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곧 장마가 시작될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유엔 등 국제기구가 집중호우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구호물품을 비축하고 조기경보와 대피훈련도 진행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장마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현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에서 장마가 언제 시작되나요?
기자) 보통 6월 하순에서 시작돼 7월 중, 하순이면 끝나는데요, 올해는 조금 늦게 시작될 것 같습니다. 한국기상청 이재용 예보관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한국 기상청 이재용 예보관] “18일경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북한 대부분 지역에 비가 올 것으로 보이고요,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23일경에 다시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행자) 사실 북한은 초봄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비가 오면 해갈이 될까요?
기자) 일단 비가 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인데요, 너무 많이 오면 농경지가 침수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곡물 수확이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한국의 북한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박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권태진 박사] “지금 현재는 한반도 전역이 가문 상태죠. 평년의 절반도 비가 오지 않은 상황인데요, 적절한 비가 오면 저수지를 채운다든지 논, 밭에 물을 공급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가 정도 이상으로 많이 오게 되면 농작물에 대한 피해가 예상됩니다. 농경지가 유실되거나 농경지에 물이 오랫동안 채워져서 농작물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많이 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인데요, 북한은 사실 거의 매년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컸던 만큼 올해도 예외가 아닐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장마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까요?
기자) 한꺼번에 많은 비가 내릴 경우에 대비해 댐과 제방 등 수해에 대비할 수 있는 시설들을 점검하고 보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축대 같은 곳은 더 단단히 하고, 무너지지 않게 살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5일 장마철 큰물 피해를 막기 위한 사업에서 성과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배수로를 정리하고 양수설비들이 제대로 가동하도록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이런 보도와는 달리 북한은 매년 장마철 집중호우로 적잖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주민들 차원에서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기자) 큰비가 오기 전에는 농경지에서 물을 빼는 배수로 등 수리시설을 잘 정비해야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는데요, 다시 권태진 박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Q&A DPRK how to reduce ACT 3> [녹취: 권태진 박사] “농민들로서는 배수로를 잘 정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비가 많이 오면 물이 빠져나갈 길을 만들어놔야 하는데요, 배수로가 막혀 있다든가 배수로가 좁아져 있다면 배수로를 정비해 놓는 것이 중요하죠.”
진행자) 사전에 대비를 잘 해도 큰비가 내려 농작물이 물에 잠기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요, 그럴 경우에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나요?
기자) 전문가들은 벼가 하루이틀 정도 물에 잠겨있는 것은 괜찮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주일 이상 물에 잠겨있으면 벼 뿌리가 썩는 등 농사를 망칠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논에 물이 빠지면 빨리 벼 포기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홍수가 나면 벼멸구 등 해충이 기승을 부리는데요, 일단 물에 잠겼던 농작물에는 반드시 농약을 뿌려줘서 병해충을 예방해야 합니다.
진행자) 앞서 북한에서는 매년 장마와 홍수로 적잖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지난해 피해 상황은 어땠나요?
기자) 지난해의 경우 7월에 내린 폭우로 홍수와 산 사태가 발생해 인적, 물적 피해가 컸는데요, 국제적십자 IFRC는 당시 폭우로 인한 사망자가 33 명, 이재민은 5만여 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진행자) 같은 양의 비가 내려도 한국보다 북한에서 더 큰 피해가 발생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홍수에 대비할 수 있는 사회기반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북한은 기상예보 능력이 떨어져 재난에 대비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세계기상기구는 북한의 기상장비가 대부분 유효기간을 넘겨 노후화 됐고, 관측자료 수집도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정확한 날씨 예보가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주민 개개인이 제 때 재해에 대처하지 못해 피해가 급증하는 거죠.
진행자) 장마철에는 건강에도 특별히 유념해야 하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장마철에는 통상 습도가 높아 땀이 잘 마르지 않게 되고요, 이 때문에 체온조절이 원활하지 않고 불쾌지수도 높아서 신체 균형이 깨지고, 면역력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장마철에 어떤 질병에 유의해야 하는지, 또 예방법은 어떤지 소개해 주시죠?
기자) 물로 인해 걸리는 수인성 질병을 특히 조심해야 하는데요, 장티푸스와 이질, 콜레라, 장염 등이 바로 그런 질병입니다. 장마철에는 각종 세균이 번식하기 쉽고, 또 음식물이 쉽게 변질되기 때문인데요, 한국질병관리본부 감염병 관리과 조은희 과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조은희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관리과 과장] “음식이나 물을 끓여 먹어야 하고요, 음식을 보관할 때 조심하셔야 합니다. 또 장티푸스와 콜레라는 물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지만 환자와 환자 간 접촉이 가능한 질병입니다. 그래서 철저한 손씻기 만으로도 수인성 식품 매개 성 질환의 70~80%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 장염과 설사병 증세가 보일 경우 보리차 등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