘은 한-중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주요 한반도 관련 의제, 특히 북한 비핵화 논의를 중심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나와있습니다.

진행자) 두 나라 정상이 가장 무게를 둘 한반도 사안, 역시 북한 핵 문제 아니겠습니까?

기자) 아주 중요한 주제죠. 한반도 정세 변화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바로 이 핵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시 주석이 북한보다 이례적으로 한국을 먼저 방문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공조가 강화될 것이다, 이런 관측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언뜻 들으면 순조로울 것 같은 양측의 논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뭐가 걸림돌인가요?

기자)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이걸 어떤 식으로 문서화할 지에 대해서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 상황입니다. 바로 북 핵 문제에 대한 언급 수위가 관건입니다. 한국은 말 그대로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고 싶어하지만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중립적인 어조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양국 정상이 공동성명에 ‘북 핵 반대’를 명시할지 아니면 기존의 ‘한반도 비핵화’ 표현을 그대로 담을지 큰 관심거리입니다.

진행자) 북한과의 특수한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중국이 과연 ‘북한 비핵화’라는 강한 표현을 공식화할 수 있을까요?

기자) 물론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반대한다’, 이런 문구가 들어가면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 메시지가 될 겁니다. 하지만 역시 북-중 관계라는 제약 때문에 두 정상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을 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보는 관측이 많습니다. ‘북 핵 불용’이라는 원칙에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대외적으로 발표되는 메시지는 다소 추상적 형태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진행자) 중국은 비핵화 대상을 직시하는 데는 소극적이면서도 6자회담 재개에는 상당히 적극적이라고 봐야죠?

기자) 한-중 양국이 명시한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은 ‘북 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안보 분야 의제로 꼽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을 6자 테이블 가까이 앉히고 싶어하는 겁니다.

진행자)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6자회담 재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 같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국은 무엇보다 실질적인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지 않습니까? 따라서 6자회담이 이를 위한 의미 있는 대화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고요. 반면 중국은 대화 재개 시점까지 구체적으로 담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간극을 줄이기 위해 두 나라는 ‘핵 위협이 감소될 때’, 혹은 ‘긴장이 완화될 때’, 6자회담을 재개한다, 이런 의지를 보이는 선에서 문구를 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남북 문제에 대해 보일 반응도 궁금합니다. 시진핑 주석이 한국의 통일정책에 어느 정도 동의해 주느냐, 이 부분도 지켜볼 만 하겠죠?

기자) 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통일은 대박”이라는 표현을 써서 화제가 됐었죠? 통일 준비를 남북관계 최우선에 올려놓겠다고 공식화한 겁니다. 중국도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통일 실현”을 강조하며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지지를 표명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서는 “한반도의 자주적 평화통일”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면서 북한 측 입장을 배려하고 있고요. 따라서 최종 순간 공동성명에 어떤 표현이 언급될 지 관심을 끄는 사안입니다.

진행자) 얘기를 들어보니까요. 북한의 비핵화가 중요 의제이긴 하지만 중국은 강한 표현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건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습니다.

기자) 시진핑 주석이 평양보다 서울을 먼저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대북 압박 효과가 있고, 따라서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을 너무 자극하지 않기 위한 배려를 할 것이라는 거죠.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변수가 있습니다. 바로 북한의 태도입니다. 북한은 시 주석의 방한을 하루 앞둔 오늘 (2일)도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했습니다. 앞서 지난 달 29일에는 동해상으로 스커드 계열로 추정되는 미사일 2발을 발사했고요, 그보다 사흘 앞서서는 방사포 3발을 쐈습니다. 이런 식의 무력 시위가 이어질 경우 한-중 정상이 발표할 공동성명의 최종 문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진행자) 한-중 정상이 논의하게 될 중요 한반도 관련 의제, 특히 북 핵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는데요. 또 어떤 사안이 있을까요?

기자) 중국의 탈북자 북송 문제도 언급될 가능성이 큽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때도 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다만 중국 측에 북송을 하지 말아 달라고 직접적으로 요청하기 보다는 탈북자의 인권 문제 등을 언급하면서 우회적으로 강제북송 문제를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한국의 관심을 잘 고려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의 애로사항을 더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는 게 한국 정부의 설명입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에서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아웃트로: 네, 내일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한반도 현안들, 특히 북한 핵 문제를 중심으로 알아봤습니다.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