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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전문가 "북한 납치문제 축소하려, 다른 사안 부각"


북한의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담당 대사가 지난 5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의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담당 대사가 지난 5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정부가 일본인 관련 포괄적 조사와 관련해 납치 문제를 축소하고 다른 사안들을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고 최근 북한을 방문한 일본 전문가가 말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아베 정부가 협상을 계속 강행하는 것은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정치적 의도가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 게이오 대학의 니시노 준야 교수는 22일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카네기 국제평화진흥재단에서 열린 북-일 관계 관련 토론회에서 북한이 납치 문제를 축소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니시노 교수] “According to some North Korean officials including ambassador Song Il ho…

2주 전 평양에서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담당 대사 등 북한 관리들을 면담한 결과 북한은 2차 세계대전 때 숨진 일본인 유골 반환 문제 등을 우선시하고 납치 문제를 뒤로 미루려는 인상을 받았다는 겁니다.

북한과 일본은 지난 5월 말 국장급 회담에서 북한이 납북자와 행방불명자, 잔류 일본인과 일본인 배우자, 일본인 유골 문제 등 포괄적인 조사를 하는 대가로 대북 제재를 일부 해제하는 합의를 했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특히 22일 북한의 조사 상황을 청취하기 위해 오는 27일 당국자들을 평양에 파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니시노 교수는 그러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베 정부가 이미 포괄적 조사에 합의했기 때문에 북한이 납치 문제 보다 다른 의제들을 우선시할 경우 이를 돌이킬 명분이 적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니시노 교수] “Japanese government cannot escape from the dialogue with North because other issues….”

아베 정부에는 납치 문제 재조사가 최우선 순위이지만 북한이 조사 대상을 다각화하면서 오히려 협상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일부 일본 전문가들은 일본이 북한과의 합의문에 납치 문제가 최우선이라는 문구를 넣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의 전술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니시노 교수는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당국자들의 평양 파견을 강행하는 것은 정치적 목적과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니시노 교수] “One is consideration on domestic politics and another is…”

아베 총리는 납치 문제와 협상에 대해 여전히 일본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도가 높기 때문에 동력을 살려 자신의 지지도를 끌어 올리려 한다는 겁니다.

니시노 교수는 또 중-일, 한-중 관계 등 일본을 둘러싼 역내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외교적 돌파구 마련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 조치 없이 일본이 북한과 정상적인 관계를 가질 수 없는 현실에서 북한이 협상을 추진하는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니시노 교수는 북한이 고립된 외교환경의 돌파구 마련과 궁극적으로 한국,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우회 경로로 일본을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외교협회(CFR)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북-일 협상에 대해 미국에서는 여러 우려와 기대가 섞여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연구원] “I think the off shot for US is they recognize……”

북-일 협상이 자칫 미-한-일 공조와 비핵화에 대한 초점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우려, 협상이 결렬될 것이기 때문에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 그리고 납치 문제 해결을 통해 비핵화 협상도 진전시킬 수 있다는 기대가 섞여 있다는 겁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그러나 적어도 북-일 협상 과정을 통해 최근 외교공세를 펴고 있는 북한 지도부의 의도와 권력 구조를 좀 더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던 한국인 납북자 문제를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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