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전문가 "구글 회장 방북 실효성 의문"


8일 방북 중 평양 김일성 종합대학을 방문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왼쪽)과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
8일 방북 중 평양 김일성 종합대학을 방문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왼쪽)과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와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방북에 엇갈린 시각을 보였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전문가들은 우선 이번 방북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미국 정부와 무관하게 이뤄지는 북한과의 접촉을 통해 얻을 게 없다는 지적입니다.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정책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워싱턴대 총장입니다.

[녹취: 리스 총장] “I don’t think it’s an emerging market for the Google products and any technology that might be transferred, you’ll have to…”

리스 전 실장은 북한이 구글의 신흥 시장이 될 수도 없는데다, 북한에 대한 어떤 기술 이전도 유엔과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런만큼 슈미트 회장이 왜 귀중한 시간을 구글 주주들의 이익과 관계없는 방북에 할애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번 방북이 “이기적인 관광(egocentric tourism)”에 지나지 않는다는 혹평도 했습니다.

국무부 한국과장을 역임한 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포드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 역시 방북단의 역할을 평가절하했습니다.

[녹취: 스트로브 부소장] “Since the government does not allow anything like a freedom of speech, I am not sure what role he has to play…”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북한에서 어떤 기회를 모색하려는건지 회의적이라는 겁니다.

특히 리처드슨 전 주지사의 신뢰성을 문제삼았습니다.

[녹취: 스트로브 부소장] “In fact, the people in the U.S. government are well aware of Richardson’s proclivities and I don’t think they regard him as a reliable or helpful interlocutor with North Koreans.”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자기 이해에 급급한 정치인으로, 이런 성향을 잘 알고 있는 미 정부가 그를 믿을만한 대북 창구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리처드슨 전 주지사가 과거 방북 때마다 공명심을 내세우는 경향을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터프츠대학의 한반도 전문가인 이성윤 교수입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예를 들어 (리처드슨이) 2010년 12월에 북한을 방문했을 때 자신의 북한 방문으로 전쟁이 억제되기를 기대한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걸 보면 본인이 북한 문제의 핵심이나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기 자신을 그렇게 판단한다고 봅니다. 해결사라고 그렇게 좀 오판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이번 방북의 목적이 억류 미국인 석방에 국한된 것이라면 긍정적 측면도 없진 않다고 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김정은 정권이 유화제스처를 쓰는 차원에서 리처드슨 일행한테 최소한 뭐 석방을 해주겠다는 그런 약속이라도 해줄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다만 방북단의 활동이 큰 틀에서 북한 핵과 대량살상무기, 인권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만큼, 이번 평양행에 기대를 걸지 않는다는 게 이 교수의 입장입니다.

반면 리처드슨 주지사 일행이 미국 정부에 대북 관여의 계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민감한 시기에 이뤄진 방북이지만, 쉽게 움직이기 힘든 미국 정부를 대신해 북한의 동향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진단입니다.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 국제관계국장입니다.

[녹취: 고스 국장] “I do tend to support the outreach to the North Koreans at least to have some sort of dialogue so we kind of have what their…”

미국 대표 자격으로 북한 당국과 교섭하는 것 뿐 아니라 개인 차원의 대북 관여 역시 북한의 행보를 점치고 위험 지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입니다.

고스 국장은 특히 구글 회장의 방북이 경제와 생산공정의 컴퓨터수치제어 (CNC)를 강조한 김정은의 신년사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미국 정부가 방북단과 모종의 교감을 갖고 있을 가능성을 확신할 순 없지만,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배경이 있을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의 존 박 연구원은 투명성과 개방성을 앞세워 온 슈미트 회장의 방북 자체가 북한사회 변화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존 박 연구원] “North Korea has a long way to go on the economic development but when it comes to opening up the society, increasing transparency…”

구글이 경제 개선 뿐 아니라 폐쇄성 극복이라는 과제를 안은 북한에 시의적절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는 진단입니다.

박 연구원은 또 구글이 위성 영상지도 서비스를 통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를 확인할 수 있게 하면서, 동시에 북한에 접근하는 시도는 놀라운 일이면서도 긍정적 가능성을 모두 제시한다고 평가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