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기자문답] 미 대선, 개표 이후 '승패' 안 나면 어떻게?


미국 선거가 열린 3일 미시간주 워런 시청에서 사전투표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선거가 열린 3일 미시간주 워런 시청에서 사전투표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만일 개표가 완료된 이후에도 승패가 명확하게 확정되지 않을 경우 어떻게 대통령 당선인을 결정하는지 박형주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이번 대선에서 경합주를 중심으로 막판까지 접전이 벌어지면서 개표 결과를 놓고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죠?

답변) 그렇습니다. 유권자들의 양극화와 더불어 역대 최고를 기록한 우편투표 수로 인해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미 역사상 가장 치열한 소송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들이 많습니다. 미 언론 등에서 제기하는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 초반 앞서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일찌감치 ‘승리 선언’을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선거인단 규모가 많은 경합주에서 우편투표에 대한 개표가 진행되고 바이든 후보가 역전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트럼프 대통령 측이 개표 결과나 우편투표 적법성 등을 놓고, 혹은 재검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민주당 측은 이에 맞소송을 제기하면서 선거 결과를 확정하지 못하는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이번 선거에서 우편투표가 급증하면서 이와 관련한 법정 공방이 이미 시작됐다고요?

기자) 우편투표는 전반적으로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측은 우편투표 개표 시한 제한을 요구하는 소송을, 민주당은 조금이라도 개표 시한을 연장하는 소송을 이미 벌였습니다. 최근 미네소타주 제8 순회 항소법원은 선거 당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 용지를 집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판결을 했습니다. 공화당이 반겼던 판결이었고요, 반면 민주당이 환영한 결정도 있었습니다. 연방법원이 지난달 28일,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우편투표 개표 기한을 연장하는 결정을 한 겁니다. 선거인단 20명이 걸린 펜실베이니아주는 투표 당일 우편소인이 찍히면 6일까지 도착해도 개표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이 판결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고, 선거가 끝나는 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진행자) 선거 결과를 놓고 소송전이 이어지면 법원이 결과를 확정짓는 겁니까?

기자) 사법부가 ‘이번 선거의 승자는 누구다’라고 명시적으로 결정하는 상황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선거 승패를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판결을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지 W. 부시 후보와 앨 고어 후보가 맞붙었던 2000년 대선 당시 플로리다주 재검표 소송입니다. 당시 주 법원에서 시작된 소송은 항소법원을 거쳐 연방대법원이 재검표 중단을 결정하자 고어 후보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부시 후보의 승리로 일단락됐습니다.

진행자) 현재 연방대법원은 보수 성향 인사가 절대적으로 많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의 합류로 보수와 진보 구성이 6대 3이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배럿 대법관 지명에 대한 인준 절차를 강행하면서 “선거가 대법원에서 끝나게 될 것이고, 우리가 9명의 재판관을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0년처럼 대법원 판결이 선거 결과를 규정하는 일이 재현될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 당일인 3일 아침 워싱턴 국회 의사당 외각.
미국 대통령 선거 당일인 3일 아침 워싱턴 국회 의사당 외각.

진행자) 만약 정해진 법정시한까지 선거 결과를 확정하지 못하면 어떻게 됩니까?

기자) 당초 일정대로라면 12월 14일 선거인단이 공식적으로 대통령을 선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소송이 지연되면서 일부 주에서 선거인단을 확정하지 못해 270명을 확보한 후보가 없을 경우 연방 하원이 대통령 선정권을 갖습니다. 수정헌법 12조는 이렇게 명시하고 있습니다.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하원은 즉시 대통령으로 투표된 사람의 명단 중 3인을 초과하지 않는 최다수 득표자 중에서 대통령을 비밀투표로 선거하여야 한다.”다만 하원의원 한 명 당 1표씩 갖는 게 아니라, 50개 주가 각각 1표씩 투표권을 행사합니다. 공화당 하원이 많은 주에서는 공화당 대표가, 민주당 하원이 많은 주는 민주당 대표가 투표권을 행사하는 방식입니다.

진행자) 결국 각 주의 연방 하원 다수당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셈인데, 이럴 경우 누구에게 유리합니까?

답변) 현재 하원 구도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유리합니다. 공화당은 26개, 민주당은 23개 주에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하원 선거 결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수정헌법 12조에 따르면 하원이 대통령 선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최종 기한은 3월 4일까지입니다. 때문에 12월 14일부터 연말까지 하원에서 대통령 선출을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현 구도에서 투표가 진행됩니다. 하지만 내년까지 늘어지면 1월 3일 새로 출범하는 하원에서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질문) 그런데 실제로 하원이 대통령을 뽑는 사례는 근래에 없었지요?

답변) 200여 년 전, 1800년과 1824년 대선에서 선거인단 과반 득표자가 없어 하원이 대통령을 선출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밖에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두 후보가 269명씩 동률로 나올 때도 하원이 선출합니다. 물론 가능성이 희박하겠지만 경우의 수를 따지면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고 합니다. 부통령은 상원에서 선출하는데요, 때문에 당적이 다른 대통령과 부통령이 선출되는 것도 이론상으론 가능합니다.

진행자) 하원에서도 대통령을 선출하지 못할 때는 어떻게 됩니까?

답변)만약 현직 대통령 임기인 내년 1월 20일까지 상·하원이 대통령·부통령을 선출하지 못할 경우 헌법상 부통령에 이어 대통령 승계 서열 2위인 하원의장이 의장직을 사임하고 대통령직을 대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미 헌정 사상 초유의 일로 기록될 것입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미국 대선에서 승패가 결정되지 않을 경우 어떻게 대통령을 선출하게 되는지 박형주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