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테러단체 ISIL을 소탕하기 위한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미국은 시리아로 공습을 확대하고, ISIL에 맞서고 있는 이라크군과 시리아 온건파 반군에 대한 지원도 늘릴 계획입니다. 김근삼 기자와 함게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 내용과 반응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기자) 오바마 대통령은 어제(10일) 오후 9시에 백악관에서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15분 길이의 대국민 연설을 했습니다. 연설에서 예고한대로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준동한 테러단체 ISIL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공개했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은 ISIL을 소탕하기 위한 국제노력을 미국이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기자) 오바마 대통령은 크게 네 가지 전략을 제시했는데요. 우선 ISIL이 활동하는 지역에서 미군의 공습 확대입니다. 미국은 지난달 초 ISIL이 이라크 북부를 위협하자 이라크에서의 제한적인 공습을 시작했는데요. 이를 시리아로까지 확대한다는 겁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지난달 이후 150여차례의 공습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면서, 미국인과 미국 시설을 보호했을 뿐만 아니라, ISIL에 타격을 입힘으로써 이라크군과 쿠르드 자치병력이 ISIL이 장악했던 주요 거점을 다시 탈환하도록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동안 오랜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의 복잡한 정세 때문에, 공습 확대가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었는데요?
기자) 하지만 어제 오바마 대통령의 어조는 매우 단호했습니다. 미국은 ISIL을 공격하기 위해 이라크에서는 물론이고 시리아로의 공습 확대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을 위협하는 세력은 끝까지 추적해서 소탕한다는 것이 자신의 확고한 원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네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고 하셨는데, 또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기자) 오바마 대통령은 지상에서의 지원도 늘린다고 밝혔는데요. 여기에는 이미 미국이 돕고 있는 이라크군과 쿠르드 자치병력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시리아 내 온건파 반군을 지원하는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미국은 이들에게 무기와 훈련, 정보를 제공할 예정인데요,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 지상군 병력이 직접 전투에 가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거듭 분명히 했습니다. 미군이 지상에서도 전투룰 주도했던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는 달리, 공습과 측면 지원을 통해 ISIL을 소탕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주도하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시리아 내 공습과 온건파 반군을 본격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오랫동안 미국이 고심했던 문젠데, ISIL의 위협이 커지면서 결국 결정을 내린거군요?
기자) 그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이 늦은 감이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앞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미국이 진작에 시리아 온건파 반군을 지원해서, ISIL의 세력이 지금처럼 커지지 못하도록 막았어야 했다고 비판하기도 했죠. 하지만 그동안 미국은 시리아 온건파 반군에 지원한 무기가 극단주의 세력으로 넘어가는 것을 우려해왔습니다. 또 시리아 내에서의 공습도 복잡한 문제인데요. 자칫 미국이 반대하는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도움이 될 수 있고요, 또 시리아 정부군이 보유한 방공망은 미국 정찰기와 전투기 등에도 직접적인 위협이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은 어제 연설에서 아사드 정권과는 협력하지 않겠다는 점도 거듭 분명해 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사드 정권은 이미 국민들을 위협하고 합법성을 잃었다면서, 미국은 온건파 반군을 지원하면서, 시리아 내전 사태를 종식시킬 정치적 해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ISIL의 위협에 대응한 네 가지 전략 중에 공습 확대와 이라크군, 시리아 온건파 반군에 대한 지원 확대가 있고요. 나머지는 어떤 것들입니까?
기자) 오바마 대통령은 그밖에 ISIL의 테러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확고한 대테러 태세를 유지하고, 마지막으로 ISIL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소수계 주민과 난민에 대해서는 인도적 지원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ISIL과 같은 암조직을 제거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군사작전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른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국제적인 공조를 통해 대응한다는 점에서 이라크 전쟁과는 다르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국제적인 공조를 얻기 위한 노력은 어떻게 되갑니까?
기자)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중동을 방문 중인데요. 어제(10일) 바그다드에서 이라크 신임 총리와 만난 데 이어 오늘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중동국가 외무장관 회담에 참석해서 테러단체 ISIL의 위협에 맞선 노력에 동참을 촉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늘 시리아 온건파 반군 훈련에 필요한 시설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니 국가로 그동안 시리아 온건파 반군에 대한 지원을 요청해왔습니다. 한편 미국 정부 관계자는 다른 중동 국가들에 대해서도 미군 전투기가 공습을 위해 영공을 통과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면서, 조만간 관계국 국방장관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이라크와 쿠르드 자치정부, 시리아 온건파 반군 등은 미국의 지원 확대를 환영하고 있습니다. 또 백악관은 영국과 프랑스,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37개국이 ISIL을 소탕하기 위한 오바마 대통령의 발표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과 일본도 지지 의사를 공개했는데요. 한국 정부는 이미 120만 달러에 달하는 인도적 지원 의사도 밝혔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공개한 전략에 대해 우려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앞서 잠시 말씀드린대로 시리아 온건파 반군에 대한 지원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 시리아 정부군과 ISIL에 밀리고 있는 이들이 과연 미국의 지원으로 전세를 뒤집을 수 있겠냐느 거죠. 또 다른 지적은 과연 공습 지원만으로 ISIL의 위협을 효과적으로 막고, 더 나아가 뿌리뽑을 수 있겠냐는 건데요. 오바마 대통령은 어제 예멘 등에서의 대 테러 전략을 성공적인 예로 들었습니다. 무인기 등을 동원한 공습 지원으로 테러 지도자들을 제거하고, 테러집단을 약화시켰다는 겁니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예멘의 정치적인 불안, 또 미국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