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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납치 문제 재조사, 북-일 회담 관건"


지난 3일 중국 선양에서 열린 북-일 적십자 실무회담에 참석한 리호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서기장이 회담 결과를 밝히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3일 중국 선양에서 열린 북-일 적십자 실무회담에 참석한 리호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서기장이 회담 결과를 밝히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과 일본이 오는 30일과 31일 이틀간 중국 베이징에서 정부 당국간 공식 협의를 벌입니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 재조사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인데요,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최근 들어 북한과 일본의 접촉이 잦아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달 초 중국 선양에서 두 나라 적십자사의 실무회담이 열렸습니다. 북한 내 일본인 유골 반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는데요, 지난 2012년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양측 적십자사 실무진이 만난 뒤 1년 반만이었습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한 뒤 처음이었구요. 그리고 3주도 채 안돼서 2차 회담이 열렸습니다.

진행자) 민간 차원의 적십자 회담이었지만 양국 외무성 관리들이 참석했다는 데 의미가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과장급 당국자들이었는데요, 북한에서는 유성일 외무성 일본과장, 일본에서는 오노 게이이치 외무성 북동아시아과장이 나왔습니다. 양측이 따로 만나 비공식 협의를 벌였는데요, 결과적으로 정부간 정식 대화에 앞서 예비회담을 한 셈이 됐습니다.

진행자) 다음 주에 본격적으로 두 나라 고위 당국자들이 만나는데, 마지막으로 만난 게 언제였습니까?

기자) 2012년 11월이었습니다. 당시 과장급 예비회담을 거쳐 국장급 회담이 열렸는데요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했었습니다. 그런데 2차 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하자 일본이 회담을 무기한 연기한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에 적십자 실무회담을 보면 북한이 먼저 회담을 제의했고, 그게 결국 당국간 회담으로까지 연결된 거 아닙니까? 북한이 이렇게 의욕을 보이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한국과 중국까지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제임스 쇼프 선임연구원입니다.

[녹취: 제임스 쇼프,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 ] “It’s really a way…”

북한이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벗어나고 남북관계를 넘어서 동북아시아에서 외교적으로 운신의 폭을 넓혀 가려는 전략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미국과 한국의 합동 군사훈련과 상관없이 무사히 치러지지 않았습니까?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상당히 공을 들인 건데, 북-일 관계에도 어떤 영향을 미치진 않았을까요?

기자) 전문가들도 그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가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건데요, 북-일 관계가 진전되면 한국 쪽에서 자극을 받아서 남북관계 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겠느냐, 이런 기대를 북한이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일본 시즈오카대학의 북한 전문가 이즈미 하지메 교수입니다.

[녹취: 이즈미 하지메 시즈오카대학 교수] “남북관계에 앞서서 북-일 관계가 진행되면 안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남북관계가 선행할 수 있도록 (한국이) 노력할 가능성이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국장급 회담이 다시 열리면 역시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중점 논의되겠죠?

기자) 물론입니다. 북-일 관계의 최대 현안이고, 아베 총리가 재임 기간 중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공약한 사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장 이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일본으로서는 북한의 의중을 파악하는데 일단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스팀슨센터의 다츠미 유키 선임연구원입니다.

[녹취: 다츠미 유키,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The Japanese government tries to…”

일본 정부가 납치 문제 재조사를 위해 북한과 공동위원회를 설치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이 납치 문제 재조사를 받아들인다면 북-일 회담에 큰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과거에도 북한과 일본이 납치 문제 재조사에 합의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두 나라가 2008년 당국간 실무협의에서 재조사를 조속히 실시한다는데 합의했었습니다. 하지만 후쿠다 총리가 물러나고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북-일간 대화가 중단됐고, 재조사 문제도 흐지부지 됐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과연 이번에도 납치 문제 재조사에 합의를 할까요?

기자) 일단 당국간 회담 결과를 지켜봐야 할텐데요, 전문가들은 북한이 일본인 납북자 요코다 메구미 씨 가족의 상봉을 허락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달 초 열린 1차 과장급 비공식 협의에서 양측은 요코타 씨의 부모와 요코타 씨가 북한에서 낳은 딸의 첫 상봉에 합의했고, 1주일 뒤 몽골에서 상봉이 실현됐습니다. 제3국 상봉을 거부하던 북한이 입장을 바꾼 겁니다. 이런 움직임으로 미뤄볼 때 북한이 이번에는 협상 타결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겠느냐, 이런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도 나름대로 일본에 요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요?

기자) 물론입니다. 주고 받는 게 협상의 기본이니까요. 전문가들은 북한이 경제제재 완화를 일본에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소한 두 나라의 인적교류와 특별기 운항을 허용하라는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는데요, 북한이 납치 문제 해결에 얼마나 성의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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