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략사령관은 중국과 러시아 등 복수의 핵무장 적성국 때문에 더 이상 냉전시절의 억제력 논리는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 핵과 재래전을 모두 염두에 둔 통합된 억제력 셈법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찰스 리처드 미 전략사령관은 7일 “핵은 재래식, 우주, 사이버 등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고 상호연계 돼 있다”며, 앞으로 국방부는 이를 모두 고려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처드 사령관은 이날 브루킹스 연구소가 주최한 화상대담에서 미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과 러시아라는 2개의 완전한 핵 강대국을 억제해야만 하는 시기를 맞았다는 점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리처드 사령관 “핵 억제 실패 염두에 둔 억제 전략 재고해야”
특히 전략사령부는 매일 전략적 억제력이 실패하는 상황에 대한 위험을 측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처드 사령관은 냉전시절에는 억제 실패 가능성이 상당히 낮았다는 전제가 있었던 반면, 이제는 실제 위기발생 상황에서 어떻게 억제할 수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 리처드 사령관] “We do now measure the risk of a strategic deterrence failure every day here at STRATCOM and the point being is, in the previous 30 years you could pretty reasonably assume that risk was always low-It's not zero, you couldn't ignore it completely. But conditions are changing and we need to rethink how we're going to do deterrence, particularly under crisis conditions…”
리처드 사령관이 언급한 미국의 새로운 억제력 셈법은 미 국방부가 최근 ‘통합된 억제력’ (Integrated Deterrence)으로 명명한 개념입니다.
또 이를 구현하기 위해 국방부는 기존 핵태세 뿐 아니라 우주, 사이버, 미사일 방어, 재래식 분야를 망라한 모든 영역을 반영하는 ‘전략적 억제력 검토' (Strategic Deterrence Review) 과정을 신설했습니다.
리처드 사령관은 고전 핵 억제력 이론들에서도 오늘날과 같은 2개 이상의 완전한 핵 보유국과의 경쟁상황에 대해 다루고 있다며, 냉전시절과는 매우 다른 역학 관계를 띠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환경에서는 적성국들을 각각 다른 방식으로 억제해야 하지만 70년 이상 방치된 핵 전력으로는 더 이상 재래전을 포함해 효과적인 작전을 시행할 수 있는 잉여성 (Margin)을 담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핵 현대화의 당위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날 사회를 맡은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진행한 핵태세 검토에서는 전술 핵폭탄의 효용성을 재조명했다며, 현재 이 무기체계들이 보다 넓은 의미에서의 억제력을 담보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모든 핵 공격수단, 전략무기 간주… 신 전략무기감축조약 취지 퇴색”
리처드 사령관은 군은 전략과 전술핵을 별도로 구분하고 있지는 않다며, 자신도 가급적이면 전술핵이라는 표현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위력의 크기와 상관 없이 어떤 종류의 핵무기를 사용하더라도 전략적인 파급효과가 있기 때문에 전략무기로 분류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 리처드 사령관] “We don't draw a distinction. I try to avoid using the term tactical. Any use of the nuclear effect will have strategic effects. And then separately, I would submit this distinction in the New START Treaty between strategic and non strategic weapons. I think is increasingly irrelevant, that technology has moved…”
특히 러시아와 맺은 신 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Treaty)에 따라 그동안 핵무기를 전략과 비전략으로 구분했지만, 기술진화에 따라 동맹이나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조약 범위 밖에 있는 새로운 무기들이 등장해 사실상 조약체결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말했습니다.
리처드 사령관은 다만 미국이 개발 중인 저위력 핵무기들은 적성국들에게 핵을 사용하게 될 경우 발생 비용이 혜택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강조해, 핵 선제 사용을 시도하는 여지 자체를 완벽히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리처드 사령관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미 전략사령부 고위관리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전술핵 고도화 발언을 놓고 핵 선제 공격 의도가 있다고 평가한 대목과 일맥상통합니다.
미 전략사령부 작전기획·정책국장인 퍼디난드 스토스 공군 소장은 지난 3월 북한이 저위력 핵폭탄을 서울 등 남한 주요지역에 투사해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면 미국은 이를 전략적 공격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7일 VOA에 “당초 전술핵은 민간인 등의 대량살상이 발생하는 전략무기와 구분해, 소련의 대규모 재래식 파상공격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적성국 부대를 겨냥한 전장용 핵무기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 베넷 선임연구원] “Historically, the lower yield B-61 Bombs were intended for Battlefield use. They were intended to as another way besides nuclear artillery and nuclear landmines to stop the advance of a tactical force in Europe… But the operational kinds of uses against airfields against command control, against ports…They had to be much bigger, and so they tended to be done by strategic weapons.”
그러나 미국의 재래식 전력의 우위가 확고해진 현재, 민간인 등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규모가 큰 비행장, 항만 또는 지휘통제체계를 파괴할 수 있는 저위력 무기의 효용성을 들여다보게 됐다며, 이는 전술적이 아닌 전략적 무기에 해당한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