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제 (17일) 열린 아시안게임 참가와 관련한 남북 실무접촉이 결렬된 책임이 한국 측에 있다며, 대회 참가를 재검토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북한의 성의 있는 태도를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8일 하루 전 남북 실무접촉이 결렬된 것은 한국 측이 청와대의 지령에 따라 북측 응원단 규모 등에 대해 부당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한국이 남측 정서나 신변안전을 이유로 북측 응원단 규모를 문제 삼았고, 인공기나 한반도기의 크기까지 트집 잡았다고 비난했습니다.
북한은 또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의 체류 비용 문제는 국제관례에 따라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태도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꺼내지도 않은 비용 문제를 한국 측이 거론하며, 참가국 부담 원칙을 제시하는 등의 추태를 부렸다고 비난했습니다.
북한은 이에 따라 한국 측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대회 참가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며, 대회 참가는 전적으로 남측 태도에 달렸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청와대 지령을 운운하며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실무접촉 남측 수석대표로 나선 권경상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입니다.
[녹취: 권경상 남측 수석대표] “북한의 일방적 태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우리 측은 북한의 인천아시안대회의 참가가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한국 정부는 또 실무접촉에서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의 규모에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다만 응원단의 신변안전을 고려해서 대형 인공기 사용을 자제하고, 비용 문제도 국제관례를 토대로 검토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권경상 남측 수석대표입니다.
<N. Korea threatens to rethink participation in Incheon Asiad Act 02 EJK 07/18/14> [녹취: 권경상 남측 수석대표] “우리 측은 국제 스포츠 행사인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 북한 참가에 환영의 입장을 전달하고 관련 문제는 기본적으로 국제 관례와 대회 관련 규정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북한은 전날 열린 실무접촉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7백 명의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내겠다며, 선수단은 서해 직항 항공편으로, 응원단은 경의선 육로로 이동하되, 만경봉호를 인천항에 정박시켜 숙소로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체류 비용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채 한국 측이 편의를 제공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단과 응원단을 육,해,공 경로를 거쳐 보내겠다고 밝힌 것은 최근 이어온 대남 평화공세의 연장선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의 회담 결렬 선언은 한국 정부가 비용 부담 문제 등에 대해 국제 관례를 거론하자 이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회담 과정에서의 일종의 기싸움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정부 안팎에서는 남북한 모두 아시안게임의 성공 개최를 원하고 있는 만큼, 실무접촉이 완전히 결렬됐다기 보다는 남북이 냉각기를 거쳐 추가 접촉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아시안게임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선 추가 접촉이 필요하다며 상황을 봐가며 추가 접촉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