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몽골 두 나라 외교장관은 동북아 지역의 평화를 위해선 북한의 비핵화가 긴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최근 북한과 부쩍 교류가 활발해진 몽골과의 관계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몽골을 방문한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은 26일 울란바토르에서 롭산완단 볼드 몽골 외교장관과 회담을 가졌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두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긴요하다는 공통된 인식을 확인하고 앞으로도 이 문제를 긴밀하게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윤 장관은 몽골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체제를 바꾼 모범국가로서, 북한의 변화에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이끄는 데 몽골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했습니다.
이에 대해 볼드 장관은 공감을 표시하고 한국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에 대한 몽골 정부의 지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윤 장관은 또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라시아 개발 구상’에 몽골의 협력 가능성을 강조했고 볼드 장관도 이 구상에 적극 참여할 뜻을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양국 정부 간 최초의 장관급 연례협의체인 ‘한-몽 공동위원회’를 올해 안에 출범시키기로 합의했습니다. 또 부산에 몽골영사관도 개설하기로 했습니다.
윤 장관은 특히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을 예방해 편리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25일부터 2박3일 간 이뤄진 윤 장관의 이번 몽골 방문은 남북관계 등 대외전략 측면에서 의미 있는 행보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국 외교부 장관이 몽골만을 단독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또 이번 외교장관 회담은 지난 10일 미얀마에서 열린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 때 양자회담 이후 불과 보름 만에 또 열린 겁니다.
한국 정부의 이런 행보는 몽골 정부가 지정학적 조건을 활용해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주변국과 적극적인 외교에 나서면서 몽골과의 관계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몽골은 비록 강대국은 아니지만 남북한과 외교관계를 동시에 갖고 있는 한반도 부근에 위치한 나라로 최근엔 북 핵 문제의 중재자를 자처하는 등 외교적 입지를 넓히고 있습니다.
또 몽골이 탈북자 수용소가 있는 주요 탈북경로라는 점도 한국 정부로서는 몽골 당국과의 협조관계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북한 또한 몽골과의 교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합니다.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북한을 방문한 데 이어 지난달엔 몽골 대통령 특사단이 북한을 찾았고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 때도 두 나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습니다.
엘벡도르지 대통령은 이와 함께 지난 달에는 일본 아베 총리의 초청으로 도쿄를 방문했고 얼마 전엔 몽골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국립외교원 이지용 교수는 한국 정부가 몽골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동북아 국가들 특히 북한과의 외교전 성격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이지용 국립외교원 교수] “일본이 북한 들어가고 몽골 들어가고 이러다 보면 중국으로서는 후방이 약해지는 꼴이 되니까 당장 (몽골과) 관계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몽골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오면서 북한에 갔었잖아요. 한국도 중국과 같은 맥락에서 (몽골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편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 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27일 북한 외교가 미국의 포위말살 정책에도 확장되고 있다며 그 예로 몽골과의 우호관계 심화를 꼽고 이를 김정은 정권의 외교적 성과로 부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