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회가 10년째 발이 묶여 있던 북한인권법 논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여야가 세부 내용에서 적잖은 이견을 보이고 있어 난항이 예상됩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여야가 개별 발의한 북한인권법 2건을 일괄 상정하고, 법안 심사에 착수했습니다.
한국 국회 외통위에서 북한인권법이 상정돼 논의된 것은 지난 2005년 이후 10년 만입니다.
먼저 여당인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북한인권법안은 그 동안 새누리당에서 발의됐던 5개 법안을 합친 것으로, 한국 정부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할 것을 명시했습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의 설명입니다.
[녹취: 김영우 의원/ 새누리당] “UN에서 인권문제를 담당하는 제 3위원회가 북한인권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다음달에는 유엔총회에서 이 결의안을 통과시킬 예정입니다. 우리가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에 북한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이 참혹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우리는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법안은 이를 위해 법무부 산하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만들고, 통일부 산하에는 북한인권자문위원회를 설치해 통일부 장관이 북한 인권 기본계획과 집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했습니다.
또 국제사회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외교부에는 북한 인권 대사를 두도록 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연구와 정책 개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사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통일부 산하에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심재권 의원이 대표발의한 북한인권증진법안은 북한 주민의 민생 지원과 자유권 증진을 함께 추진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새정치민주연합 심재권 의원입니다.
[녹취: 심재권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 “인권의 개념을 UN의 세계 인권선언을 기초로 작성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와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로 규정하여 자유권과 생존권 증진이 동시에 추진될 수 있도록 규정하였습니다. 자유권 증진은 대북 인권 대화, 생존권 증진은 인도적 지원으로 접근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통일부에 인권정보센터를 설치하는 한편, 인도적지원협의회를 두고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사업을 협의하도록 했습니다.
또 북한 주민과 제3국에 거주하는 탈북자 그리고 북한의 정치범과 납북자, 국군포로의 자유권 회복을 위해 북한과 남북 인권대화를 개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여야 의원들은 법안 상정 뒤 북한인권법 제정이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와 대북지원단체 지원 문제 등을 놓고 대체 토론을 벌인 뒤 두 법안을 법안심사소위로 넘겼습니다.
북한인권법안 심사과정에서는 북한인권 단체에 대한 지원 문제가 최대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당이 법안에서 북한인권재단을 통해 북한 인권 단체를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한 데 대해 야당이 사실상 대북 전단 살포 단체에 대한 지원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안이 처음 제출된 것은 지난 2005년으로, 지금까지 모두 19건의 법안이 제출돼 몇 차례 법안 논의가 있었지만 여야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모두 자동 폐기됐습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이전보다 강화된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된 뒤 한국 내에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어서 법안 통과 여부가 주목됩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4일 당 회의에서 지금이 여야 합의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킬 최적의 시기라며 연내 처리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법안 처리에는 공감하면서도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북한의 핵과 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온도차를 보였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