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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김정은, '실력우선주의' 관료 발탁...삼중고 속 실수 용납 못 해”


북한은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태풍 피해로 인해 연말 경제계획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북한은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태풍 피해로 인해 연말 경제계획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북한이 당 간부들의 `실력우선주의’를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초기부터 실력에 기반해 관료들을 발탁했다며, 특히 코로나와 제재, 수해의 삼중고에 직면한 상황에서 관리들의 정책 실수를 용납하기 힘들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당 일꾼들의 직위보다 실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열을 중시하는 북한체제에서는 다소 이례적으로 여겨지는 대목입니다.

미 해군분석센터 CNA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은 22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집권 초기인 2012년-2013년부터 군부터 시작해 말단 관리들에 책임을 물어왔다”며 “서열과 직위, 관계 보다 능력에 근거해 승진이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We have seen the idea of enforcing responsibility and taking accountability at the lower levels. Kim started this back around 2012-2013 within the military. We started to see promotions and focus on capabilities over seniority or rank or relationship.”

이번에 `노동신문’을 통해 기존에 김 위원장이 강조한 부분을 지도부에 다시 한번 명확히 밝힌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북한 권력층을 연구하는 웹사이트 ‘노스 코리아 리더십 워치’를 운영해 온 마이클 매든 스팀슨센터 연구원도 22일 VOA에 “서열이나 연고 보다 경험과 실력을 우선시하는 것은 김정은 지도부의 오랜 특성”이라고 말했습니다.

후계자 시절부터 시작해 김 위원장이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실력중심주의’ 인사를 펼쳤다는 것입니다.

[매든 연구원] “Solitary examples include Pak Pong Ju, who was appointed DPRK Premier in 2013 and later senior WPK Vice Chairman in 2019 and the recently retired Ri Su Yong who served as Foreign Minister and WPK Vice Chairman/IAD Director. When we look at the N Korean defense industry, Kim Jong Un quickly promoted several mid-level officials such as Kim Jong Sik and Jang Change Ha to senior positions.”

매든 연구원은 실력에 기반해 발탁된 인물들로 2013년 내각총리에 기용되고 2019년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된 박봉주와, 외무상과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고 최근 은퇴한 리수용을 꼽았습니다.

지난 2017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왼쪽부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 박봉주 내각총리, 최룡해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지난 2017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왼쪽부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 박봉주 내각총리, 최룡해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매든 연구원은 또 군수산업 분야에서 중간 간부급에서 고위급으로 승진한 사람들 중에 김정식 노동당 군수공업 담당 부부장과 장창하 국방과학원장 등을 지목했습니다.

아울러 인민군 사령관 출신으로 탄도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생산을 지휘하면서 경력을 쌓은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도 주목되는 사례라고 덧붙였습니다.

매든 연구원은 자신이 언급한 이들이 중앙부처 지도부급에서 실력을 기반으로 승진한 사람들이라며, 이번 `노동신문’ 사설은 `실력중심주의’가 당과 정부의 중간 간부, 지방간부 급까지 적용될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경제 제재, 자연재해로 `삼중고’를 겪고 있는 북한이 이 시점에 당 간부들의 실력을 강조한 배경에 주목했습니다.

[녹취:고스 국장] “The regime is under a lot of stress because of COVID and the sanctions. They can’t be making a lot of mistakes at the lower levels. Programs have to be done as effectively and efficiently as possible. Kim also knows that he really doesn’t have the time or the ability to micro-manage everything.”

미 해군분석센터 켄 고스 국장은 “현재 코로나와 제재로 북한 정권이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며 “말단 급에서 실수를 많이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모든 사업이 가장 효과적으로 진행돼야 하며, 김 위원장은 자신이 사소한 일들까지 일일이 챙길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지난 6월까지 미 국가정보국 DNI 북한정보 담당관을 지낸 마커스 갈로스카스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도 “현재 북한은 요직에 능력있는 지도자들을 세워서 김정은의 우선순위를 추진하고 직면한 도전들을 타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갈로스카스 연구원] “Certainly I think North Korea is at a time right now where they need to have effective leaders in key positions to be able to advance Kim’s priorities and to deal with the nature of the challenges they’re facing.”

김 위원장이 이달 초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 당 위원장을 해임하고, 강원도와 원산시 간부들을 처벌한 데 대해서는 “실패를 벌주고 성과를 보상하는 측면도 있고, 김 위원장이나 고위급에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다”고 갈로스카스 연구원은 풀이했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북한 당국자들을 해임할 때 완전한 숙청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갈로스카스 연구원] “There has been a pattern of firing officials, removing them from their positions and then potentially bringing them back into other positions or redirecting them so they’re not actually permanently being purged from the party.”

갈로스카스 연구원은 장성택 처형 이후 나타난 특징은 김 위원장이 관리들을 해임한 뒤 다른 자리에 다시 기용하는 것이라며, 이들이 완전히 축출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습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대미 협상단에서는 해임됐지만 여전히 요직에 있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좋은 예라고, 갈로스카스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미 중앙정보국 CIA 소속으로 북한의 선전선동을 분석했던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당 간부를 해임하면서 이들에게 정책 실패의 모든 책임을 지운다고 말했습니다.

[수 김 연구원] “Kim Jong Un’s firing of party leaders attributes blame for policy failures to these officials. Essentially, he wants to leave his own leadership record intact and deflect criticisms of his negligence, incompetence and shortcomings onto other people.”

이런 조치는 본질적으로 김 위원장 자신의 지도력에는 흠집을 내지 않으면서, 본인의 “부주의와 무능, 결점에 대한 비판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김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하지만 매든 연구원과 고스 국장은 최근 수해와 관련한 해임은 정치적 이유라기 보다는 담당자들의 업무수행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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