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일부 정치범 수용소가 대폭 확장되는 등 공포정치가 강화되고 있다고 한국 국가정보원이 한국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계속되는 숙청과 탈북자 처벌 강화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정원은 지난 28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함경북도 길주에 있는 정치범 수용소가 대폭 확장됐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북한이 수용소를 여의도 면적의 64배까지 확장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철우 의원] “만탑산이라고 길주에 만탑산 거기를 지금보다 훨씬 확장을 했다. 그러니까 요덕수용소에 있는 사람들을 거기로 옮기는 시설을 만드는 것 아니냐…”
만탑산은 북한의 핵실험장인 풍계리와 인접한 지역으로 인근에 16호 화성(명간) 관리소가 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역시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위성사진 분석결과 16호 수용소가 크게 확대되고 수감자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크기가 평양 면적의 절반 정도인 560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며 2만 명이 수감돼 있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국정원은 만탑산 인근 수용소의 확장이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계속되는 간부들에 대한 숙청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야당인 새정치연합 측 정보위원회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북한에서 장성택의 잔존세력에 대한 2단계 청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경민 의원] “장성택 잔재 청산을 위한 2단계 작업이 시작됐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최근에 그래서 총살이 몇 건 있었다는 것으로 보고를 들었습니다.”
최근 당 간부 10 명이 총살됐고 올해에만 50 명이 총살되는 등 이른바 ‘그림자 없애기’ 작업이 북한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겁니다.
국정원은 또 만탑산 지역 수용소 확대 배경으로 국제사회에 잘 알려진 함경남도의 15호 요덕관리소의 축소 혹은 폐쇄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철우 의원은 북한의 이런 조치가 정치범 수용소에 대한 최근의 국제사회 압박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철우 의원] “김정은을 유엔 인권결의안을 채택하고 ICC 제소한다는 이런 얘기 있으니까 인권대사 임명했어요. 그래서 인권 문제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그래서 수용소 문제도 그런 차원에서 지금 조치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올해 초 발표한 최종 보고서에서 북한 내 4개의 대규모 정치범 수용소에 8만에서 12만 명이 수감돼 있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조사위원회는 북한 정권이 수용소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전직 경비병과 수감자, 인근 거주자들의 증언을 통해 거짓이 드러났고, 위성사진 역시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치범 수용소는 또 최근 유엔총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논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소재입니다. 이 곳에서 고문과 처형, 성폭행, 강제노동 등 전형적인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는 지적 때문입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29일 ‘VOA’에 국정원의 수용소 관련 보고는 전혀 놀라운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I would be absolutely not surprised to know that political prison camps have been expanded……”
2009년 이후 북한 정권의 대대적인 숙청 작업과 탈북자 처벌 강화 등으로 이미 정치범 수용소가 확대 혹은 해체 이전된 것을 국제사회가 파악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이 단체는 지난해 위성사진들과 북한 내 소식통의 말을 종합한 결과 25호 청진수용소가 크게 확대됐다고 발표했었습니다. 또 22호 회령관리소는 2012년에 폐쇄됐고 18호 북창관리소는 2006년에 사실상 해체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들과 국정원의 보고를 종합해 보면 14호 개천관리소와 16호 명간(화성), 그리고 관리소와 교화소의 중간 형태인 25호 청진(수성) 수용소는 확대됐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요덕관리소의 폐쇄 진행 관련 소식은 확인이 더 필요하다며, 그러나 보고가 맞는다면 이유는 거의 명확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On the one hand is because of international pressure….”
지난주 유엔 회의에서 증언한 정광일 씨와 김영순 씨가 모두 요덕관리소 출신일 정도로 증언자들이 워낙 많고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요덕을 매우 부담스러워했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스칼라튜 총장은 그러나 1950년대 말 이후 북한은 여러 정치범 수용소를 폐쇄하고 새롭게 여는 행태를 반복했다며 이번 일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22호 회령수용소에 있었던 8천 명의 행방이 묘연하고 15호 역시 간부들이 많이 수감됐었다는 점을 볼 때 수감자들의 안위가 크게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