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주 북한 노동당 국제비서가 열흘 간의 유럽 4개국 방문을 마쳤습니다. 강 비서는 이번 순방을 통해 외교적 고립으로부터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관측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강석주 비서가 15일 이탈리아를 마지막으로 유럽 4개국 순방을 마쳤습니다.
강 비서는 지난 6일부터 열흘 일정으로 독일과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를 방문해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북한의 외교적 돌파구 마련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주로 방문국 정당 관계자들을 만났을 뿐 고위급 접촉은 일부 국가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첫 방문국인 독일에서는 사회민주당 국제위원장 등 정당 관계자들을 면담했지만 고위급 회동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방문국인 벨기에 역시 고위급 회동은 불발됐습니다. 유럽의회 관계자는 10일 ‘VOA’에 강 비서 일행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대외관계청 고위급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정무나 외교 담당 관리들과의 접촉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강 비서는 대신 엘마 보코 유럽의회 외교위원장, 그리고 유럽연합의 인권특별대표와 만났습니다. 하지만 이 회동조차 관계 개선에 대한 청신호 보다는 유럽의 비판적 개입정책을 거듭 확인하는 자리가 됐습니다.
보코 외교위원장은 회동 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뉴스팀에 강 비서와 북한의 비핵화와 인권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보코 유럽의회 외교위원장] “I said that they should give more clear..."
북한 정부가 핵 국가가 되지 않겠다는 명확한 결의를 해야 한다는 점과 유럽연합과의 인권대화 재개를 권고했다는 겁니다.
강 비서의 실질적 고위급 회동은 세 번째 방문국이자 북한과 올해로 수교 40주년을 맞은 스위스에서 이뤄졌습니다.
스위스 외무부는 12일 ‘VOA’에 이브 로씨에 외무차관이 이날 강석주 비서를 만나 양자 관계와 다양한 국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스위스 외무부는 그러나 회동은 수교국 간 정례 정치대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이례적인 게 아니며, 최소한의 수준에서 진행됐다고 강조했습니다.
강 비서는 스위스에서 민간 학술회의에 참석하는 한편 파스칼 쿠슈팽 전 스위스 대통령, 기독민주당 관계자와도 면담했습니다.
이어 13일부터 마지막 순방국인 이탈리아를 방문했지만 역시 당국자와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탈리아 외무부는 15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어떤 이탈리아 관리도 강 비서를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제공할 소식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강 비서는 앞서 6일 첫 방문국인 독일에 도착해 방문 목적이 정당 간 교류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외교를 사실상 책임지고 있는 강 비서가 열흘 간의 비교적 긴 일정에도 불구하고 고위급 대화를 갖지 못한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유럽 전문가들은 앞서 ‘VOA’에 북한 정부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계속 개발하고 열악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지 않는 한 유럽 나라들의 대북정책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가 유화적 자세로 희망적 신호를 보낸 뒤 보상을 받고 과거로 돌아가는 북한의 행태를 이제 꿰뚫고 있다며, 북한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한 큰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