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부가 기독교에 대해 이중잣대를 계속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인 기독교인들을 장기간 억류하고 있으면서도 평양의 교회를 재단장하면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 억류돼 있는 미국인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 씨의 가족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 당국에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가족 변호인의 말입니다.
[녹취: 파울 씨 가족 변호인] “The family would like to express its heartfelt apology……”
파울 씨는 북한 여행 중 공공장소에 성경을 둔 채 출국하려다 체포돼 억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독교 선교사인 케네스 배 씨는 반공화국 적대범죄 혐의로 20개월 넘게 북한에 억류돼 있고, 북한 지하교회를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진 한국인 김정욱 선교사 역시 같은 혐의로 10개월째 억류돼 있습니다.
북한 정부는 이렇게 기독교인들을 적대혐의로 장기간 억류하면서도 최근 관영매체를 통해 종교자유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달 29일 칠골교회의 개건 소식을 전하며 신앙의 자유를 강조했습니다.
[녹취: 우리민족끼리TV] “칠골교회가 개건됨으로써 그리스도인들이 신앙생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물질적 기초가 마련되고 교인들의 신앙생활이 더 잘 보장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민족끼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과거 북한에는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다”고 말했다며, 6.25전쟁 때 무너진 칠골교회를 지난 1992년에 다시 건설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기독교에 대한 북한 정부의 주장은 실상과 크게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올해 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건국 이래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란 김일성 주석의 교시에 따라 지속적인 탄압을 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해방 이후 30만 명에 달했던 기독교 신자는 1949년 북한 당국의 발표 (조선중앙연감 1950)에서는 20만 명으로 줄었고, 그나마 한국전쟁 이후 대대적인 탄압을 가해 북한에서 기독교는 거의 자취를 감췄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한국 새터교회의 강철호 목사는 13일 ‘VOA’에 모든 북한 주민들은 기독교 등 종교 반대 교육을 받고 자란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강철호 목사] “북한 동포들은 어릴 적부터 학교에서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란 강력한 기독교 반대 교육을 받습니다. 기독교인들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탄압이 있기 때문에 정말 신앙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이 아닌 것이죠. 접할 수 있는 여건도 거의 막혀있다고 봐야 합니다.”
북한 당국은 해방 후 김일성 주석의 노고로 기독교 교세가 늘었다가 한국전쟁 때문에 기울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시 조평통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의 보도 내용입니다.
[녹취: 우리민족끼리TV] “해방 후에야 비로소 공화국 정부의 올바른 종교정책에 따라 모든 신자들이 자기 의사를 반영하여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누리는 교회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세기 50년에 미국이 일으킨 조선전쟁으로 인해 북에 있는 교회들이 모두 폭격에 파괴되고 많은 신자들이 희생되었으며 살아 남은 신자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가정예배 처소들에서 신앙생활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신앙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고, 봉수교회와 칠골교회, 가정교회 500 곳에 1만 4천여 명의 신도가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지난 3월 최종 보고서에서 북한에서 심각한 종교 탄압이 자행되고 있으며 이는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된다고 지적했습니다.
‘VOA’가 과거 입수한 한국 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5월 평남 평성시에서 지하교인 3 명이 기독교를 전파한 혐의로 처형되는 등 기독교인들에 대한 탄압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제 선교단체인 오픈 도어즈는 올해 보고서에서 이런 탄압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20-40만 명의 지하교인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영국의 데이비드 앨튼 영국 상원의원은 13일 ‘VOA’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북한 당국은 기독교에 대한 탄압과 선동을 멈추고 실질적인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북한이 이번에 개건한 칠골교회가 증조할머니인 강반석이 다니던 곳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독교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강반석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과거 송산 혹은 하리 교회로 불리던 현 칠골교회의 권사를 지냈습니다.
또 이 교회 인근에는 김일성 주석의 외할아버지인 강돈욱 장로가 설립한 기독교계 ‘창덕학교’가 있었고 김 주석의 외삼촌은 목사인 강량욱, 그리고 조선그리스도연맹의 전현직 위원장인 강영섭과 강명철은 강량욱 목사의 아들과 손자입니다.
조평통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과거 칠골교회의 역사를 선전하면서 김일성 주석이 지난 1989년 어머니의 손목을 잡고 교회에 가던 옛일을 회상하며 만감에 젖은 뒤 교회 재건을 지시했다고 밝혔었습니다.
영국의 앨튼 의원은 이런 배경을 볼 때 “김정은 제1위원장이 바꿔야 할 것은 칠골교회의 지붕이 아니라 외할머니와 같은 신앙을 가진 기독교인들에 대한 탄압을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앨튼 의원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에 맞춰 “수감 중인 모든 신앙인들을 사면하고 세계인권 선언이 명시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