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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김정은 고아원 방문, 김정일 때와는 달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일 '국제아동절'을 맞아 평양 애육원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일 '국제아동절'을 맞아 평양 애육원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애육원 등 고아시설을 잇따라 방문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국제아동절인 지난 1일에도 애육원을 방문했는데요, 탈북자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언론들은 지난 2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전날 국제아동절을 맞아 평양애육원을 방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 TV]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평양애육원을 찾으시고 국제아동절을 맞는 원아들을 축복해 주시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은 앞서 올 2월에도 평양의 애육원과 보육원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곶감을 주고, 관계자들에게 사업환경 개선을 지시했었습니다.

이후 육아원과 애육원 등 취약계층에게 물고기를 공급할 인민군 ‘1월8일 수산사업소’ 건설현장을 직접 방문해 상황을 점검했고, 지난달에는 평양의 병원에 입원 중인 고아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행보가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라고 지적합니다.

한국 내 탈북자 1호 박사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방문 횟수가 많아졌습니다. 애육원이란 곳은 말하자면 고아원인데 김정일 시대는 애육원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북한 정권이 거의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시대 들어서 고아원을 자주 찾고 공개하는 것은 그 만큼 김정은이 어린아이들을 많이 사랑한다, 이런 것을 요란하게 선전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청진의대 교수 출신인 현인애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원은 2일 ‘VOA’에, 선전용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런 행보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현인애 연구원] “비록 그 게 온 나라 아이들을 다 포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애육원이 있고 애육원을 돌봐줘야겠다고 생각을 한 것만 해도 김정일보다 제 아이들 챙기겠다는, 이런 것은 괜찮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일은 선전 자체도 안 했으니까... 이런 차이가 있는 거죠.”

김정은 정권 들어 명절과 기념일 때 혁명 유자녀 학원에만 보내던 수령의 선물을 전국의 보육원과 애육원 등지에 보내는 것도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겁니다.

전문가들은 그 배경으로 여러 이유들을 지적합니다.

안찬일 소장은 개인적인 성향보다는 장기집권 차원에서 이런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김정은의 개인적 성향이라기 보다 젊은 지도자다 보니까 어린이나 소년단, 아주 젊고 어린 세대에게 투자하고 그들의 관심을 돌릴 때 5년 10년 뒤에 자신의 리더십에 충성할 세대란 명분과 계획 하에 이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 원산 소년단 야영소를 직접 갔습니다만, 이런 것은 과거 김정일 시대에는 거의 없었던 일입니다.”

‘인민의 어버이’란 전통적 이미지를 부각시키기엔 기성세대 보다 어린세대가 적합하기 때문에 이런 계획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현인애 연구원은 선전 목적 뿐아니라 김정은 제1위원장의 개인적인 성격과 나이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녹취: 현인애 연구원] “성격, 연령으로도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김정은이 지금 아이를 낳아서 키우잖아요. 그러니까 자기 아이를 키우면 아이들에 관심이 높죠. 과거 김일성의 현지 지도 과정을 봐도 김일성이 자기 아이들을 키울 때 제일 아이들에 관심이 높았습니다. 또 자기 손자들 키울 때 관심이 커졌고. 북한은 수령이 하는 정치인데 수령의 사생활 관심사하고 일반 주민들에 대한 관심하고 많이 일치하니까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국제적 관심을 끌었던 라오스 탈북 고아 강제북송 사건과 일부 북한의 꽃제비 소년들이 탈북해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타리가 국제사회에서 조명을 받은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존심이 강한 북한 정권이 유엔아동기구, 유니세프 등 여러 국제기구까지 나서 우려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경각심을 가졌을 것이란 겁니다.

현인애 연구원은 “북한 주민 다수는 유희장 건설 보다 고아 등 어린이들을 돌보려는 지도자의 행보를 훨씬 더 반기고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고 지도자가 지시를 했기 때문에 평양 뿐아니라 전국의 고아시설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현인애 연구원] “북한에서는 지도자가 한 번 관심을 돌렸다, 한 번 거기 갔다고 하면 상징성 뿐아니라 간부들에게도 자극이 됩니다. 왜냐하면 지도자가 관심이 없으면 간부들도 관심을 전혀 돌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애육원에 관심이 있고 찾아갔다, 애육원을 잘 돌봐주라고 했다고 하면 이게 다 지도자 말씀 책에 기록이 되고 집행에 대해 매 번 총화하게 돼 있습니다. 게다가 간부들이 아이들을 돌보지 않았는데 김정은이 다시 갑자기 방문했는데 아무것도 돼 있지 않다면 자기가 추궁 받고 모가지가 떨어지니까 간부들이 관심을 돌리게 되죠.”

실제로 당장 내년에 새로운 육아원과 보육원이 평양 대동강가에 들어설 예정입니다.

[녹취: 조선중앙 TV]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지금 당에서 대동강변에 현대적인 육아원, 애육원을 일떠 세우고 있다고 하시면서 원아들이 다음해에는 새로 건설된 애육원에서 6.1 절을 쇠게 될 것이라고, 그 때 다시 만나자고 말씀하시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기류에도 불구하고 현인애 연구원 등 전문가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합니다.

보육원과 애육원, 학원 등 고아 수용시설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꽃제비 등 많은 고아들이 여전히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겁니다.

한국의 갈렙선교회가 올해 초 북한에서 촬영해 공개한 동영상에는 꽃제비 고아들이 거리를 헤매며 음식을 구걸하는 안타까운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지난달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열린 북한인권에 관한 보편적정례검토 (UPR)에서 북한 영유아와 어린이들의 만성적인 영양실조, 어린이들의 농촌 지원과 노력 동원 등 국제 기준과 동떨어진 노동 문제 등에 대해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세계북한연구센터의 안찬일 소장은 근본적인 개혁이 추진되지 않는 한 고아 등 어린이 상황이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지금 불필요한 건설, 우상화 시설 이런 걸 계속하면서 한쪽에서 이렇게 선전효과를 노리기 위해 애육원을 찾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란 겁니다. 실제적으로 북한의 경제가 복원되고 인민생활이 개선되지 않으면 어린이 등 소년단이든 생활에서 크게 전반적으로 나아지긴 어렵습니다.”

오는 6일은 북한이 국제아동절보다 더 큰 규모로 경축하는 조선소년단 (6.6절) 창립 68주년입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날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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