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이른바 ‘항일 빨치산 혈통’의 충성심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의구심과 국제사회의 인권 공세에 맞서 체제 결속에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는 지난 24일 ‘백옥’이라는 제목의 예술영화를 방영했습니다.
4•25예술영화촬영소가 지난 2009년 2부작으로 제작한 것으로 김일성 주석의 항일 빨치산 시절 동료였던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가 처음 공개될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당과 수령에게 무한히 충실했던 항일 혁명투사 오진우를 원형으로 해 혁명의 영도자를 백옥같이 순결한 마음으로 받들어 모신 전사의 투철하고 진실한 정신세계를 감명 깊게 보여주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조선중앙TV'는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부터 30일 사이엔 김 주석의 빨치산 동료이자 최룡해 당 비서의 부친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을 충신으로 그린 6부작 영화 ‘민족과 운명’을 내보냈습니다.
영화들이 방영된 시점은 공교롭게도 이들 빨치산 원로들의 아들들이 북한 권력 내부에서 입지가 강화된 때와 일치합니다.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오일정은 노동당 민방위부장으로 알려졌지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발목 부상으로 인한 장기간의 잠행 이후 지난달 14일 다시 모습을 드러낸 뒤 군 관련 현지지도에 빠짐없이 동행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때문에 당 군사부장 직에 올랐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습니다.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을 부각시킨 영화도 그의 아들인 최룡해 비서가 북한 매체에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박봉주 내각 총리보다 먼저 호명된 시점과 맞아 떨어집니다.
북한은 이밖에도 지난달 23일엔 역시 김 주석의 빨치산 동료이자 오금철 현 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의 부친인 오백룡 전 노동당 중앙군사위원의 생일 100주년을 맞아 그를 ‘수령 옹위의 전위투사’로 치켜세우며 중앙보고회 등 거창한 기념행사를 열었습니다.
오금철은 지난 7월 군 대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북한 권력층 연구에 정통한 한국의 정성장 세종연구소 박사는 김 제1위원장의 건강에 의문이 제기되는 시점에 북한이 ‘빨치산 혈통’의 충성심을 체제 결속에 활용하려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세종연구소 박사] “김정은이 발목 부위 수술을 받은 뒤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비서로서는 이례적으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에 임명된 것이나 오일정 당 부장이 김정은의 군 관련 지도에 빈번한 수행을 하고 있는 것은 김정은이 항일 빨치산 2세를 중심으로 체제 결속을 다져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을 할 수 있겠습니다.”
최현과 오진우, 오백룡은 김정일 시대에도 아들 뻘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영도자로 떠받든 인물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본보기로 내세워 빨치산 2세들도 젊은 김 제1위원장에게 충성을 다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또 이들 2세들의 위상을 높여줌으로써 이들을 중심으로 북한 주민 모두의 충성심을 고취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특히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으로 국제사회의 인권 공세가 거세진 만큼 북한으로선 주민 동요를 막기 위해 빨치산 2세들을 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