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방위원회가 최근 한국 청와대에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전통문을 보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이 새삼스럽게 전단 살포 중단을 남북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국방위원회가 최근 한국 청와대에 한국 측이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해야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이 열릴 수 있다는 취지의 전통문을 보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국방위원회 명의로 지난 13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남북 고위급 접촉 북측 대표단 대변인 담화와 유사한 내용의 통지문을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보내왔다고 16일 밝혔습니다.
북한은 지난 13일 남북 고위급 접촉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한국 측이 고위급 접촉 개최를 촉구하기 전에 대북 전단 살포를 포함한 적대행위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전단 살포가 개시되면 도발 원점과 그 지원 지휘세력까지 곧바로 초토화하기로 결심한 상태라고 위협했었습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14일 북한 국방위원회에 전통문을 보내 한국 정부는 지난 2월 고위급 접촉에서 상호 비방과 중상을 중단하기로 합의한 사항을 준수하고 있고 체제 특성상 법적 근거 없이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15일 두 번째로 보내온 통지문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기 때문에 추가로 대북 조치를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 이름으로 청와대에 직접 전단 살포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은 그만큼 이 사안을 매우 중대하게 보고 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북한은 민간 단체 뿐아니라 한국 정부도 대규모로 전단을 날려 보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한국 정부는 전단 살포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해 왔습니다.
북한은 이와 함께 개성공단 `3통' 논의도 한국 측의 전단 살포 중단이 먼저 이뤄져야 재개될 수 있다는 전통문을 별도로 한국 측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지난 13일 개성공단 공동위원회 산하 북한 측 3통 분과위원장 명의로 이 같은 취지의 전통문을 보내왔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한국 측은 다음날인 14일 북한에 전통문을 보내 개성공단 발전과 무관한 사안을 3통 분과위 개최 조건으로 내건 것에 유감을 표명했지만 북한이 15일 답신에서 재차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서를 통해 개성공단만큼은 정세에 상관없이 운영하기로 합의했다가 이제 와서 모든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전단 살포 중지를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현 단계에서 남북대화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또 다시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동국대 교수] “현 단계에서 남북대화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북-일 관계나 북-미 관계에 큰 진전이 없으면 별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 같아요. 북-일 북-미 쪽의 진전 속도에 맞춰서 남북관계도 연계해보려는 의도로 보이는데요.”
한국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 11일 북한 측에 전통문을 보내 개성공단 공동운영위원회 산하 3통 분과위 회의를 열자고 거듭 제의했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